15년 전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으로 공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열 받게' 했고 막노동과 가스통, 물수건 배달로 돈을 벌며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해 수많은 사람들을 또한 눈물 흘리게도 했던 장승수 변호사(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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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말, 그것 거짓말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딱 장승수를 두고 한 말 같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부터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해졌다. 대학진학은 생각조차 못한 채 식당을 돌아다니며 물수건을 배달하고, 가스통을 돌리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대학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드는 열등감 때문에 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보란 듯이 서울대 법대를 가겠다고. 그래서 그는 1년 중 일정기간은 막노동으로 돈을 벌고, 나머지는 입시에 집중했다. 5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그가 서울대 인문계열을 수석으로 입학했으니, 개천에서 진짜 용이 난 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장승수식 자수성가는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청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말,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것 같아요. 그런 냄새가 자꾸 나요. 돈 없는 집 애들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하려고 말이죠. 왜냐하면 돈 없는 집 애들까지 꿈꾸고 덤비면 자신들이 위험하니깐 말입니다."
장 변호사는 오히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더 쉬워진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옛날에는 영어공부를 하려고 해도 비싼 과외선생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만 있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오히려 기회는 더 많아진 것 아닌가요. 가난하고 지치고 힘들수록 더 악착같이 꿈을 꿔야 하는데, 쉽게 포기해버리니깐 그게 안타까운 거죠. 사회에 나와서 보니깐 성공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한데 말이죠."
집념과 독기의 장승수식 자수성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아니 오히려 더 잘 먹힐 거라는 것, 다만 그 경로만 달라졌을 뿐이라는 게 그의 여전한 결론이었다.
◇"20대에 잡스라는 분만 알았어도, 서울대 가려고 발버둥치진 않았을 것"
기자는 다시 따져 물었다. '(장 변호사가) 등록금에 허덕이고 취업난에 허덕이고 꿈조차 꿀 수 없는 20대를 보면 그런 얘기를 쉽게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잠시 수긍하는 듯하더니 그는 스티브 잡스 얘기를 꺼냈다.
"오늘 잡스라는 분이 돌아가셨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해봐요. 아이폰이라는 것도 실은 세상에 이미 다 있던 부속과 아이템을 조합한 것 아닙니까. 세상에 있던 것을 다르게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면 별 게 아닐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얘기도 했다. "저커버그를 소재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을 본 적이 있어요.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는 저커버그가 친구들 아이디어를 도용한 게 맞거든요. 윈도도 빌 게이츠가 처음 만든 게 아니잖아요. 대단한 건 맞는데, 다들 다른 누구 것 가져온 거 아닙니까. 사실 저같이 머리 나쁜 놈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걔들도 '짜깁기'인데 우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장승수가 20대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던 것 같다. "잡스라는 분을 요즘 젊은 친구들이 보면 무지무지하게 힘이 날 것같은데요. 제가 만일 스무살 때 잡스라는 분을 알았다면 인생이 확 달라보였을 겁니다. 서울대 가려고 그렇게 죽기살기로 발버둥치지 않았을 겁니다." 가난의 극한까지 갔던 장승수에게 서울대 법대가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알기에, 그의 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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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탈출 수준의 노력 후엔 후회도 없다"
"꿈만으로는 왜 안되죠? 그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진짜 꿈이 없기 때문 아닌가요." 한창 식당에 물수건 배달하던 스무살 때 장승수의 꿈은 서울대 1등이었다. "그땐 서울대 1등이 절 지탱했습니다. 1등 하는 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렸죠. 아무리 힘들어도, 1등 해서 서울대 정문에 들어가는 장면만 생각하면 가슴이 '쿵' 해지고 그랬죠. 꿈이라는 건 그것만 생각하는 겁니다."
장승수는 오히려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떨어져도 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험 막바지에 가니깐 떨어져도 그렇게 슬플 것 같지 않더라고요. 안되면 노가다하고 살지 뭐, 할만큼 해봤으니깐,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깐, 노가다 해보니깐 별로 힘들지도 않던데 뭐, 오히려 편안해졌어요."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안돼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들었을까. 그의 표현대로 '지구탈출 수준의 집념과 노력'이라면 후회도 없을 것 같았다.
"정말 에너지 넘쳐 나는 20대인데, 눈물 날 정도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몰입하면 다 되지 않겠습니까. 용기와 무모함만 있으면 다 되는 것 아닌가요. 안돼도 후회가 없을 만큼 그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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