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데이..0
그날의 공기를 떠올린다면, 분명 그것은 노르스름한 색일것이다.
벽면이 온통 노란색일 때문일까?
방안에는 싱글 침대가 창가에 하나..문쪽에 하나가 있었다.
창가의 침대에 나는 엎드려 비숖을 퀸앞에 놓았다.
서래는 베이지색 바지에 빨간 반팔차림에 손을 괴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커다란 창가에서는 연신 따스하고 시원한 바람이 선뜻 불었고, 그때마다 하이얀 커튼자락이 슬며시 살랑거렸다.
천정에서 길게 내려선 조명등은 전기도 없이 방안을 밝혔다.
햇빛은 나를 밝혔고, 서래는 조금 그늘졌다.
내 침대에는 '고통의 도시'한권이 놓여있었고, 서래의 침대에는
얇은 검정 여름재킷이 함부로 놓여져있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작은 협탁이 하나 놓여져 있었는데, 화병에는 장미꽃이 활짝 피어져 있었다.
조금 더 떨어진 탁자에는 풍성한 꽃과 우편물이, 싸다만 트렁크와 같이 널부러져 있었다.
서래가 나를 보면 입술을 달싹였다.
"사람은 두종류가 있어."
나는 표정없이 퀸을 바라보았다.
"에로스 인간과 타나토스 인간이야."
서래는 잠깐 창밖을 쳐다봤고, 햇빛에 미간을 약간 지푸렸다.
그래.
인간은 두종류가 있지.
생산적 인간과 파괴적 인간.
물론, 사회는 생산적이지.
화합의 프로파간다지.
하지만, 타나토스인간은 원체 에로스와는 맞지가 않아.
스스로를..공동체를 파괴하지.
그리하여, 창조한다네.
삶의 구비구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역사를 다시 쓴다네.
서래가 슬며시 웃으면 퀸을 옆으로 한칸 옮겼다.
"우리는..?"
나는 크게 웃었다.
"타나토스지..!"
서래도 방안이 떠나가게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죽이 맞았다.
서래가 웃음을 멈추고,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입을 떼었다.
나는 긴장하지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나의 목은 잘릴것이다.
"시간을 이기는 두가지는..?"
서래가 무서운 눈으로, 나를 죽일듯 노려보았다.
나는 메마른 목을 축이며, 떠듬 떠듬 말을 이었다.
"그건..."
"헉..헉.."
숨이 막혀 왔다..
내몸의 모든힘을 쥐어짜듯..내뱉었다.
"비참한 삶의 '위로'와.."
휴ㅡㅡ깊은 쉼을 쉬고..
"..'즐거움'이지......"
헤에...
서래가 만족한듯 웃음을 지었다.
황금빛 노을이 방안을 가득채웠고,
그녀와 나사이 벽위의 초상화 여인이 내려보고 있었다.
초상화속 여인은 서래를 보고 있었는데, 나를 외면하고 서래를 향해서는 눈을 감고 있었다.
햇빛 가득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