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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슨의 섬지리이론 18
헬레에겐 69 2025-06-17 05:18   조회 : 8111
book_03.jpg (87.8 KB)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의 에드워드 윌슨 박사는 일찌기 로버트 맥아더와 함께 섬지리이론을 정립했습니다.


 고립된 섬에서는 동식물 모두 섬의 넓이에 의해 물리적인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제약을 

 수치화,계량화함으로써 그 모델을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로버트 맥아더와 에드워드 윌슨의 섬지리학이론의 요점입니다. 지금이야 생태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정도 지식은 그냥 상식이 되었지만, 

 이 상식이 그냥 생긴 게 아니라 이런 선구적인 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얻게 된 결실입니다.


 예를 들어 캄챠카의 어느 지역에 불곰이 80마리 살고 있다면, 그곳에 불곰 100마리나 60마리가 아니라 80마리가

 살 수 밖에 없는 물리적인 제약이 있다는 걸 밝혀낸 게 섬지리학 이론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생태학에서 '50마리의 법칙'이 생긴 것도 똑같습니다. 


 수마트라의 어느 섬에 수마트라 호랑이 60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농경지 개발이나 밀렵 탓에

 그곳의 호랑이 개체수가 50마리 미만으로 줄어들면, 그 다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곳 호랑이 개체수는

 급감해서 결국 0에 수렴하게 된다는 겁니다.


 입에 넣은 사탕을 빨리 녹여먹으려면 사탕을 깨물어서 여러 작은 조각으로 만들면 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얼음을 빨리 녹이려면 여러 조각으로 깨뜨려서 공기하고 접촉하는 면적을 넓히면 된다는 것 역시 다들

 잘 아는 사실입니다.


 야생의 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숲의 가운데에 도로를 하나 만들면, 그 도로의 면적이 전체 숲의 넓이에 비해

 미미하더라도, 결국 얼음 덩어리가 두 개의 조각으로 쪼개진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됩니다.


 1984년경 중국 친링산맥 일대 자이언트 팬더 서식지에서 팬더의 주식인 대나무가 60년만에 집단개화를 하고는

 다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곳의 팬더 300여 마리가 집단으로 굶어죽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당시 중국 전체에 야생 자이언트 팬더가 총 1천 마리 남짓 남아있던 상황이었는데, 300마리가 넘게 한꺼번에

 굶어죽은 이 사건의 충격때문에 그후 중국정부에서 대대적으로,전면적으로 팬더 보호,복원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원래 대나무는 집단으로 수십년만에 한꺼번에 개화를 하고서는 싹 다 말라죽는 일을 반복해왔고, 그런 곳에서 

 수천,수만년을 대나무와 함께 공존해온 팬더가 

 대나무 개화 한번에 집단으로 굶어죽었다는 건 사실 아주 이상한 일입니다.


 그곳 팬더가 집단 아사를 한 건 대나무때문이 아니었던 거지요.

 전같으면 먹이가 없어지면 팬더는 그냥 옆 산으로 이사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산 자락을 개간해

 밭과 택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제는 팬더가 먹을 걸 구하러 옆 산으로 이동할 수가 없게 된 게 팬더 집단 아사의 원인이었습니다. 


 즉 산자락 밭으로 포위된 산에 고립된 팬더가 작은 섬에 갇힌 형국으로 오도가도 못하다가 다 굶어죽은 겁니다.

 그후 중국정부가 공을 들여 팬더 복원사업을 꾸준히 해온 덕에 이제 중국의 야생 팬더 개체수는 2천 마리가

 넘게 되었습니다. 


 즉 생태계를 서로 연결해서 야생동식물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게 생태보존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건입니다.


 물론 지리산은 남태평양의 절해고도가 아니라 주변과 산으로 이어져있긴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도로가 너무

 많고, 오가는 차량과 사람의 숫자 역시 엄청납니다.


 요 몇년 폭설 탓에 설악산 일대의 산양 집단 폐사가 심상치 않은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는 많이들

 접해보셨을 겁니다.

 설악산에서 수천,수만년을 살아온 산양에게 몇년에 한번씩 닥치는 2~3m의 폭설은 그리 대단한 재난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 몇해 설악산 산양이 폭설에 갇혀 집단으로 굶어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중국의 팬더 집단아사사건과 똑같습니다. 

 최근 몇해 사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로부터 가축 돼지에게 전염되는 걸 막기 위해 전국의 

 거의 모든 산에 설치한 철망 울타리때문에 

 먹을 걸 찾아 옆산으로 이동할 수 없게된 설악산 산양이 철망 울타리 앞에서 다 굶어죽은 겁니다.


 서둘러 이 철망울타리를 철거하지 않으면 울타리를 넘을 수 없는 야생동물이 입을 피해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계속될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철망 울타리 앞에서 절망상태로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달가슴곰 50마리 이상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은 지리산과 설악산 이렇게 두군데뿐입니다.

 다른 곳에도 반달곰을 방사해라, 호랑이도 방사를 해라,,라는 발언은 이제 좀 그만두면 좋겠습니다. 

 무지는 부끄러워해야할 일은 될지언정 자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잘 모르겠거든 그냥 침묵을 지키는 게 낫습니다.


 예전엔 우리나라 어디에나 호랑이가 많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세기가 되기 전까지 남북을

 합쳐 전국의 모든 산은 그냥 서로 아무런 장애 없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리산 반달곰 커트라인 50마리 이런 법칙같은 건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전국의 모든 산이 도로와 철망 울타리로 제각기 차단되어 절해고도같이 각각

 파편화된채 분리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은 산산조각나서 곧 다 녹아 사라져버릴 얼음의 파편조각이 되어버린 겁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2000년 11월 29일 MBC의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 촬영 성공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지역주민들은 극소수의 야생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살고 있다는 걸 발자국 흔적과 발톱흔적,

 배설물 흔적, 상사리자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제보를 얻은 MBC의 카메라에 생생한 야생 반달곰이 찍히면서, 지리산에 대략 10마리 남짓한 반달곰이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게 전국민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리산 야생 반달곰이 2마리나 30마리가 아니라 대략 10마리 정도 되는 것 같다는 건 추정치입니다. 

 하지만 일단 야생곰이 살고 있다는 게 

 밝혀지자 전국민이 큰 관심을 쏟게 되면서 반달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50마리가 되지 않으면 존속불가능하기때문에 첫 목표는 반달곰 개체수를 50마리까지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반달곰이 49마리면 곧 절멸되고, 51마리가 되면 번성하고 하는 건 아닙니다.

 성체가 50마리 정도는 되어야 근친교배의 폐해를 피하고서 존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book_03.jpg

 

 

왼쪽 책은 "도도의 노래"(데이비드 쾀멘 저, 푸른숲 1998, 이충호 번역)입니다.

이 책은 지금은 출판사만 김영사로 바뀌어 두툼한 한 권 짜리로 서점에 나와 있습니다. 


도도라는 새는 인도양 모리셔스제도에 살던 조류인데, 타조나 키위처럼 날지 못하는 새입니다.

이 섬에 식수를 구하러 상륙한 네덜란드 뱃사람들의 몽둥이사냥으로 단기간내 멸종된 새인데, 이 책은

이 도도새를 비롯해서 전설로 통하는 미국의 나그네비둘기 이야기는 물론이고,

진화의 큰 흐름과 섬지리학 이론의 생성과정 등등

자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큰 감동을 받을만한, 귀한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창고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 책 정도는 읽고나서야 비로서 지리산 반달곰에 관해 거론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우리의 상식이나 직관하고 거리가 먼 경우가 아주 많기때문에, 생태학에 관한 최소한의 기본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상식과 통념'을 기준으로 자연에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의도와는 정반대로 큰 오류나 오해의 늪에 

빠질 여지가 많기때문입니다.


오른쪽 "숲의 서사시"(존 펄린 저, 따님출판 2002, 송명규 번역)은 숲과 인류문명의 상관관계를 거시적인

시대흐름에 따라 심도 있게 추적하는 명저입니다.

아쉬운 건 이 책 역시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북코아나 알라딘같은 중고서점에서 구하거나

아니면 큰 공공도서관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앞서 제가 소개한 자연 관련 책 목록을 다시 정리하자면



1. '모래군의 열두달'("A Sand County Almanac, 알도 레오폴드 저, 따님 출판,2000, 송명규 번역)


2. 야생의 푸른 불꽃"(알도 레오폴드 저, 달팽이출판 2004, 작은우주 번역)


3.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이본 배스킨 저, 돌베개 2003, 이한음 번역)


4. 녹색세계사(클라이브 폰팅 저, 그물코 2003,이진아 번역)


5. 생명의 미래(에드워드 윌슨 저, 사이언스북스 2005, 전방욱 번역)


6. 도도의 노래(데이비드 쾀멘 저, 푸른숲 1998, 이충호 번역)


7. 숲의 서사시(존 펄린 저, 따님출판 2002, 송명규 번역)



이중 2번, '야생의 푸른 불꽃'은 알도 레오폴드의 생애에까지 관심을 갖는 매니아들이 읽어볼만한 책이고,

3~7번은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넘치는 걸작들입니다.


제게 히틀러같은 절대권력이 있다면 글을 읽을 줄 아는 이 세상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읽으라고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읽게 만들고 싶은 명저들입니다. 

제게 진시황같은 권력이 있다면 대입수능 국어,영어,생명과학 문제는 위의 책에서만 출제하게 할 겁니다.

그럼 모든 중고생이 위의 책을 읽고 또 읽게 될테니까요.....^^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널리 알려진 경구,,,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을 조금 바꿔서,,,


 저는 "읽으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정상 인증사진 찍는 게 등산의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동안 찾아간 지리산, 그동안 바라본 지리산과 다르게 보이는 지리산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알도 레오폴드가 늑대의 눈에서 사그러들던 야생의 푸른 불꽃을 보고 각성을 했듯이, 이곳 등산포럼의 

 방문객분들도

 산행에 나서기 어려운 긴 장마기간중 위의 책을 읽으면서 자연에 대해, 지리산에 대해, 그리고 그곳의

 반달가슴곰에 대해 차분하게 고민을 해보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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