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캠포에는 카라반 관심 있으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서 올려 봅니다.
아래부터는 블로그 글이라서 반말로 돼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코로나 때문인지 방송에 카라반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방송으로 보면 아주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맛있는 거 먹고, 실내 인테리어 이쁘고, 좋은 것만 보이는데 현실은 좀 다르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스텝들이 해결해 주고, 방송에는 안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캠핑카 및 카라반(트레일러 포함) 등록대수를 보자.
- 캠핑카 : 차명에 '캠핑'이란 글자가 포함되면서 '트레일' or '카라반' or '캐라반' or '트레일러' 가 없는 차량을 추출
- 캠핑트레일러 : 차명에 '캠핑'이란 글자가 포함되면서 '트레일' or '카라반' or '캐라반' or '트레일러' 가 포함된 차량을 추출
(출처 :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현황)
연평균증가율로 따지면 각각 31%, 32%이다. 채 3년이 되지 않아 2배로 많아지고 있다. 이 좁은 땅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많아지게 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고, 결국 유저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카라반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카라반 캠핑의 단점, 힘든 점 등도 알고 구매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카라반 캠핑의 어려운 점
1. 노지개척
비싼 카라반을 산다는 것은 자주 캠핑을 나가겠다는 뜻이다. 우리 가족도 어림잡아 1년에 40회 이상 나가는 것 같다. 물론, 캠핑장을 가면 되지만 매주 2박 비용을 내고 다니기엔 비용이 너무 크다. 그리고, 캠핑장도 입퇴실 시간, 주변 소음, 카라반이 들어갈 수 있는 캠핑장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의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노지를 찾아 다녀야 되는데, 갈수록 쉽지 않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노지가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라반에 대한 인식도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 코로나까지 겹쳐 요새는 갈 만한 곳이 잘 없다. 언론에서도 자주 때리고...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다.
2. 물(청수와 오수)
카라반에서 물을 사용하려면 물을 구해서 넣어야 되고, 사용한 물은 모아서 버려야 한다. 우리(5인) 가족 2박3일 기준 겨울에는 80 ~ 120리터, 봄가을에는 120 ~ 160리터 정도 사용하는 것 같다. 양이 양인지라 이것도 갈수록 쉽지 않다.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귀하고, 겨울에는 동파 때문에 수도가 잠겨 있는 곳도 많다. (가능하다면 수도세를 내고 물을 사고 싶다;;;) 암튼 눈치 보는 것을 제외하고도 아쿠아롤로 여러 번 떠 와야 되는 상황인데, 몸이 상당히 피곤하다. 오수통은 보통 40리터인데, 넘치지 않게 하려면 생각보다 자주 버려줘야 한다. 화장실에 버릴 때도 살살 버려야지, 확 버리면 물바다 돼서 욕먹는다.
3. 수평 맞추기
자리 잡으면 잠까지 자야 되니 당연히 수평을 잘 맞춰야 한다. 안 그럼 피 쏠린다; 매번 평지만 있는 게 아니라서 이것도 시간이 좀 걸린다. 경사가 있는 곳은 아웃트리거가 땅에 닿지 않아 고임목 같은 것도 찾아와야 되고, 레벨러도 수시로 써야 한다. 기본적으로 매번 아웃트리거 4개(옵션에 따라 추가로 차앤피 4개)를 폈다 접었다 해야 되는데 이게 아주 귀찮다. 다행히 이것은 돈으로 해결된다. E&P(4~5백) 달면 된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몸이 힘든 수밖에;;;
4. 전기사용
집에서처럼 전기를 펑펑 쓸 수 없다. 효율면에서 집에서 쓰는 220V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낫다. 물론 인버터 설치하고, 배터리도 용량 큰거 달면 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무거우니까 부담이 된다. 우리는 필요제품을 거의 다 12V로 구성해서 크게 불편함은 없는데... 소비전력이 큰 제품의 경우 배터리로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대표적으로 여름철 에어컨이 그렇다. 에어컨 쓰려면 캠장가서 전기를 꽂거나, 발전기를 사야 한다.
5. 유지보수
도로를 달리니 카라반에 전달되는 충격 또한 크다. 쿵쾅쿵쾅 거리다 보니 아무래도 이것저것 잔고장이 많다. 손재주가 있다면 스스로도 고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매번 구입처에 맡긴다. 구입처가 너무 멀면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서 구입 시에 가격 차이가 조금 나더라도 집에서 가깝고, 사장님 마인드가 좋은 데서 사는 게 좋다. 중고 구입의 경우 손만 대면 몇 십만원이다. 또, 카라반이 크기 때문에 온갖 짐을 다 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보통 허용하중이 넉넉지 않은데, 오버해서 실으면 엑슬이 내려 앉는다거나 결국 탈이 난다.
6. 주변인식
몇 년 전만 해도 전국 카라반 수가 많지 않아서 사람들이 주로 호기심 위주로 봤었다. 하지만, 최근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 같다. 오수통 없이 주변을 물바다로 만든다거나, 공공화장실의 전기를 끌어 쓴다거나, 밤에도 발전기를 시끄럽게 돌린다거나, 노지 알박기 주차 등... 아무래도 민폐가 좀 있고, 사치품이라는 인식 등으로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사실 몇 년 다니면서 본 바로는 카라반 캠퍼들 보다 일반 행락객들의 비매너가 훨씬 많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정작 욕 먹을 때는 그 사람들은 안 보이고 커다란 카라반만 보이니...
7. 운전
예전에 300급 끌 때, 고속도로에서 잠깐 운전을 해 봤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반차보다 엄청 신경이 쓰였다. 견인차 성능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지금도 오르막이나 험한 길 나오면 긴장이 된다. 옆에 버스가 지나가면 차 뒤가 흔들거리는 것도 아찔하다. 커브를 틀 때는 카라반 뒤가 다른 것들을 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급브레이크도 상당히 위험하다. 그리고, 공포의 후진. 후진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될 때가 한 번씩 온다. 후진은 똑바로 가는 것조차 어렵다. 내가 견인을 해야 한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
8. 주차
맘 편히 주차할 곳이 잘 없다. 아파트에 주차하는 게 가장 좋지만 보통 허락을 잘 안 해준다.(크기도 그렇고... 민원이 많다...) 출고사에 주차하는 게 가장 좋은데, 거리가 좀 된다면 이것도 상당히 불편하다. 근처노지에 주차하는 것도 파손 및 민원발생의 소지가 많다. 우리는 결국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비용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8 ~ 10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암튼 막연히 구매하면 어딘가 주차자리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반드시 주차자리를 확보하고 구매해야 한다.
9. 감가상각
보통 한번 사면 아주 오래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 바닥도 항상 업글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벌써 3대째다. 뭐든 한 방에 끝판왕(견인차가 허락하는 놈 중에 최고로 가거나, 아님 견인차까지 바꾸거나;;;)으로 가는 게 절약하는 길이다. 중고로 팔아야 할 일이 생기고, 당연한 얘기지만 일 년에 몇 백씩 떨어진다. 그런데 막상 사서 몇 번 안 쓰고 주차비만 낸다면...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10. 개미지옥
카라반만 사면 끝이 아니다. 뭘 계속 사게 된다. 어닝텐트, 난로, 사이드월, 12V용 제품들(TV, 선풍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릴호스, 물통, 테이블, 의자, 전기모기채, 스피커, 조명 등... 지금도 뭐 살거 없나 알리를 기웃기웃 거리고 있다.
□ 결론
최근 몇 년간 카라반 대수가 확 늘어나면서 이런저런 문제 일으키는 사람도 많아졌고, 주차 문제, 사치품이라는 인식 등 주변에서 카라반을 보는 시각이 매우 안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노지를 찾아 간다지만 이미 알려진 데는 너무 사람이 많고, 자신만의 노지를 계속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을 구하거나 버리는 것도 눈치가 많이 보인다. 아웃트리거 내리고, 물 채우고, 사용한 물 버리고... 육체적으로도 힘이 든다.
알빙하려면 최소한 위의 항목들을 심리적, 육체적으로 다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눈치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만약 카라반을 구매하게 된다면 모두가 매너캠핑, 클린캠핑하면 좋겠다.
1년 감가상각이 1년 호텔 펜션 비용을 아득히 넘어간다고 해서
저는 일찌감치 카라반의 꿈은 접었습니다. ㅠ 감가상각 없는 카라반은 년식 오래된 남이 쓸만큼 쓰다 넘긴 중고카라반인데 그건 또 선뜻 마음이 안가더라구요 마치 10년이상된 구형 펜션만 이용하는거랑 비슷하니까요 |
단점만 적어놨지만... 사실 저는 거의 매주 나갑니다. 자주 나가면 감가상각보다는 이득이라고 생각됩니다. 갈수록 갈 곳이 없어진다는게 더 큰 문제같아요.. |
전 카라반 감가삼각이 캠핑카보다는 작지만 생각보다 커서 카라반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사고보니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아서 감가삼각에 무뎌지더군요...^^" 텐트에서 카라반으로의 변화는 캠핑이 이어지는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ㅎㅎ.. |
해외 거주자라 다른건 다 괜찮은데 얼마나 나갈지 몰라서 못사고있어요.. 26피트짜리 지인이 싸게 가져가라고 하는데도 고민만 하고있습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