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김문수는 한국 현대정치에서 이례적인 궤적을 그려온 인물로, 과거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나 이후 보수진영의 정치인으로 변모하여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등 요직을 역임하였다. 최근 그가 펴낸 저서 *암행어사 출두요!*에서 자신을 민생과 공정을 위한 ‘암행어사’에 비유하며 정의로운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실제 행보는 권위주의적 행태와 권력 편향적 발언으로 일관되어 왔다. 본 글은 김문수의 주요 정치적 행보와 이 저서에 나타난 자기 이미지 사이의 모순을 비판적 정치학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 논란에 대한 김문수의 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슈에 대한 입장, △119 긴급전화 갑질 사건과 공직자로서의 권위주의적 태도, △코로나19 방역 시기 경찰과의 충돌 사례, △정치적 위선성과 포퓰리즘적 수사 등을 검토하고, 이러한 사례들을 포퓰리즘 이론, 권위주의적 엘리트주의, 정치적 위선 등의 개념으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김문수 현상의 민주주의적 함의를 진단하고 한국 정치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본론:
1.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논란과 김문수의 태도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입헌 질서상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 제77조에 규정된 권한이지만, 이는 전쟁이나 국가비상사태에 한정된 예외적 수단이다.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 조치를 위헌적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이던 김문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옹호에 가까운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어려움에 처했다”며 당시 상황을 정당화했고 , 계엄 선포의 위헌성에 관한 질문에도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했다, 판단하지 않았다”고 답변을 유보하였다. 나아가 김문수는 계엄 선포 직후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계엄 해제 과정에서 내각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일괄 사의 표명했다”고 밝혀, 계엄 상황을 정당한 정치 절차의 일부인 양 언급하였다 .
김문수의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비상계엄 조치를 용인·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계엄 선포에 대한 질문에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 중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계엄을 곧바로 ‘내란’으로 등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 이는 대통령의 비상권행사가 설령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문수는 국회 긴급현안질문 자리에서도 다른 국무위원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와중 혼자 사과를 거부하고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이 때문에 그는 ‘꼿꼿 김문수’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후 “현직 대통령을 죄인 취급하며 너무 가혹하게 다룬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책임 추궁을 비판하기도 했다 . 이 일련의 언행은 김문수가 삼권분립과 권력통제 원칙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비상계엄은 입법부·사법부의 기능을 정지시켜 행정부에 일시적 전권을 부여하는 극한조치인 만큼, 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당연한 책무이다. 그럼에도 김문수는 계엄을 “정치행위”로 치부하며 도의적 책임을 부정하였고,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적극 두둔함으로써 권력분립의 견제장치를 무력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행정부 권력의 비대화를 경계하는 한국 헌정질서의 기본 원리에 반하며, 김문수가 과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이력과도 모순된다. 결과적으로 김문수는 대통령제 권력의 견제와 균형보다는 제왕적 대통령제적 발상에 가깝게 행동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질서를 옹호하기보다 위협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2. 윤석열 탄핵 이슈에 대한 김문수의 입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 사이 최대 정치 현안으로 부상하였다. 김문수는 이 탄핵 정국에서도 노골적인 탄핵 반대 입장을 내며, 이를 정당성 싸움의 장으로 활용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 중이던 시점에 “5천만 국민이 민주적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하여 탄핵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 또한 헌재가 심리를 서두르는 것 같다며 “퇴임하는 재판관이 2명 있으니 그 전에 해야 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 재판부의 결정이 절차적으로 성급하고 정치적이라고 압박하였다 . 이러한 발언은 탄핵 심판이라는 헌법적 절차를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으로 프레임화함으로써, 김문수가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경시하고 직접적 민선 정당성만을 절대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문수의 탄핵 반대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이고,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여권 내 충성 경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여권 정치문화에서는 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끝까지 옹호함으로써 향후 지지층의 지지를 획득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김문수는 탄핵 정국에서 여권 잠룡으로 급부상했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이는 그의 강경한 탄핵 반대 노선이 보수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는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장일치 파면한 게 과연 옳았나”라며 과거 박근혜 탄핵까지 문제삼았고 , “이승만·박정희보다 더 진보적인 분이 누가 있나”라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극우 보수층의 역사인식에 호소하였다 . 이러한 태도는 이념적 충성 경쟁과 결집 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김문수 스스로도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제 삶의 모든 것을 다해 약자를 보살펴왔다”는 등 자신의 업적을 부각하기에 이르렀다 .
그러나 법적·정치적 맥락에서 대통령 탄핵제도는 국민주권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연장선에 있는 헌법 수호 장치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일지라도 헌법이나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하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도록 고안된 민주적 절차이다. 그럼에도 김문수는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그만두라 하는 것은 국민주권 무시”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 탄핵 심판 자체를 반민주적 시도처럼 묘사했다. 이러한 주장은 포퓰리즘적 수사의 전형으로, ‘부패한 의회/엘리트 vs. 선량한 국민의 지도자’라는 도식을 떠올리게 한다 . 실제로 포퓰리즘 이론에 따르면,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의회나 사법부 같은 매개 제도를 경시하고 자신과 국민 간의 직접적 유대를 강조하는데 , 김문수의 탄핵 관련 언행이 이에 부합한다. 그는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불신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오로지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의 권위를 앞세웠다. 이는 권력 분립에 대한 도전이자 견제기관을 향한 대중의 불신을 부추기는 행위로서, 민주주의의 위험 신호라 할 수 있다. 요컨대 김문수의 탄핵 반대 입장은 법치를 수호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충성심 경쟁과 포퓰리즘적 선동에 가까웠으며, 그 결과 대통령 권력에 대한 성역화와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폄훼라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했다.
3. 권위주의적 행태: 119 긴급전화 사건과 공직자의 태도
김문수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그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1년에 벌어진 이른바 “119 관등성명 사건”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당시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요양원을 방문 중 암 환자 이송 체계에 대해 궁금하다며, 돌연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의 긴급전화 번호를 걸었다 . 전화를 받은 소방관이 “네, 소방서입니다. 말씀하십시오”라고 응대하자, 김 지사는 다짜고짜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를 반복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이름이 누구요?”라며 용건을 밝히지 않은 채 관등성명을 캐물었다 . 당황한 소방관이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 지사는 “내가 도지사라는데 그게 안 들려요? 이름이 누구냐는데 왜 말을 안 해”라고 호통쳤고 , 급기야 소방관이 “선생님, 여기는 119 긴급전화잖아요. 무슨 일인지 말씀을…”이라고 사정을 설명해도 “아니 도지사가 누구냐고 묻는데 대답을 안 해?”라며 윽박지르기에 이르렀다 . 결국 상대 소방관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고, 김 지사는 다시 다른 직원과 통화해서도 동일하게 관등성명만 요구한 뒤 전화를 끊었다 .
이 사건이 알려지자 큰 논란이 일었다. 119 긴급전화를 공무상의 정식 경로도 아닌 사적인 호기심 해결을 위해 사용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일선 공무원에게 지속적으로 권위적 행동을 보인 점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는 김문수를 풍자하는 패러디와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 경기도청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사태가 커지자 김문수 지사는 급히 해당 소방관들을 찾아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소방서에서 취해졌던 두 직원에 대한 전보 인사조치를 즉각 해제하도록 지시했다 .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은 뒷전이었다. 김 지사가 지시한 원대 복귀는 “인사 조치 후 6개월 내 재전보 불갚라는 자체 규정을 무시한 지사 직권 조치로 밝혀져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 즉, 김문수는 자기 잘못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규칙보다는 개인 권한을 앞세운 셈이다.
119 사건은 공직 사회에서 요구되는 민주적 리더십과 김문수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사회에서 지도자의 권위는 절차적 권위이며,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봉사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김문수는 자신의 관할 구역 공무원을 대함에 있어 전근대적 상하관계를 자임하며, **“관등성명을 대라”**는 군대식 문화를 강요했다. 이는 그가 공직자를 시민에 대한 봉사자로 보기보다 자신에게 복종해야 할 부하로 인식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긴급전화는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을 위한 국민의 생명선인데, 이를 사적으로 이용한 행위는 공적 자원의 사유화로 비칠 수 있다. 이러한 행태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관료 문화의 잔재를 떠올리게 한다. 정치학적으로 볼 때 엘리트주의 이론에서는 소수 권력엘리트가 자신들을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착각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김문수의 행동은 자신이 법과 규칙을 일시 정지시키고서라도 지휘계통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는 법치주의와 관행을 경시하고 엘리트로서 특권의식을 내비친 것으로, 민주적 공직자의 책무인 책임성과 겸양에 정면으로 반한다. 결국 119 사건에서 드러난 김문수의 모습은, 그가 스스로 강조하는 ‘민생을 살피는 암행어사’ 이미지와 달리 권위에 집착하는 통치자적 면모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위선으로 평가될 수 있다.
4. 코로나19 시기 경찰과의 충돌: 권력 남용과 ‘갑질’
김문수의 권위주의적 태도는 2020년 코로나19 방역 국면에서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2020년 8월, 그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경찰과 고성 충돌을 빚었다.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김문수 전 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마치고 지인 S씨와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경찰관 3명이 다가와 S씨를 역학조사에 협조하도록 동행 요구를 했다 . S씨는 당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검사나 자가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돌아다닌 인물이었다 . 경찰은 방역당국의 요청에 따라 S씨를 강제로 관할 보건소에 데려가려 했고, S씨와 함께 있던 김문수에게도 동행을 요청했다 . 그러자 김문수는 크게 반발하면서 경찰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통쳤다. “내가 김문수인데! 내가 국회의원 세 번 했어. 왜 나보고 가자고 하는가, 사람을 뭘로 보는가?”라며 격앙된 태도로 동행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 이어 그는 “(S씨와) 같이 있었으면 다 잡아가나, 혐의가 있어야지.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는갚라고 항의했고, 경찰이 “S씨가 자가격리 위반자라 함께 계셨던 분도 검사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하자 “언제부터 경찰이 남의 건강까지 신경 썼느냐. 당신들 이러면 안 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 자신이 3선 국회의원 출신임을 재차 강조하며 “왜 나한테 가자고 하느냐”고 꾸짖는 그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온라인에 급속히 퍼졌다 . 결국 경찰은 실랑이 끝에 김문수에겐 동행을 강제하지 못했고, 김문수는 이후 페이스북에 “거세게 항의했더니 (경찰이)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하더라. 세상에 이런 ‘코로나 핑계 독재’가 어디 있는갚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119 전화 사건과 구조가 유사하다. 다시 한번 **김문수 vs. 일선 공무원(경찰)**의 충돌 구도가 나타났고, 김문수는 또다시 **“내가 누구인데”**라는 직책 과시와 함께 특권적 대응을 보였다. 그러나 맥락상 이 사건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당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강도의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었고, 특히 집단감염 위험이 있는 접촉자의 검사나 자가격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한 법적 의무에 가까웠다. 김문수의 지인은 명백히 방역수칙을 위반한 상황이었고, 경찰은 법에 따른 정당한 집행을 수행하고 있었다 . 그럼에도 김문수는 이를 “황당한 꼴”, **“독재”**로 매도하면서 협조를 거부했다. 그는 자신을 마치 폭압적 방역정책의 피해자이자 자유의 투사인 양 포장했지만, 정작 그 자리에 있었던 그의 행동은 전형적인 갑질 그 자체였다.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는 발언에서 드러나듯, 김문수는 과거 지위를 앞세워 법의 평등한 적용을 회피하려 했다 .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지위에 있든 법 앞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지도층 인사일수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김문수는 오히려 “왜 나를 검사받게 하느냐”며 특혜를 요구한 셈이다.
정치학적으로 볼 때, 이는 권력자의 이중잣대와 책임성 결여를 보여준다. 김문수는 코로나19 방역이라는 공동체적 의무 앞에서조차 자신을 예외로 취급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이 사안을 두고 “코로나 핑계 독재”라고 하여 국민 감정에 호소했다는 것이다 . 이는 포퓰리즘적 담론 전략으로, 정부의 합법적 조치마저 자유 침해로 규정하여 대중의 불만을 자극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은 방역 조치를 두고 “독재”라고 비난하는 담론을 퍼뜨렸는데, 김문수도 이와 궤를 같이하며 자신을 시스템에 저항하는 민중의 대변자처럼 연출했다. 그러나 정작 앞서 살펴본 대로 김문수는 진짜 위헌적 비상계엄 상황에서는 권력자 편에 서서 이를 두둔한 인물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공권력 집행에는 반발하면서 정권에 유리한 초법적 권력 행사에는 침묵 혹은 옹호하는 모습은, 김문수가 보편적 원칙이 아닌 상황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일관성을 잃고 있음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지하철 경찰 충돌 사건은 김문수의 권력 남용 성향과 함께 내로남불식 행태, 그리고 이를 대중선동적으로 포장하는 정치적 이중성을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5. 정치적 위선성과 포퓰리즘적 태도
김문수는 자신의 저서 *암행어사 출두요!*에서 암행어사를 자처하며 “민생을 살리는 공정과 실용의 정캇를 표방하고 있다. 암행어사는 조선시대에 왕명으로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부정한 지방관을 처벌한 밀사로서, 정의롭고 청렴한 관료의 상징이다. 김문수가 이러한 이미지를 내세운 것은 자신을 불의와 특권에 맞서는 개혁가로 포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실제로 김문수는 정치 여정을 소개하며 “서울시의원 시절부터 불의와 불공정에 맞서왔다”거나 “약자를 보살피는 것이 공직자의 첫째 직분”이라 강조하고 있다 . 특히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제가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남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자리까지 해봤다. 그 모든 과정에서 약자를 돌보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 믿고 실천해왔다”면서 자신의 민주화운동 경력, 노동자 경험, 국회의원·도지사 경력을 열거했다 . 이러한 자기 서사는 대중에게 친근하고 정의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켜 정치적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수사라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연구에 의하면, 정치인은 종종 자신을 ‘민중의 친구’로 이상화하고 기득권 층과 구별되는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한다 . 김문수가 암행어사 이미지와 약자 보호담론을 활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김문수의 실제 행보는 이러한 수사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119 사건, 방역당국과의 충돌)와 권력 편향적 태도(계엄 옹호, 탄핵 반대)는 오히려 기득권 지키기와 특권 의식의 표출이었다. 즉, 그는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지만 행동으로는 불공정과 특권을 용인하거나 행사해온 셈이다. 이러한 모순은 **정치적 위선(hypocrisy)**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런시먼(David Runciman)은 현대 민주정치에서 위선이 흔하지만, 위선이 극단화되면 시민의 신뢰를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잠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¹]. 김문수 사례는 위선의 극단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예컨대 그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윤석열 (당시 검사)에 대해 “뻘건 윤석열이가 죄 없는 박근혜를 잡아넣었다”고 맹비난하며 정의감(?)을 드러냈지만[²], 정작 자신은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과거 소신조차 슬그머니 접어두었다. 이런 전후 모순은 권력과 이해관계에 따라 ‘정의’의 기준을 바꾸는 행태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김문수의 행태에서는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결합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위기의 한 단면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은 대중의 불만을 권위주의 체제 유지에 활용하는 정치형태로, 대중의 지지를 구실로 법치와 자유를 침해하곤 한다. 김문수는 거리에서는 “코로나 독재”를 외치며 대중의 자유를 대변하는 듯한 언사를 구사하지만 , 동시에 계엄 옹호나 탄핵 저지에서는 국가권력의 자유 침해를 두둔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민주주의의 옷과 권위주의의 칼을 번갈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학적으로 이는 일관된 이념이나 원칙 부재를 의미하며, 오직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충성 대상의 이익에 따라 대중감을 조종하는 기회주의적 포퓰리스트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엘리트를 공격하면서도 자신이 엘리트가 되었을 때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김문수 역시 과거 야당일 때는 권력층을 비판하다가 여권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권위주의적 기조를 보인다. 이러한 이중성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정치권 전반에 대한 환멸감을 키워 민주주의에 해악이 된다.
6. 정치학적 이론 적용: 김문수 사례를 통해 드러난 현상들은 포퓰리즘 이론, 엘리트 권위주의 이론, 정치적 위선 이론으로 체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포퓰리즘(populism) 측면에서, 김문수의 담론 전략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요소를 지닌다. 포퓰리즘은 “사회가 부패한 엘리트 대 순수한 국민이라는 대립 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치인은 자신이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이념적 경향이다[³]. 김문수는 탄핵 국면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vs. 이를 끌어내리려는 세력”의 구도를 만들고, 자신을 선출권력의 수호자(=국민 뜻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다 . 또한 코로나19 사태 때는 “억압적 국가 vs. 피해받는 시민(본인)” 구도를 그려내며 대중의 공감을 호소했다 . 이는 모두 엘리트나 제도에 대한 불신을 자양분으로 삼아 대중의 직접 지지를 호소하는 포퓰리즘 행태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집권세력의 편에서 계엄 옹호와 같은 반(反)대중적 조치를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순수한 포퓰리스트라기보다는 필요 시에만 대중을 동원하는 수사 전략가에 가깝다. 이러한 이질적 모습은 현대 포퓰리즘 연구에서 논의되는 ‘우파 포퓰리즘’ 혹은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특징과 맥을 같이한다. 즉, 표면적으로는 반엘리트·반체제 언어를 쓰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적 가치(질서, 충성 등)를 옹호하는 이중성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엘리트주의 및 권위주의 이론 측면을 보면, 김문수의 행동에는 엘리트 심리와 권위주의 문화가 배어 있다. 엘리트 이론에 따르면 소수 지배층은 자신들이 특별한 자격으로 권력을 행사할 정당성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김문수가 119 사건에서 “내가 도지사다”라며 응대 절차를 무시한 것이나, 방역 현장에서 “국회의원 3번 했다”며 특례를 요구한 것은 모두 자신의 지위가 규범보다 상위에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었다. 이는 민주사회 지도자라기보다 권위주의 체제 관료의 태도에 가깝다.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일수록 상명하복과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법의 일반성보다는 특정 권위자의 판단을 따르려 한다. 김문수는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며 국회를 무시한 것이나, 지방행정에서 자신의 일탈적 지시를 문제 삼기보다 부하 직원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 이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정치문화에 남은 권위주의 잔재를 상기시키는데,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여전히 권력을 개인화하고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김문수는 바로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례는 **엘리트 권위주의(elite authoritarianism)**가 민주주의 환경에서도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대중의 묵인 혹은 일부 지지(“꼿꼿하다”는 평)를 받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위선의 관점에서, 김문수 현상은 위선의 정치가 갖는 위험성을 환기시킨다. 정치적 위선이란 정치인이 publicly 선언하는 도덕적 원칙과 privately 행하는 행동 간의 괴리를 뜻한다. 어느 정치인에게나 말과 행동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김문수처럼 겉으로는 민주, 정의, 약자 보호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반민주, 불공정, 강자 편들기에 서슴지 않는 경우 그 위선의 정도는 치명적이다. 이는 유권자로 하여금 정치 불신을 극도로 증폭시킨다. 김문수의 말에 실망한 시민들은 정치 혐오를 느끼거나, 최악의 경우 차라리 대놓고 권위주의를 지향하는 쪽을 선택하게 될 위험도 있다. 즉, 위선적 포퓰리스트는 역설적으로 순수 권위주의자의 득세를 돕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선은 민주주의 내부의 자정 메커니즘을 무력화한다. 김문수가 내세우는 가치들이 사실은 허구였음이 드러나면, 정작 그 가치들을 진정 추구하는 정치세력까지 매도되거나 힘을 잃게 된다. 예컨대 김문수가 구호로 삼은 ‘공정’이라는 가치가 그의 행태로 인해 퇴색되면, 이후 공정을 진지하게 추진하려는 개혁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따라붙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김문수의 위선은 개인의 도덕적 흠결을 넘어 정치 체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가 된다.
결론:
김문수의 행보와 *암행어사 출두요!*에서 드러난 자기 이미지를 종합해보면, 그는 민주적 정당성과 권위주의적 충동이 뒤얽힌 복합적 얼굴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김문수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 정의를 실현하는 암행어사를 자처하며 포퓰리스트적 매력을 활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 앞에 고개 숙이고 권위를 남용하는 엘리트로 행동해왔다. 계엄 옹호와 탄핵 반대 발언에서 보이듯 그는 권력분립과 법치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보다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직선제 권력의 신성화를 앞세웠다. 또한 119 사건과 코로나19 경찰 충돌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공직자로서 책임 윤리보다는 명령지향적 권위를 내보이며 자신의 지위를 특권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을 드러냈다. 이러한 언행 불일치는 김문수라는 개인의 특성일 뿐 아니라, 한국 정치의 내재된 문제를 보여준다. 즉, 87년 체제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가 표면적으로는 발전했으나,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심층의식에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적 통치 유혹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로남불식 정치와 위선적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김문수 사례는 특히 권력의 견제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일깨워준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대통령의 일탈을 무조건 다수 득표로 정당화하고 넘어간다면, 이는 민주적 독재를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반대로, 모든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을 면밀히 검증하고, 말뿐인 ‘암행어사’가 아닌 실제로 민주주의 원칙에 헌신하는지 따져 묻는 시민적 감시가 필요하다. 김문수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특정 인물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점검하는 시금석이 된다.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결합은 세계 여러 신흥민주국에서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온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 그런 점에서 김문수의 행태에 대한 정치학적 비판은 곧 한국 민주정의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책 제목에 담긴 의미를 반추해보자. 암행어사는 어디까지나 왕권 아래에서 부정을 적발하지만, 김문수는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인 국민 아래서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공직자였다. 민주주의에서 암행어사의 현대적 해석은 시민의 눈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어야지, 권력이 시민을 감시하거나 권력자의 충성을 암행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문수의 사례는 이러한 역할 혼동이 빚은 폐해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정치에서는 김문수식의 위선적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적 행태를 경계하며, 진정한 의미의 권력 견제와 봉사의 자세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암행어사의 정신을 현대 민주주의에 되살리는 길이며,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지키는 길이다.
주석:
[1] David Runciman, Political Hypocrisy: The Mask of Power, from Hobbes to Orwell and Beyond,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 (정치적 위선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적 논의)
[2] 한겨레, “이랬던 김문수… “뻘건 윤석열이가 죄 없는 박근혜 잡아넣어””, 한겨레, 2022.08.05. (김문수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과거 발언 보도)
[3] 국회입법조사처, 「포퓰리즘 논쟁과 한국 정치의 선진화 방안」, 2008. (포퓰리즘의 정의와 특징에 대한 연구보고서)
참고문献:
[1] MBC 뉴스, “김문수 “윤 대통령, 계엄 선포할 정도로 어려움 처해””, MBC뉴스, 2024년 12월 5일 .
[2] 펜앤드마이크, “김문수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 중의 하나””, 펜앤드마이크, 2025년 2월 10일 .
[3] 한국경제, “계엄 사과 거부 김문수 “尹 죄인 취급 너무해…민심 뒤집어져””, 한국경제, 2025년 1월 6일 .
[4] 오마이뉴스, “김문수 “선거로 뽑은 대통령 파면, 국민 주권 무시 행위””, 오마이뉴스, 2024년 12월 21일 .
[5] 프레시안, “‘탄핵반대’ 김문수, 대권 속내 노골화?… “나는 약자 보살펴왔다””, 프레시안, 2025년 2월 19일 .
[6] 한국경제, “119 장난전화 1위는 경기도… ‘난 도지사 김문수’ 재조명”, 한국경제, 2022년 10월 21일 .
[7] 동아일보, “김문수, 코로나 동행 요구 경찰에 “내가 국회의원 세 번 했어””, 동아일보, 2020년 8월 19일 .
[8] 뉴스프리존, “‘암행어사 출두요’… 순천 암행어사 김문수, 출판기념회”, 뉴스프리존, 2023년 10월 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