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더위도 꺽이고 완연한 가을이다.

하루 전날 늦은 밤,

데크 빈자리가 나오길래 곧바로 예약을 했다.

이 곳은 몇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도심에서 가깝고, 신축이라 쾌적한 시설 등 장점이 많은 곳이다.

오늘은 중간 3번 데크이다.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

가을 햇살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사이트를 구축한다.

9월 3번을 방문했는데,

한여름에서 가을로 극명하게 변해버린 날씨는 기후 변화를 실감케 하고.. 

여유도 잠시, 갑작스레 찾아온 허기에 비빔면을 끓여 먹었다.

배도 부르고, 슬슬 산보를 나서봐야지..

휴양림 곳곳의 소경(小景)들은 아름다운 피사체가 되어주고... 

익숙한 듯 낯선, 혼자만의 시간

서둘러 설거지를 하고, 데크 위 장비들을 텐트 안으로 옮겼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 앉고,

하나 둘 공원의 조명들이 허공을 밝힌다. 

엠버튼 스피커에서는..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줄지어 흘러나와 공허함을 달래주고...

AI시대,불쾌한 듯 불편하지 않은.. 인공지능이 선곡의 묘미를 대신해 주는데..

텐트 안 공간을 가득 메운 음악소리에 눈꺼풀이 스르르 감긴다.

새벽녘 잠에서 깨어, 무수히 빛나는 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분명, 어제밤 아들이 보았다던 몇 안되는 별들..

모두 잠들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지자 별무리 친구를 데려왔나 보다..?

어둠이 세상을 삼키고,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이다.

밤사이 텐트 스킨에는 이슬이 잔뜩 내려 앉았다.

휴양림 아래 저수지에서 온걸까?

물안개가 요리조리 바람에 요동치며 일출을 훼방 놓고 있다.

이슬 내린 텐트의 스킨이 마르길 기다리며,

스피커에서 아들의 최애 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 OST가 흘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