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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구종주는 길을 헤맬 수 있는 곳이 3대 종주 중에 가장 많아 주의를 요한다.
로프가 있고 등산로같이 보여도 올바른 경로가 아닐 수 있다.
칠봉을 비나 눈, 낙엽이 많이 떨어진 야간에 하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요즘 갑자기 덕유산 눈꽃 산행 글들이 마구 올라오는데요. 저는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기 이틀전에 육구종주를 마쳤습니다.
3대 종주 중에서 그나마 쉽다고 알려진 덕유산 육구종주를 저는 제일 마지막에 하였네요. 세 곳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을 그것도 혼자 하려니까, 등산객들이 그래도 좀 많아서 길을 잃을 염려가 별로 없거나 혹시나 뒤따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오르다 보니, 육구종주를 제일 마지막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육구종주 역시 어두운 새벽에 많이들 시작하지만, 저는 혹시라도 길을 못찾고 헤매지는 않을까 싶어, 해가 뜬 아침 7시 30분경 비교적 매우 늦게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아침 해가 뜬 후에 등산을 시작하게 되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불리한 점이 더 많습니다. 입산 통제시간에 쫓기게 될 수도 있고 해가 질 때까지도 하산을 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습니다.
요번 경우에도, 만약 삿갓재 대피소에 오후 2시(11월 기준)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종주는 실패하게 되고, 또 이곳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향적봉 이후 백련사 길로는 내려와 본 적이 있어 그런데로 자신이 있었지만, 오늘은 설천봉을 통해, 악명높은 하산길로 유명한 칠봉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처음으로 가보는 코스인데다 어둠이 내린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와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침 해가 뜬 이후로 출발한 것이 길을 헤매지 않았던 것 같고, 칠봉의 매운 맛도 제대로 톡톡히 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요번 육구종주는 3대종주를 올해 안에 끝낸다는 목표와 함께, 겨울철 등산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비탐기간 전에 미리 한 번 다녀 오자는 생각으로 갔으나, 이미 떨어진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서, 오를 때마다 미끌미끌 다리의 힘이 많이 빠져 나갔고, 칠봉을 하산할 때는 수북히 쌓인 낙엽들 때문에 몇 번이나 급경사의 산길 혹은 돌길을 위험스럽게 넘어지거나 넘어질 뻔 하였는데, 특히 칠봉 계단 이후 좁은 낭떠리지(?)의 길을 오른쪽으로 두고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낙엽길을 미끄러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오는 순간은 지금까지의 등산 경험에서 가장 아찔했고 지금도 무사히 하산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던, 아니 말해 주지 않았을것 같은 덕유산 육구종주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육십령에서 할미봉까지 가실 때는 길을 헤맬 것 같은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여기서 꼭 기억하실 점은, 조금이라도 위험한 바위 아래로 내려 가야할 만큼 험한 길이 갑자기 나왔다면, 분명히 길을 잘못 간 것입니다. 억지로 내려가려 하지 마시고 바로 올바른 길로 왔는지 확인해 보세요.
• 할미봉으로 가면서 등산로에 로프가 보인다고, 무조건 로프로 된 길이 맞는 방향은 아닙니다. (동영상 00:50:14분 및 00:56:36 참조) 또, 육십령에서 할미봉까지의 구간에서 가야할 길이 헷갈린다면 대부분의 경우 왼쪽 방향이 맞습니다. 어떤 길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잠시 멈춰서 주 등산로와 리본을 잘 확인해 보세요. 잘못된 길로 하도 많은 사람들이 빠져서 주 등산로처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 할미봉으로 가는 길의 덕유 11-03 표지판이 나오면, 반드시 가던 길을 일단 멈추고 주위를 살피세요. 그러면,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저멀리 내가 가야할 서봉이 보이면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실 겁니다. 밤이라 어두워서 서봉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무조건 다른 길이 있는지 확인하시고, 가야할 길에 등산 리본들이 달려 있는지를 꼭 확인하세요.
• 육구종주의 많은 등산로가 좁고 풀숲을 헤쳐 가야 하는 곳도 있는데, 심지어는 날카로운 나뭇가지들이 양쪽 팔이나 몸에 스치는 곳도 좀 있습니다.
• 칠봉으로 들어가는 등산로는 설천봉에서 자동차로 임시도로를 운전하여 빠른 속도로 내려 온다고 가정할 때, 왼쪽으로 급커브하는 구간이라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세 번째 코너 지점의 오른쪽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내려오시면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설천봉 CCTV 앞에서 대략 25분 소요됨)
• 저의 경우, 칠봉은 비나 눈이 오지 않아서 철 계단까지는 쉬웠습니다. 그런데, 철 계단 이후 급경사의 돌길이 조금 부담되었으나 비나 눈, 또는 낙엽이 쌓이거나 해가 져서 어두울 때 하산하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하며, 천천히 침착하게 내려오시면 별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거의 다 하산을 한 것이나 다름없고, 곧 걷기 편한 구천동어사길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시면, 절대 당황해 하지 않으실 겁니다.
• 남덕유산(직진은 삿갓재 대피소로 가는 방향)과 삿갓봉(직진은 삿갓재 대피소로 가는 방향) 올라가는 갈림길에서는 꼭 베낭을 가지고 올라가세요. 남덕유산과 삿갓봉에 올라간 후 내려오는 길은 다른 길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할미봉 정상석의 빨간 글씨가 무섭다고 거부감을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설악산 대청봉도 같은 빨간 글씨인데, 왜 대청봉 글자색깔에 대해서는 무섭다고 하지 않을까요? 선홍빛 빨간 색깔의 고전 글씨체와 할미라는 명칭 때문일까요? 동화속 마귀할멈보다는 어린 시절 나를 귀여워해 주셨던 할머니라고 친근하게 여긴다면, 육구종주의 첫번째 봉우리까지 간 기쁨이 배가되어, 서봉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 덕유평전이라는 이름 때문에, 힘든 종주에서도 거져 먹을 구간이 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짧고 그것도 경사진 언덕이라서 거져 먹을 곳이라곤 할미봉 이후 서봉으로 가는 초반구간 뿐이었습니다.
• 저의 육구종주에서 가장 힘들게 올랐던 구간은 할미봉 이후 경사가 시작된 서봉까지의 낙엽길이었으며, 칠봉 철계단 이후 인월담까지 급경사의 낙엽이 쌓인 길이 가장 위험했던 구간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이런 매우 위험한 상황(비, 눈, 낙엽이 쌓인 어두운 길)에서 하산하는 일이 여러분께는 절대 없으시길 바랍니다.
긴 영상이지만, 궁금한 구간만 참조하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 해가 뜬 이후 출발해서 길을 헤매지는 않았지만, 대신 야간 산행의 부담을 짊어지면서 가게 되었습니다.
낙엽을 밟으면서 내려가는 느낌과 소리가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이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 때문에 아주 힘들어집니다.
이곳 11-03번 안내표지판에서 꼭 주의하세요. 사진으로 보이는 2시 방향의 길로 가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11-03 표지판 앞에서 보면, 내가 가야 할 서봉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세요. 분명 아까 없었던 길이 보입니다.
할미봉과 대청봉의 글씨체와 색깔이 좀 다르긴 합니다. ㅎㅎ
서봉으로 올라가면서 뒤돌아본 풍경입니다~
많이 쌓인 낙엽 때문에, 힘이 쭉쭉 빠지네요~ 아이젠이 있다면 차고 오르고 싶을 정도입니다.
할미봉 이후 서봉까지 가는 초반은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주 편안한 길입니다.
이 표지판처럼 남덕유산과 삿갓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면, 베낭을 갖고 올라가세요. 0.1km 표지판에서는 베낭을 놓고 가세요. (남덕유산만!)
여기도 베낭을 갖고 삿갓봉으로 오르세요~ 삿갓봉에서 삿갓봉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은 따로 있습니다.
입산제한시간 때문에, 언제 삿갓봉대피소에 도착할지 매우 기다려졌는데, 갑자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리산 화대종주했을 때처럼, 신기루는 아니겠지요?
저번 설악산 서북능선 글에서 덕유산 육구종주는 지루하다고 표현했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길들, 많이 와 봤던 길들 같이 보이며, 나중에 동영상을 봐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를 정도로, 구분이 잘 안됩니다.
덕유평전입니다. 오늘 등산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며, 걷는동안 가장 기분이 짜릿했습니다.
중봉에서 내려다본 덕유평전의 광경입니다.
해가 곧 어두워질 무렵이라, 익히 알고 있는 백련사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매번 시간날 때마다 보고 있는 덕유산 설천봉 CCTV에 나오는 광경입니다.
사실, 곤돌로 이용이 끝나 아무도 없는 시간에 걷고 싶었는데, 조금 빨리 와 버렸습니다.
오후 5시에 곤돌라 운행이 중지된다고 계속 방송이 나오는데, 10분 전 탑승대기행렬입니다.
다시 되돌아서 왼쪽 임시도로가 칠봉 방향입니다. 여기서 칠봉 등산로 입구까지 저는 약 25분 걸렸습니다.
멈춰 있는 곤돌라의 모습에 기분이 묘합니다. 겨울에는 분주히 오고 가겠죠?
자동차로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왼쪽으로 급코너를 도는 세번째 구간의 오른쪽에 칠봉 등산로 입구가 있으며, 저는 설천봉에서 여기까지 25분 정도 걸렸습니다.
칠봉의 철 계단은 악명높은 칠봉 하산의 상징적인 장소로 사용되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량도 계단에 비하면 하품하면서 걸어 내려가기 딱 좋습니다.
철계단보다는 이제부터가 낙엽도 많아 미끄러지기 쉽고,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는 급경사의 돌길로 야간에는 아주 위험한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 구간은 얼마되지 않는 짧은 길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천천히만 내려오시면 이런 깜깜한 저녁에도 안전하게 내려오실 수 있습니다.
이제 지난 5월부터 지리산 화대종주와 설악산 서북능선, 그리고 이렇게 덕유산 육구종주 3대 종주 이야기가 끝났네요~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천드립니다. 혼산파라 3대종주는 겁이나서 도전도 못해보는데 글 읽으니 사실 좀더 아찔합니다만ㅎㅎ 혹시라도 도전한다면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가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혼산파입니다. 글은 저렇게 썼지만, 사실 체력만 되신다면 크게 어렵지 않은 구간입니다. 3대 종주중에서는 가장 쉬운 편이니, 부담없어 편한 마음으로 도전해 보세요~ ^^ 감사합니다. |
칠봉으로 내려가면서 보니까, 5시 이후에도 곤돌라는 계속 운행하더라구요~
그도 그럴것이, 해가 지는 무렵에 일반 관광객들이 칠봉이나 백련사 쪽으로 내려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설사 곤돌라 운행이 끊겨 산으로 하산하다가 만일 위험한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이것은 곤돌라 운행사나 국공에게는 매우 난처한 일이 될 겁니다. 그래서 오후 4시 38분경 국공 직원분들이 향적봉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 동영상에서도 보입니다. 이분들이 곤돌라 관광객들을 모두 하산시켜 곤돌라에 탑승시킨 후에 운행이 중지될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