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타는 거북이입니다. 2주전에 설악 공룡능선을 넘고, 이번에는 일출이 보고싶어
다시 한번 오색으로 향했습니다. 설악산에서의 일출은 2007년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지난 5월과 2주전에도 갔었으나 역시 볼 수 없었습니다.



2007년에 같이 갔었던 친구와 함께 다시 오색입구에서 04:00에 출발을 합니다.
제 생각에 이 날은 올 겨울중 가장 추운날일 것이고, 너무 빨리 대청봉에 올라가버리면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어서 힘들 것 같았습니다. 대청봉 1km지점에서부터 페이스 조절을
천천히 합니다. 능선 가까워 질수록 바람 소리가 웅~웅~웅~ 하며 장난이 아닙니다.
바로 배낭을 벗고 아주 빠른 속도로 준비해간 중대장급 구스다운을 입고 아이젠도 재빠르게
착용합니다.

아이젠 한 번도 착용해보지 않으셨던 분들은 집에서 연습을 반드시 해가시길 바랍니다.
친구녀셕 아이젠 착용하느라 칼바람에 맨손으로 낑낑댑니다.

저는 구스다운을 입고 오르막 운행을 해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워낙 춥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전혀 땀이 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대청봉의 목전에서 찍은 사진인데, 하늘이 완전히 열리고 뒤를 돌아보자 엄청난 운해가 보입니다.



07:20분에 대청봉에 도착을 해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고 초저온으로 인해
플래시가 터지지 않습니다. 사진이 많이 흔들렸네요.
두툼한 장갑을 끼고 있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잠시 몇십초 동안 손을 꺼내고 있다가 손가락 어는줄
알았습니다.




엄청난 운해




춥지만 어설픈 포즈도 취해봅니다.



서서히 일출 타임이 시작됩니다. 속에서 뭔가 울컥한 감정이 생기네요.
















친구와 함께 한장
해가 완전히 뜰때까지 좀 더 구경하고 싶지만 이제는 너무 추워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우리 둘다 두스다운을 챙기지 않았다면, 일출은 고사하고 아마 동상에 걸렸을 겁니다.
혹시나하고 챙긴 바라클라바가 없었다면, 턱과 코에 100% 동상에 걸렸을 겁니다.
이후로 설악산에 가시는 분들은 반드시 방한장비를 철저히 챙기셔야 합니다. 반드시...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까지의 내리막은 칼바람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바람 때문에 눈이
떠지질 않습니다. 두툼한 장갑안에 있는 손은 감각이 없었고, 코에서는 콧물이 나와
옆방향으로 얼어있습니다. 함바그 알래스카를 신고 두꺼운 울양말을 신었음에도 발가락이
너무 시렵더라구요. 한 겨울 소백산의 칼바람보다도 더 심한 것 같았습니다.

친구와 둘이서 겨우 중청대피소 도착을 합니다. 친구의 얼굴을 보니 이미 얼이 빠져있습니다.
한동안 취사장 한쪽 구탱이에서 둘이서 쪼그리고 앉자 있었습니다.
손과 발 그리고 코에 통증이 가실무렵 준비해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먹습니다.




소청대피소에서 본 귀때기 청봉.
뜨끈한 라면 국물에 몸을 좀 녹이고 바로 소청대피소로 향합니다. 소청삼거리로 내려가는 길에도
역시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손을 꺼내기가 무서워 사진 찍기를 포기합니다.




왼쪽이 귀때기청봉이고 오른쪽 끝트머리가 마등령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봉정암 부근에서 본 용아장성.(맞나요?)
봉정암까지는 눈이 많이 쌓여있지만 이후부터는 아이젠을 차고 있기가 불편합니다.


백담사까지의 등산로는 부드럽지만 너무너무 지루합니다.


영시암 갈림길.


길은 편한데 너무너무 지루하네요 ㅠㅠ



친구와 둘이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 겨우 백담사에 도착을 하네요. 백담사 주변 돌답들이 장관이네요.
이후 백담사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갑니다.

이번 산행은 일출과 바다와 같은 운해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중청부근에서 부는 칼바람에 이 후 설악산에 가시는 분들은 대비를 잘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백담사까지는 정말 지루하네요.

허접한 산행기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백담사 셔틀버스 운행하네요^^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