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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책] 나경원, 나경원의 증언
functor 1 2025-03-11 09:37   조회 : 988

Ⅰ. 서론: 나경원의 정치 행보와 비판적 분석의 필요성

나경원 전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진영을 대표해온 정치인으로, 보수 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자신의 정치 경험을 담은 저서 **『나경원의 증언』**을 출간한 바 있다 .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 강경한 야당 투쟁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각종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본 논문은 나경원의 저서와 정치적 행보를 정치학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극우 포퓰리즘, 신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정당정치 및 민주주의 이행론, 정치적 양극화 등의 이론적 틀을 적용하여, 그의 정치 노선이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과 문제점을 조명할 것이다. 이를 위해 마키아벨리의 권력 유지 전략, 슘페터의 엘리트 민주주의관,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와 선동 정치 이론, 로버트 달의 다원주의 민주주의, 후안 린츠의 권위주의 연구 등의 시각을 반영할 것이다. 주요 비판 초점은 (1) 나경원의 극우적 경향성과 민주주의 훼손 여부, (2) 정치적 전략과 그 한계, (3) 권력 집중 및 엘리트주의적 행보, (4) 선동 정치와 대중 포퓰리즘의 활용, (5) 저서 **『나경원의 증언』**에 나타난 모순과 신뢰성 문제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나경원 사례가 보여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도전과 과제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Ⅱ. 극우 포퓰리즘 경향과 민주주의 훼손

나경원의 정치 언행에서는 극우적 포퓰리즘 경향이 두드러지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규범과 절차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극우 포퓰리즘이란 배타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적 통치를 옹호하며,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동원해 엘리트나 소수자를 공격하는 정치 양식을 말한다 . 나경원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좌파 독재”, “신독재” 등 자극적 프레임을 사용했고, 급기야 대통령을 두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는 발언까지 해 파문을 일으켰다 . 이러한 주장은 근거 약한 음모론적 비난으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반민주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행태였다. 후안 린츠(Linz)의 이론에 따르면 민주 체제에서는 **“충성적 야당(loyal opposition)”**이 필수적인데, 나경원의 발언들은 민주주의 규칙을 부정하고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비충성적 야당(disloyal opposition)”**의 사례로 볼 수 있다 (Linz, 1978). 실제로 린츠는 야당이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정부 전복을 정당화할 때 민주주의가 불안정해진다고 경고했다 (Linz, 1978). 나경원은 거듭 여당을 **“의회 독재”**로 규정하며 의회 내 협력을 거부했고 , 2025년에는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민주당이 계엄을 유발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군사 조치를 정당화하는 취지의 극언을 내놓았다 . 집권당을 체제 전복 세력으로 묘사하거나, 위헌적 수단인 계엄령까지 언급하는 이러한 태도는 민주주의 게임의 기본 전제를 무너뜨린다. **로버트 달(Dahl)**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는 경쟁 세력 간 상호 관용과 규칙 준수인데 (Dahl, 1971), 나경원의 극단적 레토릭은 정치 경쟁자를 적으로 규정하여 관용의 공간을 좁히고 민주 절차 대신 힘의 논리를 부추겼다. 한나 아렌트(Arendt)가 전체주의의 탄생에서 지적했듯, 대중은 선전으로 움직이는 군중이 될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 (Arendt, 1951). 나경원의 선동적 발언들은 아렌트가 경고한 선전 정치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예컨대 2019년 그녀의 국회 연설 이후 집권당은 그의 발언을 “막장발언·극우 광풍·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수준”이라 규탄하며 국회 윤리위 제소를 추진했다 . 이러한 사례들은 나경원의 언행이 얼마나 민주주의 담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극단적 진영대립을 심화시켰는지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나경원의 극우 포퓰리즘적 정치 행보는 민주주의의 토대인 다원주의적 공존을 훼손하고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Ⅲ. 마키아벨리식 정치 전략과 그 한계

나경원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면 권력 획득과 유지를 위해 마키아벨리적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마키아벨리(Machiavelli)는 《군주론》에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거나 군주는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안전하다는 통찰을 남겼다 (Machiavelli, 1532/2008). 실제로 나경원은 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적 수사, 제도 내 투쟁, 때로는 비공식적 수단도 불사했다. 예를 들어 2019년 여당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자,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은 국회에서 법안 상정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회의실을 점거하고 몸싸움을 벌이는 이 사태로 인해 국회 기능이 마비되었고, 훗날 관련자들이 폭력 사태로 고발당하는 등 후유증을 낳았다. 이런 행태는 합법적 절차를 넘어선 권모술수라는 점에서 마키아벨리가 조언한 “필요하다면 법을 벗어난 강제력 행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 규범을 심각히 훼손하는 위험한 전략이었다. **조지프 슘페터(Schumpeter)**는 민주주의를 엘리트들 간의 권력 경쟁으로 보았는데 (Schumpeter, 1942), 나경원의 전략은 이 승자독식 경쟁 모델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녀는 정치 과정을 국민의 숙의나 합의의 장이라기보다, 상대를 제압하고 승리를 쟁취해야 할 전쟁터로 간주한 듯했다. 이는 의회정치의 협상과 타협이라는 본령을 부정하고 오로지 권력투쟁에만 집중한 행보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강경 전략은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일 수 있었다. 실제로 나경원은 자신을 **“투사의 이미지”**로 부각시키며 “앞장서서 투쟁했다”는 서사를 저서에서도 강조했다 .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마키아벨리식 책략의 남용은 국민 다수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고, 정치적 고립과 역풍을 가져왔다. 2020년 총선에서 보수야당이 참패하고 나경원 본인도 지역구에서 낙선한 것은, 극단 대결 위주의 전략이 중도 유권자의 이탈을 불러왔음을 시사한다. 정치적 문제점은 또한 이러한 전략이 가져온 양극화 심화와 신뢰 추락이다. 정치지도자가 승리를 위해 적대와 분열만을 조장하면, 민주적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이 커지고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슘페터가 경고했듯 민주주의가 단순히 권력 쟁탈 게임으로 전락하면 대중은 정치에 냉소하게 되고, 과두적 엘리트 지배만 강화될 위험이 있다 (Schumpeter, 1942). 결국 나경원의 공세 일변도 정치는 권력을 얻기 위한 단기전술로서는 이해될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규범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심각한 폐해를 남긴 셈이다. 이는 마키아벨리가 간과한 부분이기도 한 **“정략의 역풍”**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수단의 정당성도 중요한데, 나경원은 목적 달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대중적 정당성을 소모하고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Ⅳ. 권력 집중과 엘리트주의적 행보

나경원의 정치 인생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며, 권력의 집중과 엘리트주의적 성향이 여러 측면에서 드러난다. 그는 서울대 출신 법조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하여, 핵심 당직과 국회의원직을 오래 유지한 기득권 정치인이다. 슘페터의 이론대로 민주정치는 결국 엘리트들의 경쟁 무대이고 유권자는 그중 지도자를 선택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Schumpeter, 1942), 나경원은 이러한 엘리트 민주주의의 체현자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의 행보가 대중의 참여나 사회적 다양성보다는 소수 권력층의 이익과 입지 강화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로버트 달(Dahl)은 민주주의를 다원주의적 권력 분산으로 파악하여 다양한 집단이 정치에 접근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건강한 민주정치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Dahl, 1971). 그러나 나경원은 정치 과정에서 특권층의 권력 독점을 옹호하거나 용인함으로써, 달이 말한 포용적 다원주의와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그는 여당의 사법개혁 시도를 저지하며 검찰 등 기존 권력기관의 기득권을 끝까지 두둔했는데, 이는 사정기관에 대한 민간 통제를 강화하려는 민주적 요구를 외면한 처사였다. 또한 자신의 가족 문제에서 드러난 행태는 엘리트 특권의 남용으로서 대중의 평등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경원의 자녀들은 입시와 학업 과정에서 여러 ‘엄마 찬스’ 의혹을 받았다. 딸의 대학 특수전형 입학 과정에서 모교 교수와의 연줄이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아들의 고교 시절 서울대 실험실 사용 및 연구 포스터 제1저자 등재로 국제대회 입상한 사례 등은 정치인의 지위를 사적으로 이용한 전형적인 특권 남용 사례로 지목됐다  . 실제로 뉴스타파 등의 탐사보도로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나경원은 해당 언론을 고소했으나, 법원은 딸의 면접 특혜 등 핵심 보도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 이처럼 그는 겉으로는 공정과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과 가족에 유리한 특권적 질서를 향유함으로써, 엘리트주의적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나경원이 몸담은 보수 정당 내부에서도 권력은 소수 당권파에 집중되곤 했으며, 그 역시 이러한 권력 구조의 상층부에 속해 당내 개혁보다는 기존 권력 맹유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구 엘리트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즉,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형성된 특권층이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권에 남아 과거 방식대로 권력을 운영하려는 경향이다. 후안 린츠의 연구는 민주 전환기 구엘리트들이 민주적 규칙보다는 자신들의 생존을 우선할 때 민주주의 공고화가 지체됨을 지적한다 (Linz & Stepan, 1996). 나경원의 사례는 이러한 맥락에서, 형식상 민주주의 틀 안에서도 권위주의적 엘리트 통치 방식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신자유주의적 해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소수 부유층에 유리했던 기성 경제질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 다른 정당들은 이를 두고 “양극화와 헬조선을 초래한 신자유주의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나경원의 구태 엘리트 노선을 비판했다 . 또한 나경원은 냉전 반공 이념을 자주 소환하며 “종북(從北) 세력 대 반애국세력”이라는 이분법을 정치의 축으로 삼으려 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논리와 닮아있다. 이는 냉전체제에 기반한 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노선의 결합으로, 20세기 후반 한국 보수 지배층이 추구했던 통치 모델을 답습하는 모습이다  . 정리하면, 나경원의 행보는 권력의 집중과 엘리트 지대의 보호라는 두 축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사회에서 요구되는 권력의 분산과 투명성, 사회적 형평성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엘리트주의적 행보는 대중의 정치 불신과 반발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보수진영 내부 분열이나 세대교체 압력으로 돌아오는 등 역효과도 낳았다 .


Ⅴ. 선동 정치와 대중 포퓰리즘의 활용

나경원의 정치 스타일에는 대중 선동과 포퓰리즘적 요소가 빈번히 활용되었다. 그는 야당 지도자 시절 거리 집회와 미디어를 통해 감정적 호소와 분노 동원 전략을 구사했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국면에서 보수진영이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열었을 때, 나경원은 이에 동조하며 “국민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목소리를 높여야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오마이뉴스, 2019). 이는 민심을 등에 업은 정의의 투사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화법이다. **포퓰리즘(populism)**은 정치엘리트 대 대중이라는 이분법에 기대어, 자신만이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이고 상대는 부패 기득권이라는 구도를 만든다 (Mudde, 2004). 나경원은 문재인 정부를 부패·무능 정권으로 규정하고 자신과 보수야당을 국민 편에서 싸우는 세력으로 그렸다. 가령 그는 문 정부를 겨냥해 “경제 폭망, 안보 무장해제” 등의 표현을 쓰며 사회 불안감을 부추겼고, 여당의 정책을 “가짜뉴스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이라고 역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근거 부족한 주장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 **한나 아렌트(Arendt)**는 전체주의 지도자들이 **“대중은 선전에 의해 움직이는 군중”**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는데 (Arendt, 1951), 나경원의 선동 정치는 이러한 통찰과 맞닿아 있다. 그는 때때로 사실에 입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지층 정서에 영합하는 주장을 펼쳤다. 예를 들어 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 대북 화해 정책 등에 대해 근거가 불명확한 위기 담론을 퍼뜨려 정부 불신을 조장했는데, 이에 대해 여당뿐 아니라 제3정당들까지 “왜곡된 주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가짜뉴스 선동 정캇라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 나경원의 이러한 화법은 정치적 양극화를 크게 심화시켰다. 그의 발언에 자극받은 보수 지지층은 더욱 결집하고 급진화된 반면, 진보 지지층은 강한 적대감을 가지며 응수하는 적대적 대립 구도가 강화된 것이다. 이처럼 서로를 악마화하는 진영 대결은 한국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정책에 대한 이성적 토론을 어렵게 만들었다. 로버트 달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 토론과 타협을 통해 운영되어야 하는데 (Dahl, 1989), 포퓰리즘 선동 정치는 토론 대신 슬로건이 난무하고, 타협 대신 적대적 배제를 낳기 때문에 민주주의 질을 저하시킨다. 또한 이러한 선동은 종종 허위정보나 과장에 기초하는데, 아렌트는 거짓이 난무하여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질 때 대중은 판단 능력을 잃고 권위주의에 쉽게 현혹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Arendt, 1951). 나경원은 “드루킹 댓글조작”이나 “온라인 여론조작 음모” 등을 제기하며 포털사이트를 항의 방문하는 등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 제기 사건) 대중의 분노를 자극했으나 , 이러한 주장의 실체는 분명치 않아 사회 혼란만 부추겼다. 그럼에도 그는 책임지기보다는 새로운 이슈로 관심을 전환시키곤 했다. 이러한 대중 영합 전략은 마키아벨리적 권모술수와 포퓰리즘적 선전술이 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군중의 심리를 이용해 지지를 확보하려는 계산된 행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공동체의 신뢰 손상과 진실성의 상실로 이어졌다. 후안 린츠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선동하면서 제도에 대한 존중을 약화시키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Linz, 1978). 나경원의 선동 정치는 바로 그와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요약하면, 나경원의 포퓰리즘은 단기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활용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숙의 민주주의 문화를 저해하고 사회적 신뢰 자본을 갉아먹음으로써 민주주의 토양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Ⅵ. 『나경원의 증언』에 나타난 모순과 신뢰성 문제

나경원의 저서 **『나경원의 증언』**은 그가 2019년 야당 원내대표로 활동했던 1년을 중심으로 본인의 정치 여정을 회고한 책이다 . 그는 이 책에서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저항과 협상”의 기록이라며 자신이 옳은 정치를 위해 분투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그러나 이 1인칭 증언에는 여러 모순점과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서술의 편향성이다. 정치인의 회고록은 자신의 행적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나경원의 책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그는 책에서 여당의 입법 강행을 “헌법 가치 훼손”으로 규정하며 본인의 필리버스터와 국회 농성을 헌정 수호 투쟁으로 미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서술은 객관적 사실과 괴리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2019년 말 자유한국당의 국회 폭력 사태는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많은 국민이 인식했다. 즉, 나경원이 수호자로 묘사한 행동이 오히려 파괴자에 가까웠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는 내러티브의 모순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행동과 수사의 괴리이다. 나경원은 공개적으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강조해왔으나 , 정작 자신이 책에서 밝힌 행보를 보면 법원의 판결이나 사정기관의 수사를 존중하기보다 불리할 경우 정략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많다. 이를테면 그는 사법부가 보수 정치인들에 내린 판결을 “정치 판결”이라고 공격하면서, 한편으로는 본인과 가족을 향한 의혹 수사에는 특혜를 기대하는 듯한 이중 태도를 보였다. 2023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자 “헌재가 헌법파괴자”라고 원색 비난한 일도 있었는데 , 법치주의를 말하면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헌정기관은 깎아내리는 이러한 태도는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 진실의 위계가 무너지면 시민들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고 지적했는데 (Arendt, 1971), 나경원의 언행 불일치와 자기합리화는 그가 주장하는 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셋째, 역사인식의 선택성 문제이다. 『나경원의 증언』에서는 자신이 처했던 정치적 상황을 부각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나 여당의 잘못을 열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속한 보수진영의 과오나 한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미미하거나 남 탓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9년 그의 연설에 대해 다른 야당(평화당 등)은 “탄핵 이후 한 치도 혁신하지 못한 한국당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혹평하면서, 그가 내로남불식 태도로 자신들의 입시비리·채용비리 문제 등은 외면하고 오직 정부 비판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 이러한 지적은 나경원의 서술이 편향된 자기중심적 시각임을 보여준다. 넷째로, 정치적 의도성이다. 나경원의 책은 2020년 말 출간 직후 그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과 맞물려 화제가 되었는데 , 이는 이 책이 하나의 정치적 행보였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는 책 출간 직후 언론을 상대로 북토크 행사를 열어 대외 행보를 재개했는데 , 이는 저서가 순수한 회고라기보다 향후 정치 재개를 위한 여론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군주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역사를 유리하게 기록하도록 애쓴다 (Machiavelli, 1532/2008). 나경원의 증언록도 바로 그러한 이미지 정치의 산물로 읽힌다. 요컨대, 해당 저서는 자기 미화와 선택적 사실 서술로 일관할 위험이 있으며, 독자는 이를 비판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정치학적 연구에서는 1차 자료로서 정치인의 자서전을 활용할 때 편향과 왜곡에 대한 교차검증이 필수적이다. 나경원의 책 역시 그 주장의 사실 여부와 맥락을 다른 증언이나 자료와 대조해야만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증언이 정말로 공익을 위한 진실한 고백인지, 아니면 정치적 계산에 기반한 자기정당화인지에 대해 학문적으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볼 때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리며, 이 점에서 책의 신뢰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Ⅶ. 결론: 나경원 사례가 드러낸 민주주의의 과제

나경원의 저서와 정치 행보에 대한 위의 분석을 종합하면, 그의 정치에는 극우 포퓰리즘적 요소, 신자유주의 결합 권위주의 경향, 강경 대결 중심의 정당정치 관행,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 등이 두드러졌다. 마키아벨리가 조언한 권모술수와 슘페터가 묘사한 엘리트 경쟁의 민주주의가 결합된 듯한 그의 스타일은 단기간에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효과를 발휘했을지 모르나, 동시에 민주주의의 규범과 제도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했다. 한나 아렌트와 후안 린츠 등이 경고한 선동 정치와 권위주의적 행태는 그의 언행에서 현실로 나타나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버트 달이 주장한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나경원의 정치는 다원성보다는 편 가르기와 자기 진영의 이익 극대화에 치우쳐 있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보여준다. 1987년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는 정착했으나, 민주적 심화(democratic deepening)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구질서의 권위주의적 관성이 남아 있다. 나경원과 같은 기성 정치인의 행태는 이러한 미완의 민주주의에서 기인한 측면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원인으로서의 측면을 모두 지닌다. 그의 극우적 포퓰리즘과 엘리트주의는 대중의 양극화된 반응을 불러일으켜 정치적 균열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정치권은 상호 불신이 깊어지고 타협은 실종되며, 국민들은 정치 혐오를 느끼는 악순환이 강화되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능 부전을 초래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민주주의 붕괴 위험까지 내포하는 문제다 (Linz, 1978). 다행히도 한국 민주주의는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성숙과 헌법기관들의 견제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나경원 사례는 우리 민주주의가 어디에 취약한지를 일깨워준다. 앞으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극단주의적·엘리트주의적 정치 행태를 극복하고, 보다 포용적이고 책임있는 정당정치 문화를 정착시키는 과제가 중요하다. 정치인은 권력 욕망을 견제하고 민주주의의 규칙과 가치를 준수해야 하며,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나경원의 퇴조와 보수진영의 세대교체 움직임은 한편으로 한국 정치가 변화 압력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그 변화의 방향은 탈권위주의, 탈포퓰리즘, 반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경원 전 의원의 정치 여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본 연구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재 모습을 투영하는 거울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그의 사례는 민주주의가 단지 선거만이 아니라 정치문화와 리더십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부터 후안 린츠에 이르는 정치이론가들의 통찰을 빌리자면, 건강한 민주정치는 권력을 잡는 기술뿐 아니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제약할 것인가에 대한 규범을 필요로 한다. 나경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는 그 규범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를 교훈 삼아, 한국 정치가 보다 성찰적이고 책임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Arendt, H. (1951).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New York: Harcourt Brace.

Dahl, R. A. (1971). Polyarchy: Participation and Opposition.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Linz, J. J. (1978). The Breakdown of Democratic Regimes.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Machiavelli, N. (1532/2008). The Prince (Trans. by Harvey C. Mansfiel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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