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웹진에 발표되는 소설이 100매 정도 되는데, 이 소설의 경우 50매가 채 안 된다. 이 짧은 분량 안에서, 세 개밖에 안 되는 장면을 활용해서 어떻게 소설을 전개했는지를 보는 게 공부가 많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힘을 빼고 쓴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꾸미지도 않은 심플한 문장들이 지배적이었다. 이렇게 담백한 소설이다 보니 조금만 힘을 주어도 문장이 확 튀어 보이는 게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의 강점 같았다.
이 소설의 양평 핫도그 장면이 다소 동떨어졌는데도 소설에 잘 어우러지는 게, 작가가 이미 소설의 톤을 설정해 놨기 때문인 거 같다. 잘 읽히는 정갈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들은 분위기 형성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배웠다. 최은영이나 백수린의 문장을 보면 거기에 덧대 놓은 어떤 축축함이 느껴진다. 반면 이 소설의 경우 딱히 그렇지 않은데도 분위기가 잘 형성되어 있다. 분위기는 문체와 소재에서 비롯된다. 작가 고유의 분위기가 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눈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장면을 보며 배운 점이 있었다. 이 소설에도 공허와 허무가 나오고 삶에 슬픔을 겪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삶이 원래 그런 거라면서 그걸 그냥 넘겨 버리지는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수민은 이런 와중에도 어찌저찌 살아갈 게 보인다. 공허와 허무를 다루고 싶다면 이런 결말까지는 가야 할 거 같다. 그게 작가적인 태도 같았고.
굉장히 담백하게 잘 쓰인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량도 짧으니 가볍게 읽기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