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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책] 김문수,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1
functor 2025-03-11 09:52   조회 : 748


서론: 김문수의 정치적 궤적과 문제의식


김문수는 1980년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이후 보수 정당에 합류하여 경기도지사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2009)에서 보수 논객 조갑제와의 대담을 통해 애국과 선진화 담론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을 “통일강대국”이라는 일류 국가로 만들 비전을 제시했다  . 그러나 그의 담론과 정치 행보는 극단적 이념 편향과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 논문은 니콜로 마키아벨리, 요제프 슘페터, 한나 아렌트, 로버트 달, 후안 린츠 등의 정치이론을 원용하여 김문수의 저서 내용과 정치 활동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①극우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②권위주의 경향과 민주주의 후퇴③정당정치와 양극화④정치적 전략과 대중 선동⑤전체주의적 요소⑥‘일류 국갗 담론의 모순 등의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1. 극우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 결합


김문수의 정치 담론에는 극우 포퓰리즘의 특징과 신자유주의 이념이 결합된 흔적이 나타난다. 포퓰리즘적으로 그는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이념 대립으로 환원하고 반공과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 같은 중도 성향의 인물조차 “김일성주의자”라고 낙인찍으며 국민 대 반역자 구도의 극단적 대중 정서를 동원했다  . 이러한 극단화는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결집시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수사다. 동시에 김문수는 신자유주의적 담론을 앞세워 국가 발전을 모색하는데, 시장 중심의 경제관과 작은 정부 노선을 강조한다. 그는 “자유가 밑천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각종 규제 철폐와 경제적 자유 확대를 주장했고,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투자 유치와 기업 활동 지원에 힘썼다 . 복지 분야에서도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고 잔여적 선별복지를 옹호했는데, 무상급식 정책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 비난하며 예산을 전액 삭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 이는 시장만능주의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논리와 반복지 포퓰리즘이 결합된 행보로 평가된다. 결국 김문수의 담론은 국민을 내편과 적으로 양분하는 선동적 어휘 와 친시장·반복지 정책 이 결합되어, 극우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의 동맹이라는 현대 우파 정치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2. 권위주의 경향과 민주주의의 후퇴 위험


후안 린츠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과정에는 집권층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반(反)민주적 언행이 중요한 경고 신호로 나타난다 . 김문수의 발언과 행동에는 이러한 권위주의 경향이 엿보인다. 그는 민주적 규범을 경시하고 정적(政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언사를 반복해왔다. 2019년 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이명박이 구속이라면 문재인은 당장 총살감”이라고까지 주장한 것은 충격적인 예이다 . 선거로 선출된 전임 대통령을 법적 절차가 아닌 물리적 제거 대상으로 규정한 이러한 주장은 명백히 민주 규칙을 부정하고 폭력을 용인하는 권위주의적 태도이다. 또한 그는 국회 답변 등 공식석상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확실한 김일성주의자”라며 야당 지도자를 반역자로 몰아세웠다 . 이처럼 정치 경쟁자에 대한 악마화와 적대시는 린츠가 지적한 민주주의 훼손 징후(정당한 반대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에 부합한다. 더 나아가 김문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미화와 옹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할 때 산업화와 국가건설의功만을 강조하며 칭송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 이는 해당 정권들의 반민주적 통치에 대한 비판의식이 결여된 모습이다. 민주주의 후퇴는 한순간에 일어나기보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언행의 누적을 통해 서서히 진행된다. 김문수의 행보는 민주 지도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즉 경쟁자에 대한 관용과 폭력의 배격—을 훼손함으로써 절차적 민주주의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린츠의 분석 관점에서 볼 때, 김문수의 극단적 반공 발언들과 권위주의자 옹호 태도는 민주주의 **“유일한 게임의 규칙”**이라는 신념을 약화시켜 체제 전복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 이는 민주주의의 점진적 타락을 경고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3. 정당정치와 양극화: 다원주의의 침식


로버트 달의 다원주의 민주주의 이론은 건강한 민주정치가 다양한 집단과 이견의 경쟁과 타협 위에 서 있음을 강조한다 . 달에 따르면 민주사회에서는 야당과 이해집단의 정당한 역할이 보장되고, 정치적 반대자들도 적이 아닌 경쟁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문수의 정치 전략은 이러한 정당 간 다원주의를 훼손하고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는 반대 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상적인 정책 경쟁을 이념 전쟁으로 비틀어 놓았다. 앞서 언급한 “문재인=김일성주의자” 발언이나 각종 막말들은 야당을 민주주의 공동체에서 배제하려는 언동이다 . 이러한 태도 속에서는 초당적 협력이나 합리적 토론의 공간이 사라지고, 오직 편 가르기만 남게 된다. 실제로 김문수는 경제사회노동위 위원장으로서 노사정 대화에 임할 때도 대화와 타협 대신 반공 이념전으로 일관했다. 그는 ILO(국제노동기구)의 기본 협약들까지 “김일성주의에 부합”한다고 매도하며, 협력적 노사 관계의 전제를 이념적으로 훼손했다 . 노동조합 등 다양한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치부함으로써, 민주사회 필수 요소인 복수의 자율적 집단의 존재를 부정하는 셈이다. 달의 이론에照하면 이런 현상은 민주주의 폴리아키(polyarchy) 체제의 균열로 볼 수 있다 . 즉, 김문수의 정치에는 승자독식적 일원론(一元論)이 강하여 다원적 경쟁을 인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 결과 한국 정당정치는 더욱 이념적으로 양극화되고, 여야 간 건설적 논의나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안정성이 약화된다. 예컨대, 그가 속한 보수정당 내부에서도 극단적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홍준표 등 동료 정치인의 비판) , 김문수는 이를 좌파에 대한 나약함으로 치부하며 우경화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에서 중도 온건 세력의 입지를 좁히고, 사회 갈등을 증폭시켜 민주주의 협치의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요컨대 김문수의 전략은 정당정치를 이념 전선으로 변질시켜 탈다원화(de-pluralization)를 초래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경쟁적 공존을 훼손하고 있다.


4. 정치적 전략과 대중 선동: 마키아벨리와 슘페터의 시각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요제프 슘페터의 관점을 적용하면, 김문수의 정치 리더십은 권력을 위한 전략적 변신과 대중 선동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먼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비추어 보면, 김문수는 권력 획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인다. 그는 한때 민주화 운동 진영의 혁명가였으나, 1990년대 중반 보수 정당으로 전격 전향하면서 자신의 정치 노선을 급선회했다  .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 동지들로부터 “변절자”로 불리고, 보수 진영에서는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양 진영 모두의 미운 오리새끼가 되었지만, 본인은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과 선진화 열망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 이는 마키아벨리가 말한 통치자의 이미지 관리와 유사하다. 즉, 겉으로는 명분(애국) 내세워 자신의 변화가 대의를 위한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도덕적 비난을 무마하고 새로운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문수가 이승만·박정희 찬양과 북한 규탄에 열을 올린 것을 두고 “좌파 꼬리표를 떼고 보수층을 얻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 이러한 평가는 그가 마키아벨리식 권모술수를 써서 극우적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모으려 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목적(대권 또는 권력 장악) 위해수단(극단 발언이념 변신) 정당화한 셈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때로는 “여우와 사자의 면모”를 모두 갖추라며 필요하면 교활함과 공포정치를 병행하라고 조언한 것에照하면, 김문수는 대중의 두려움(반공 공포)과 열광(애국심)을 동시에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것이다.


요제프 슘페터의 엘리트 민주주의 이론은 김문수 현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틀을 제공한다. 슘페터는 민주주의를 “정치적 지도력을 장악하기 위한 자유 경쟁”에 불과한 것으로 정의하며, 공동선이나 국민 일반의 의지는 부재한 것으로 보았다 . 이 관점에서 보면, 김문수는 민주주의를 이념과 정책의 경쟁장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의 언행은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종합하여 공공선을 도출하려 하기보다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효과적 슬로건과 적대적 분위기 조성에 집중해왔다. 예컨대 “좌파 척결”이나 “일류 국가 건설” 같은 구호들은 구체적 정책 내용보다는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적 메시지다. 이는 슘페터가 경고한 민주정치의 앙상화(骸炭化)—정치가들이 표를 얻기 위해 대중 선호를 조작하거나 단순화하는 현상—와 일치한다 . 김문수는 실제로 대중집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극우 집회 세력과도 밀착했는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정치인 중 전광훈 목사 등이 주도한 광화문 극우 집회를 두둔하며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 이는 극우 대중동원 전략과 결합한 그의 정치 행태를 보여준다. 슘페터에 따르면 지도자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권자의 감정을 동원하는데, 김문수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활용한 대중동원에 능숙하며 필요하면 허위 정보나 과장도 불사해왔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 민주주의가 경쟁적 선동장으로 전락할 위험을 잘 보여준다. 요컨대, 마키아벨리의 시각으로 본 김문수는 권력을 위해 실용적으로 탈피하는 군주의 모습이며, 슘페터의 시각으로 본 그는 투표시장에 집중하여 대중의 충성만 얻으면 된다고 믿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두 이론 모두 김문수의 행보를 민주주의 이념보다 권력 유지와 획득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파악하며, 이는 그의 극우적 대중 선동이 일정 부분 합리적인 계산의 산물임을 시사한다.


5.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이론과의 비교


김문수의 정치 담론에는 한나 아렌트가 정의한 전체주의적 요소도 일부 내포돼 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폭력을 통해 인간 본성을 파괴·재구성하려는 가장 극악한 정치체제”로 규정하면서, 오직 하나의 이념과 목표만을 강요하고 다원성을 제거하는 특징을 지적했다 . 물론 김문수의 행보를 역사상 전형적 전체주의(나치즘이나 스탈린주의)에 직접 비견할 수는 없지만, 그의 언설에는 일원적 세계관과 이념적 광신성이 드러난다. 그는 사회 갈등의 모든 원흉을 “종북좌파”나 “공산주의 세력”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마치 대한민국에 내재한 모든 문제가 반공 이념의 투철함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의 단순 해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사실의 복잡성을 부정하고 허구적 현실관을 주입하는 전체주의적 선전 기법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 실제로 김문수는 역사적 사실마저 이념에 맞게 왜곡하거나 특별한 맥락 없이 꺼내어 선동에 사용하곤 했다. 그가 국회에서 “일제 강점기 우리 조상의 국적은 일본”이라며 식민지배의 불편한 진실을 꺼내 든 장면은, 역사적 맥락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었다 . 이는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 서술 통일성 강요와 맞물려, 과거사 인식마저 하나의 공식으로 재단하려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아렌트에 따르면 전체주의 운동은 대중의 고립감과 불안을 이용해 일체감을 부여하는데, 김문수의 극단적 애국·반공 담론 역시 지지자들에게 단순한 선악 구도를 제공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적개심의 배출구를 만들어준다. 또한 전체주의는 언론과 정보의 조작을 동반하는데, 김문수 진영 역시 거친 표현과 때때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로 진실과 허위를 뒤섞어 전달한다. 앞서 본 것처럼 그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이나 보편적 복지 정책까지 “김일성주의”로 몰아붙였는데 , 이는 사실관계를 심각히 왜곡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반복해 정보 환경을 물들이는 행태는, 아렌트가 설명한 대중 선동술의 한 단면이다 . 또한 김문수는 증오의 정치를 활용한다. 사회 각계의 진보 인사나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은 그의 담론에서 끊임없이 국가를 좀먹는 적폐로 그려지며, 그들에 대한 배제와 응징이 정당화된다. 이는 아렌트가 말한 “혐오집단을 악마화하여 법적·도덕적 권리를 박탈”하는 전체주의 수법과도 일맥상통한다 . 물론 한국의 현실 정치에서 김문수가 실제로 전체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서술 기법은 민주주의보다는 전체주의적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원적 사실을 하나의 거대 담론(반공 애국주의)으로 덮어버리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국민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려는 언어 전략은 전체주의의 미시적 징후로서 경계되어야 한다 .


6. ‘일류 국갗 담론의 모순과 자기모순


김문수가 주장하는 일류 국가 또는 통일강대국 비전과, 그가 제시하는 정치적 노선 사이에는 여러 내적 모순이 존재한다. 먼저 가치적 모순을 지적할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군사적으로 강한 선진국으로 만들자고 역설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행태는 선진국에 필수적인 민주 가치와 포용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모순된다. 일류 국가란 단순히 GDP나 군사력만이 아니라 성숙한 민주제도와 사회통합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앞서 살핀 대로 김문수는 정치적 경쟁자를 적으로 몰아붙이고 민주 절차를 경시하는 언행을 보여왔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제도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 갈등을 심화시켜,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 즉 일류 국가를 외치면서도 일류 국가의 핵심 요건인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것이다. 둘째로 이념적 모순이 드러난다. 김문수는 줄곧 “자유”와 “애국”을 강조해왔고 규제 철폐나 시장 자유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자유주의 국가를 꿈꾼다고 했다 .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자신이 규정한 적대 세력에 대해서는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가령 노동조합의 파업권이나 반대자의 표현의 자유는 그가 쉽게 “종북”“공산주의” 딱지를 붙이며 탄압 대상처럼 여기는 부분이다 . 이는 스스로 내건 자유 민주주의란 기치와 상충된다. 진정한 자유민주 사회라면 다양한 견해와 집단의 자유를 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문수의 접근법은 ‘내 편’의 자유만 중시하고 ‘남의 자유’는 억압하는 이중성을 띤다. 이러한 내적 모순은 그의 ‘일류 국갗 담론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셋째로 애국주의의 모순이 있다. 김문수는 자신의 변신을 합리화하면서 “나의 마음속 애국심은 변함없다”고 강조했지만 , 정작 그의 역사인식과 외교관은 전통적인 애국 담론과 충돌한다. 대표적으로 그의 식민지배에 대한 언급이나 한일관계관은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친일적”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 앞서 그가 일제강점기 조상의 국적 운운한 일화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심지어 보수 성향의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를 “어이없는 망발”이라 직격했다 . 한편 김문수는 한미일 동맹 강화 등 외교적으로 일본과의 밀착을 주장하는 뉴라이트적 입장에 가깝다 . 이러한 태도는 전통적 의미의 민족주의적 애국과는 거리가 있어, 애국을 표방하면서 국민 다수가 공유하는 역사 정의와 충돌하는 자기모순적 상황이 빚어졌다. 넷째, 정책적 모순도 지적된다. 그가 이상으로 제시한 일류 국가는 경제적으로도 강한 나라일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김문수식 정책들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부국강병만 좇다 보면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할 위험이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 예컨대 그는 “벼룩의 간을 빼서 도민에게 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산 절감에 집중하며 복지축소적 행정을 펼쳤지만 , 이는 단기적으로 재정 효율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인적자원 개발이나 사회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요컨대 일류 국가를 만들겠다면서 그 토대가 되는 국민 통합과 인재 양성에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문수-조갑제 대담집 자체에서 드러난 관점 충돌도 일종의 내적 모순이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은 큰 틀에서는 합의하면서도 현대사 인식이나 대북 문제에서 미묘한 견해차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 이는 ‘일류 국갗 구현 방안에 있어서도 김문수 자신의 입장이 일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대북정책에 있어 그는 과거 운동권 경력 때문에 인도적 지원이나 유화책에 일부 긍정적 뉘앙스를 보인 적도 있으나, 보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다. 이러한 변화는 그 스스로 제시한 국가 비전의 추진에 있어서도 전략적 모호성이나 혼선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정리하자면, 김문수가 말하는 ‘일류 국갗란 목표는 그 자체로 바람직한 측면(국가 발전 추구)이 있음에도, 그의 수단과 노선이 그 목표를 잠식하는 내재적 모순을 안고 있다. 민주적이고 통합된 선진국을 외치면서 비민주적이고 분열적인 정치를 행한다면, 결국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김문수의 ‘일류 국갗 담론은 공허한 수사로 남을 위험이 크다.


결론: 극우 포퓰리즘의 함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함의


김문수의 저서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와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한 위의 분석을 종합하면, 그는 극우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정치 동원 전략을 구사해왔으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규범과 제도를 잠식하는 경향을 보임을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적 권력추구와 슘페터적 경쟁논리에 충실한 그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특정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회 양극화 심화와 정치질서의 불안정을 가져와 민주주의의 퇴행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한다. 한나 아렌트의 통찰대로 볼 때, 사실을 이념에 예속시키고 반대파를 적으로 몰아가는 정치에는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 이는 결코 ‘일류 국갗로 가는 바람직한 경로가 아니다. 로버트 달과 후안 린츠가 강조한 바와 같이, 다양한 세력의 공존과 상호 존중이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핵심인데  , 김문수식 정치에서는 그러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윤리가 실종된 모습이다. 결국 김문수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냉전 이념에 기반한 극단주의와 신자유주의적 불평등이 결합될 때, 민주주의는 어떻게 위협받는가를 드러내는 사례인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고찰은 한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우리 정치 전반에 주는 함의를 가진다. 일류 국가를 향한 열망이 진정 의미 있으려면, 경제 발전뿐 아니라 정치 발전—특히 자유와 평등, 관용의 가치 구현—이 병행되어야 한다. 김문수의 사례는 ‘선의의 애국’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지는 반민주적 행태를 경계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정치 지도자의 언행이 마키아벨리식 책략에 치우치거나 슘페터식 경쟁 논리에만 매몰될 때, 민주주의의 질은 떨어지고 국민 통합의 꿈도 멀어진다. 따라서 김문수에 대한 이 같은 정치학적 비판은, 한국 사회가 앞으로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참고문헌:

김문수·조갑제 (2009).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서울: 조갑제닷컴.

김문수 (2006). 나의 나의 꿈. 서울: 중앙북스.

Machiavelli, N. (1532/2010). The Prince. (Translator 주현우). 서울: XXX출판사.

Schumpeter, J. (1942/2014).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한국어 번역본: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Dahl, R. (1971). Polyarchy: Participation and Opposition.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Linz, J. (1978). The Breakdown of Democratic Regimes.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Arendt, H. (1951/2006).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한국어 번역본: 전체주의의 기원).

레디앙,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일보 등 언론 기사 (2009~202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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