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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책] 원희룡, 원희룡이 말하다 1
functor 2025-03-26 09:39   조회 : 689

원희룡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적 분석: 정치학 이론과 『원희룡이 말하다』의 담론을 중심으로


서론


원희룡은 학생운동가 출신으로 국회의원 3선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대한민국 보수 정치인이다. 1960년대 생인 그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으며, 이후 보수정당 내 소장개혁파로 활약하면서 한때 합리적 보수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 2021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펴낸 저서 **『원희룡이 말하다』**에서 그는 자유와 혁신,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며 보수 정치의 개혁을 역설했다. 그러나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의 정치 행보는 점차 포퓰리즘적 대중 선동과 강경 우파 노선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제주도지사 시절 공론조사 권고를 뒤집고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을 강행하여 시민사회 반발을 샀고 , 국토부 장관 재임 중에는 노조를 **“귀족 기득권”**이라 매도하며 강경 대응해 노조 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 장관직을 마친 뒤에는 극우 성향의 보수 개신교 집회에 참석하여 논란이 되었고, 야당 대표와의 선거전을 벌이는 등 공격적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본 글은 원희룡의 이러한 정치적 행보를 정치학 이론과 현대 정치 프레임워크를 통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마키아벨리의 권력 기술론, 슘페터의 민주주의 이론,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및 악의 평범성 개념, 로버트 달의 다원주의 이론, 후안 린츠의 권위주의 연구 등 주요 정치학자들의 관점을 적용하여 원희룡의 권력 추구 전략과 정치적 행태를 조명할 것이다. 특히 포퓰리즘, 권위주의, 민주주의 후퇴, 정당정치, 극단주의, 정치 양극화 등의 현대 정치학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원희룡이 보이는 극우적 경향성과 대중 선동 전략이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을 평가한다. 아울러 그의 저서 『원희룡이 말하다』에서 표방한 이상과 실제 정치 행태 간의 모순점을 지적함으로써, 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밝혀보고자 한다. 이러한 이론적 분석을 통해 원희룡 사례가 보여주는 한국 보수정치의 변화와 그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권력 추구와 전략적 행보: 마키아벨리와 슘페터의 시각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효과적인 권력 유지 방법으로 권모술수와 유연한 전략을 강조했다(Machiavelli, 1532/2010). 원희룡의 정치 경력은 이러한 마키아벨리식 권력 기술을 연상시키는 면모가 있다. 그는 정치 이념이나 당적보다 권력 확보와 생존을 우선시하는 실용적 행보를 보여왔다. 예컨대 2018년 제주도지사 재선에 나설 때, 박근혜 정부 몰락 이후 보수정당의 이미지가 제주에서 악화되자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 실제로 그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제주 발전을 위해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여 무소속 당선에 성공했다 . 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서라도 권좌를 지키는 이러한 모습은 마키아벨리가 조언한 ‘정치적 유연성’과 일치한다. 또한 원희룡은 스스로 “큰 정치에 도전하는 것이 평생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는데 , 권력을 향한 이 같은 강한 욕망 표출은 권력 지향적(realist) 민주주의관을 보여준다.


정치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의 민주주의 이론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지도자들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경쟁적으로 획득하는 제도적 장치일 뿐이며 유권자들은 그들 중 가장 유능한 관리자를 선출하는 역할을 한다(Schumpeter, 1942). 원희룡의 행보는 이러한 슘페터식 엘리트 민주주의 관점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정치에서 이념적 원칙보다는 승리와 효율을 중시해왔고,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2022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정권교체를 이끌 승리하는 후보가 되겠다”며 자신의 경쟁력만을 부각시켰고 , 대중의 이익 실현보다 정권 획득 여부를 최우선에 두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는 민주주의를 공공선 실현의 장이라기보다 권력 투쟁의 장으로 간주한 슘페터의 정의와 부합한다. 요컨대 원희룡은 필요에 따라 당적을 바꾸고 노선을 수정하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불사하는 현실주의적 정치인으로 비춰진다. 이는 마키아벨리의 조언대로 권력을 위해 사자와 여우의 역할을 교차 활용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를 정치 엘리트들의 경쟁으로 환원시킨 슘페터의 시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지향의 정치에는 윤리와 일관성 결여라는 비판이 따른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필요하면 악덕도 활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겉으로는 미덕을 가장하라고 조언했다. 원희룡은 겉으로는 개혁적 보수를 자처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언제든 입장과 약속을 번복해왔다. 제주도 영리병원 논란에서 그는 공론조사로 도민 다수가 반대한 정책을 뒤집었는데 ,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희생시켜서라도 투자 유치 성과를 내고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장관 시절에도 논란이 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백지화 결정은, 대통령 가족 특혜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진 정략적 선택이었다 . 그는 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여론 악화 후 번복했는데, 불과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말을 바꾸는 행태를 보였다 . 이러한 일관성 없는 밀고 당기기는 **“목적을 위한 거짓과 기만”**도 불사한 권력 추구의 단면으로서, 장기적으로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 상실을 가져오는 위험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적 책략이 단기적으로는 유용할지언정, 현대 민주 정치에서는 정당성과 신뢰라는 자본을 잠식하여 결국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정치: 대중 선동 전략의 부상


원희룡의 최근 행보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포퓰리즘적 대중 선동 전략과 극우적 담론의 강화이다. 포퓰리즘이란 엘리트 대중을 이간하며 **‘순수한 국민 대 부패한 기득권’**의 이분법을 내세우는 정치 전략으로 정의되는데(Mudde, 2004), 원희룡은 집권 세력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득권에 맞서는 개혁가로 연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그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노조가 그동안 갈취해서 뜯어먹은 돈이 너무 많다”**며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에 빗대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 과거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인물이 이제는 노조를 사회악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극단적 변화인데,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 진영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원 장관이 강경 대응할수록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실제로 원희룡은 민주노총 등 진보 성향의 세력을 **“귀족노조·기득권”**으로 규정하여 평범한 국민 대 특권층의 구도를 만들고, 대중의 분노를 특정 집단에 돌리는 포퓰리즘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 선동 전략은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전체주의 운동의 선전 방식과도 부분적으로 닿아 있다. 아렌트에 따르면 전체주의는 대중의 불안과 불만을 활용하여 단순하고 극단적인 세계관을 심어주는 선전을 통해 대중을 동원한다(Arendt, 1951). 원희룡의 극우적 언행에서도 복잡한 사회경제적 갈등을 선악 이분법으로 치환하는 레토릭이 발견된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혼란, 경제 불평등 심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복합적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전임 진보 정권의 이념 탓이나 특정 이익집단의 발목잡기로 책임을 돌리는 식의 발언을 자주 한다. 2023년 논란이 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취소 역시 그는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했다”는 취지로 야당을 비난하며 자신의 극단적 결정을 정당화했다 . 이는 문제의 구조적 원인이나 합리적 토론을 제쳐두고, 음모론적 **‘프레임 전쟁’**을 통해 지지층의 열광을 얻으려는 대중 선동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원희룡은 극우적 이념성향을 지닌 인물들과 손잡으며 극단주의 정치로 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말 장관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그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보수 개신교 집회에 참석하여 논란이 되었다 . 전광훈은 과거 문재인 정부 타도와 극단적 반공 발언으로 악명이 높은 극우 인사인데, 원희룡은 해당 집회 연단에 올라 종교 간증 형식으로 보수 지지층에 호소했다 . 이를 두고 언론은 “원희룡의 정치 재개 첫 행보가 극우 세력과 손잡는 것이냐”는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 원희룡은 곧바로 SNS를 통해 “나의 소신은 보수의 혁신과 통합, 중도 외연 확장”이라 해명하며 “필요하다면 누구든 만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 극단주의 세력을 만나는 것이 과연 중도 확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이러한 행보는 핵심 극우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해석되며, 원희룡 스스로도 향후 당권이나 대권 도전을 위해 보수 정당의 극우 기반과 연대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찾아볼 수 있는 우경화 현상의 일환으로, 주류 보수 정치인이 극우 포퓰리스트들과 손잡고 기성 질서를 공격하며 지지층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Mudde, 2019).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정치의 극단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대중 선동에 편승한 극단주의 정치 행태가 지속될 경우, 사회 통합은커녕 상호 적대감의 고착과 민주적 담론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정치학자들의 경고이다. 원희룡의 포퓰리즘 전략은 단기적으로 개인의 인지도 상승을 가져왔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품질 저하와 중도층 이탈을 야기하여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권위주의적 경향과 민주주의 후퇴 위험: 달과 린츠의 경고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를 **다원주의에 기반한 폴리아키(polyarchy)**로 정의하면서, 자유로운 경쟁과 시민적 참여, 다양한 집단의 공존을 그 핵심 요건으로 꼽았다(Dahl, 1971).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원희룡의 정치 방식은 민주주의의 다원주의적 원리에 부합하기보다는 권위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우선 그는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이나 견해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다. 제주도지사 시절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거스르며 추진한 영리병원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합의나 소수 의견 존중보다는 행정권자의 판단을 강행한 면이 있다 . 또한 국토부 장관 재직 시기,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노동 분쟁에서 대화와 타협 대신 경찰력과 법적 조치로 일관한 태도는 이해관계 집단의 정당한 목소리를 억누르는 비다원주의적 접근이었다. 달의 이론에 따르면 건강한 민주정치는 노조와 같은 이익집단도 정책 과정의 정당한 행위자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하지만, 원희룡은 민주노총 등 자신이 규정한 반대세력을 국익을 해치는 적대 세력으로 간주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정치적 배제를 행했다. 이는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이익을 조정하고 균형을 이루려는 다원주의와 거리가 멀고, 통합 대신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로 비판받는다.


후안 린츠는 민주주의 붕괴 연구에서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어떻게 서서히 민주주의를 잠식하는지 분석했다(Linz, 1978). 린츠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는 지도자들이 헌정 질서에 대한 존중을 저버리고, 반대파의 정당성을 부인하며, 법치주의를 편의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원희룡의 정치행보에서도 이러한 권위주의적 징후를 엿볼 수 있다. 예컨대 그는 최근 교육감 보궐선거 등 법적으로 중립성이 요구되는 선거에까지 개입했다는 논란이 있다. 장관 퇴임 직후 부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출정식에 참석해 사실상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선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이는 집권 세력이 공정해야 할 제도마저 권력 쟁취 수단화하는 모습으로, 민주주의 규범에 어긋난다. 또한 그는 야당 인사에 대한 맹목적 공격과 비방을 서슴지 않았는데,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각종 비리 의혹을 1타강사처럼 집요히 제기한 행동은 합법적 경쟁을 넘어 상대방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정치 행태였다 . 린츠의 기준에서 보면 이러한 야당의 정당성 부정이나 극단적 적대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민주 체제에서는 서로 적법성을 인정하는 **“반대파 간의 관용”**이 필수인데, 이를 무너뜨리면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도 원희룡 현상을 해석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아렌트는 전체주의 하에서 평범한 관료들이 생각 없이 명령에 복종하며 악행에 가담하는 모습을 지적했는데(Arendt, 1963), 원희룡의 경우 민주주의 신념을 자처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극단주의 흐름에 편승하여 비민주적 언행을 일상화한 점에서 일종의 **‘평범한 권위주의’**의 사례로 볼 수도 있다. 그가 노조나 야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데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태도, 그리고 극우 집회에 참석하면서 이를 종교 활동 정도로 포장하는 모습은, 권위주의적 정치 행위를 평범하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 약화이자, 비민주적 행동의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작은 악도 반복되면 일상이 되고, 여러 개인의 무감각한 행위가 누적될 때 체제의 자유와 권리는 서서히 잠식된다. 원희룡 개인의 권위주의적 성향 강화는 곧 집권 세력 전체의 민주주의 후퇴를 방조하거나 촉진하는 톱니바퀴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학계와 국제기구에서는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표현의 자유 위축, 공공기관 장악 시도, 노동3권 제약 등이 관찰되며 , 원희룡이 관여한 정책들도 이러한 흐름의 일부로 비판받는다. 이처럼 원희룡의 행태는 달과 린츠가 경계한 권위주의적 통치 패턴과 상당 부분 겹치며,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퇴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담론과 현실의 괴리: 『원희룡이 말하다』에 나타난 이상과 모순


원희룡은 자신의 책 **『원희룡이 말하다』(2021)**를 통해 국가 비전과 정치 철학을 피력하며 합리적 개혁가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이 책과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는 시대에 맞게 담대하게 혁신해야 한다”며, 과거 권위주의가 문제일 때는 **“민주주의가 중심 과제”**였음을 상기시켰고 , 지금 시대에는 불평등 해소와 약자 보호, 공정한 경쟁을 보수가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또한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회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 요컨대 책 속의 원희룡은 자유민주주의통합과 혁신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지도자의 상을 제시했다. 그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정의로운 분노와 민주화 열정을 잊지 않고 있다고도 썼다 . 이러한 자기 서사는 원희룡을 원칙과 신념이 있는 정치인으로 포장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의 현실 정치 행보는 저서에서 밝힌 이상과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우선 그는 책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했지만, 실제 행태는 앞서 살펴본 대로 권위주의적 색채가 강해졌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통합과 다원성을 존중하기는커녕, 노조나 진보 진영을 적으로 규정하여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일상화했다. 스스로 강조했던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라는 원칙을 정작 본인이 지키지 않은 셈이다. 또한 원희룡은 책에서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했지만, 정작 정책 면에서는 과학적 합리성보다 이념적 계산이 앞선 결정들을 내렸다. 대표적으로 제주 영리병원 개설 강행은 의료 공공성이라는 합리적 우려를 무시한 채 외국 자본 유치 실적을 노린 것이었고 , 서울-양평 고속도로 번복 사태도 지역주민의 이익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오락가락한 비합리적 행정이었다 . 이는 그가 내세웠던 **“국민과 약자를 위한 책임 있는 보수”**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더 큰 모순은 극우적 행보와 관련된 부분이다. 원희룡은 책에서 중도 외연 확장과 보수 통합을 말하면서, 동시에 “전향은 아니다”라고 강조하여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의 연대감도 완전히 버리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전광훈 등 극우 세력과 손잡고, 과거 자신의 운동권 동지들이 있는 진보진영을 맹렬히 비난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는 이념적 전향을 부인하면서도 사실상 가장 극단적인 우익 노선으로 기울어버린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책 제목이 **“원희룡이 말하다”**인 만큼 국민에게 자신의 철학을 말로 약속한 것인데, 정작 정치에서는 말과 다른 행동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저버렸다. 예컨대 책에서 밝힌 “낡은 이념의 틀에 갇히지 않겠다”는 다짐과 달리 , 최근 그의 발언들은 색깔론과 냉전 반공주의 같은 낡은 극우 이념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저서의 담론과 현실의 실천 사이에 나타난 괴리는 원희룡 정치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며, 대중 선동을 위해 얼마든지 입장을 바꾸는 기회주의 정치인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모순은 결국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이어졌다. 2024년 총선에서 원희룡은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하여 야당 대표 이재명과 정면 승부를 벌였지만 패배했다 . 책에서 제시한 미래 비전이나 정책 대안보다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집중하고, 극우 유튜버류의 공격적 이미지를 앞세운 선거운동은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개표 결과 원희룡은 득표율 45.9%로 낙선하며, 극단적 대결 구도만으로는 승리를 거둘 수 없음을 확인했다 . 이는 유권자들이 그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간파하고, 통합과 상생보다 분열과 갈등을 택한 정치인에게 회의적이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결국 『원희룡이 말하다』 속 이상적 지도자상과 현실 정치인 원희룡 사이의 간극은 그의 정치적 설득력 저하와 대중적 기반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


결론


원희룡의 정치 행보를 주요 정치학 이론과 현대 정치 프레임워크에 비추어 살펴본 결과, 그의 경력은 권력 지향적 현실주의포퓰리즘적 대중 영합극우적 급진화, 그리고 민주주의적 퇴행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원희룡은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민한 권력 기술자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도를 넘은 책략은 신뢰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슘페터식으로 보면 그는 민주주의를 국민의 삶 개선보다는 권력 경쟁 무대로 여기는 엘리트 민주주의자의 면모를 보였으나, 이러한 태도는 유권자들에게 냉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 아렌트와 후안 린츠의 시각에서 원희룡의 극우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적 행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저하를 촉진할 우려가 있다. 소수의 열광적 지지층에 의존한 채 반대 세력을 배제하고 제도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기법은 민주주의의 지지대인 다원주의와 관용의 문화를 약화시킨다. 로버트 달이 강조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 위에 서는데, 원희룡이 추구하는 노선은 그 지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사례는 또한 현대 민주정에서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의 위험을 잘 보여준다. 개인의 권력 야망과 결합된 포퓰리즘은 단기적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권력 쟁취에 유용할지 모르나, 결국 정치의 양극화와 비이성의 확산으로 이어져 모두에게 득보다 실을 남긴다. 한국 정치에서 원희룡의 극우적 급진화는 보수정당 전체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쳐, 중도 유권자층의 이탈과 민주진영의 결속을 불러오는 역설을 낳았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민주주의 후퇴의 전조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원희룡의 정치 전략은 개인의 성공은커녕 보수진영의 장기적 발전이나 국가 민주주의의 성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자기파괴적 행보일 수 있다.


끝으로, 그의 저서 『원희룡이 말하다』와 현실 행동 간의 차이는 정치인이 유권자와 약속한 가치에 부합하는 통치를 하지 않을 때 초래되는 신뢰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희룡은 한때 민주화 운동권의 이상과 보수 개혁의 꿈을 함께 이야기했지만, 이제 그의 이름은 극우적 선동과 권모술수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정치학 이론들은 우리에게 권력의 기술 뿐 아니라 권력의 윤리를도 성찰하라고 가르친다. 원희룡의 사례는 권력 추구와 민주주의 가치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비판이 뒤따르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민주주의 정치인은 마키아벨리적 책략과 더불어 링컨과 김구가 보여준 원칙도 함께 품어야 신뢰받을 수 있다 . 원희룡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라도 자신이 책에서 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권력의 목적을 성찰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그의 정치 유산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 퇴행의 교훈으로 남게 될 것임을 이번 분석은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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