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시계..0
서늘한 느낌에 퍼뜩 눈을 떴다.
파아랗던 하늘은 어느덧, 붉음과 푸르스름이 서로 엉커붙어 오렌지 빛으로..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난 여전히 아침인지..저녁인지 헷갈리고, 마침내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슬프고 당황스러웠다.
왜일까?
당혹스런 물음에 입술을 깨물고 정신을 차리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팽이꽃, 나팔꽃, 맨드라미,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있었고..철모르는 분홍 코스모스도 피어 있었다.
나는 헤진 하이얀 메리야스를 입고 평상에 누워 있었다. 선뜻 따스하지만 시원한 언어로는 표현못할 한줄기 바람이 몸을 스쳐웠다.
소르륵 소름돋는 피부를 느끼며,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서래는 지금 모래속에 몸을 뉘우고 있겠지.
여자는 소주 한모금을 삼키웠지.
푸른 소금물이 한웅큼 여자의 몸을 때렸다.
하늘은 어느새 바이올렛 색으로 물들고 그라데이션이 깊어졌다.
저 멀리 푸르른 소금물이 몰려온다.
바다속 끊임없이 돌아가는 멧돌속에 소금이..
여자는 한모금 소금물을 삼킨다.
원자에서 왔으니..원자로 돌아가리라..
운동에너지여..이제는 멈추렴..
서래는 소주 한모금을 천천히 비워갔다.
짰다.
어쩐지 푸른색이더라.
서래는 싱긋 웃었다.
"밥 먹어라"
어머니다.
말간 얼굴에 말간 목소리.
어머니가 저녁먹으라고 말씀하신다.
그제서야, 하늘이 저녁 노을임을 알았다.
이런.
그래. 아침놀의 하늘은 까많지.
맞아.
아침놀은 아폴론의 세계지.
사물이 깨어나고,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저녁놀은 디오니소스의 세계지.
파편화된 사물이 통합되는 시간이야.
부활이 지나고 타나토스의 시간이야.
나는 드디어, 지금의 나를 알게됐어.
그래서, 두볼에 눈물이 흐르지.
아름다운건 슬퍼.
슬플건 아름다울거야.
나의 인생에는 노을 시계가 있다.
하루 두번 울리지.
하지만, 삶에 지쳐 볼때가 드물어.
그래도, 시계는 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