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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5 지리산 무박화대종주기 (걸그룹과의 짧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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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회원 *]
34 2017-05-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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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월 4일 20시 산타는거북이님을 만나 20시 27분 수원발 구례구행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대망의 무박 화대 종주 일정을 시작합니다.
열차안에서 영등포에서 미리 탑승한 조란희님과 반갑게 조우.. 각종 음식물을 섭취하며, 에너지를 미리 비축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기차를 탔는데요, 왠지 기차여행은 사람을 한껏 들뜨게도 만들고,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게도 만들고..
삶은 달걀을 파는 사람도, 검표원이 없어도.. 기차 여행 특유의 묘미가 있기에 구례구까지의 약 4시간은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기차여행에서 정말 놀랬던 게, 탑승부터 하차까지 개찰구도 없었고 표검사도 없었다는 건데요..
언제부터 표검사가 없어진 거죠? 우리 사회가 언제 이렇게 고신뢰사회가 된거죠? 사회 구성원간 신뢰가 높을 수록 선진사회라는데,
대한민국. 이제는 정말 선진국이라고 불러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을 ㅋㅋ
12시 15분 경. 구례구역에 도착해서 이번 종주를 함께 할 배낭을 찍어봤습니다. 왼쪽부터 사자주제에의 그냥 평범한 시어조 18,
산타는거북이님이 이번 종주를 위해 구비하시고, 와이프님께 엄청 욕을 먹었다는 12리터 러닝배낭(?), 조란희님의 앙증맞은 급수배낭과
마카2.. 저 급수배낭이 크기는 작아도, 김밥이며 약밥에 각종 마법의 가루며.. 저 크기의 배낭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내용물이 나왔지란
생각이 드는게.. 조란희님은 패킹의 귀재이신듯..
구례구역에 택시기사 한분이 계셨는데.. 저희들을 보고 졸린 표정으로 성삼재 가냐고 묻습니다. 화엄사까지 간다니 다소
실망한 기색이..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기사님한테는 성삼재보다는 화엄사 운행이 돈이 안돼서 실망한 듯)
정찰가인 2만원에 화엄사까지 ㄱㄱ.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는 말을 나누며 가는데, 저기 일단의 헐벗은;; 무리 수십 명이 도로를
걷고 있네요. 어? 저 사람들. 네X버 휴XX이스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카페도 저희와 같은 날 무박 화대 종주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휴x 님들은 25인승 리무진 버스로 편안하게 왕복하는 여정이라 우리의 부러움을 많이 샀죠..
리무진은 뭐하고 여기서부터 걷나 싶었더니, 자신감에서 오는 조금이라도 더 걷기? 뭐 그런거 였습니다만, 나중 일은 생각도 못하고 ㅎㅎ
화엄사에서 본격적인 산행채비중.. 팔팔한 젊음을 과시하며, 휴x님들이 오십니다. 25분 정도인데.. 여자분들은 거의가 핫팬츠에 레깅스이거나
핫팬츠에 니삭스인 아주 무흣한 차림새;; 거북이님이 그러십니다. " 무슨 걸그룹이 배낭 메고 온거 같아요." ㅋㅋㅋ
다들 트레일러닝이나, 마라톤 같은 장거리러닝을 주로 하시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예의 그 앙증맞은 급수 배낭에 살로몬이 다수인 로우컷
트레일러닝화.. 무릎에 이쁜 테이핑에;; 음식물도 씹어먹는게 아닌, 거의 파워젤류의 빨아먹는 것들로 준비.. 아 역시 젊음이 좋아요.
본격적인 산행 시작. 걸그룹팀, 아니 트레일러닝팀이 앞서 갑니다. "우리는 쟤네들 못쫓아가." 조란희님이 말씀하셨는데.. 맞는 거 같아요.
포스들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노고단까지 완만한 오르막길인데, 저 밑에서 다른 불 빛이 번뜩입니다. 평X종주산악회 리본을 다신 분들인데..
스피드가 장난이 아닙니다. 뒤에서 따라가며 들으니, 5번째 화대라고 하시네요.;; 이 밤 심심하지 않을 거 같아 좋습니다.
걸그룹과 떨어지기 싫어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리는데.. 그녀들이 뜁니다. 걸그룹이 뜁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를 말하며
마구 뛰어 갑니다. 역시 트레일러닝이란 이런 건가요? 조금만 내리막이나 평지가 나오면 뛰는데.. 뭐 저도 같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뛰어도 따라 갈 수가 없네요.
그.러.나. 조금만 오르막이 나오면, 금방 겸손하게 한 옆으로 비켜들 서네요;; 이번에는 저희가 "먼저 가겠습니다."를 말 합니다.
이떄 거북이님이 한마디, "저렇게 뛰면 나중에 천왕봉 못올라가요."
그렇게 오르막, 내리막, 평지에서 저희들과 엎치락 뒷치락을 반복하며 가던 중, 삼도봉전 반야봉 갈림길에서.. 걸그룹 3분과 매니저(?)
남자 1분이 일찍감치 중탈을 하십니다. 성삼재로 내려 가셨다네요;; 삼도봉에서 남은 걸그룹 멤버들이 하는 말, "우리 이렇게 오는 데도
등산이랑 똑같은거 알아? 어. 알아 등산이랑 똑같더라." 그 얘기듣는데 짠하더라구요 ㅠㅠ
남은 트레일러닝팀과는 그 후로도 내리막과 평지는 뜀박질로 따라가고 , 오르막은 양보받아가며, 연하천 대피소 지나 형제봉에서 마지막으로 그 분들 옹기 종기 모여서 쉬는 거 본 후로는 다시는 만나질 못했습니다.;; 나중에 단톡방 확인해 보니, 한분만 대원사 하산, 나머지 분들은
징터목에서 중산리 하산 또는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하셨더군요. 비로 인해 미끄러운 로우컷 트레일러닝화가 발목을 잡은 듯..
연하천 대피소에서 모처럼 셋이 모두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7시 조금 전이었구요. 여기서 조란희님에게 마법의 가루를 받아 물에
타 마시니, 남은 산행 내내 하나도 졸립지가 않더군요. 약빨 시작 ㅋㅋ
연하천에서 벽소령,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지리산에서의 종주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생각하게 해주는데.. 뭐냐면..
발 디딜 곳을 찾기 만만찮은 커다란 암릉 구간과 로프 구간이 계속 이어지며, 긴장감을 풀수 없게 하다가도.. 평탄하고 완만한 흙길에
절로 발걸음을 빨라지게 하는 길이 공존하고 있는.. 에구 그냥 다리 근육 전체를 쓰게 만드네요. 동네 뒷산 광청의 잘 관리된 길과는
다른 야생탐방로라고 해야 할까요? 재밌지만 힘든 길의 연속.. 만만치 않은 세석에서 장터목 구간.. 도화지뷰에서 살짝 덕유 평전느낌이라
찍어봤습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정말 고행이었구요. 오르는 만큼 바람도 세지고 기온이 떨어지는 걸 온 몸으로 느끼며..
이윽고 천왕봉은 인증샷 줄이 길었지만, 회전이 빨리빨리돼서 저도 인증샷을.. 여기서 장터목 쇼핑중인 거북님과 길이 엇깔리게 됐습니다.
어디서 부턴가 보이지 않는 조란희님도 걱정이 되고.. 모투스ls위에 스쿼미시 하나 걸치고 추위에 떨다가 약 1시 경부터 대원사 이정표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중봉오르막이야 그렇다 치는데.. 세상에나 왜 그 많은 분들이 천왕봉에서 유평(대원사) 마을까지 하산길을 그렇게나 힘들다고 했는지 알겠더군요. 가파르고 좁고 미끄럽고, 발 디딜곳 마땅치 않은 바위구간이 이어지는데. 천왕봉에서 중산리보다 무릎이
더 털리는 느낌.. 거리도 더 긴 것 같구요. 아무도 없으며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유경험자 조란희님의 사전 설명에 절대 공감이..
유평리 하산의 고달픔은 아래 다리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다리 건너서 탐방로 찾기 만만치 않았구요. (다리 건너서 약 1시 방향이 등로) 저기 지나서부터 전화가 터지지를 않습니다.
음성, 데이터 모두 먹통. 거리상으로는 약 4~5 킬로 정도, 시간상으로 1시간 30분 정도..
유평마을 약 1킬로 남은 지점까지 전화 먹통. 정말 답답하고, 길도 진짜 못쓰겠더군요. 등로같지 않은 등로가 이어지고..
커다란 바위를 가로 질러 가고. 커다란 바위를 우회해 가고, 커다란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커다란 바위를 기어 올라가고.
비스듬이 누워 있는 바위위를 조심히 지나가고. 80도 각도로 서 있는 바위 옆을 까치발 들고 겨우 지나가고..
아 진짜. 길 너무 거지같애요. 짧은 오르막 나오는데, 그 놈의 오르막이 어찌나 힘든지.. 전화는 안터지고.. 비는 갑자기 막 쏟아지고.
영혼까지 털리는 느낌. 산방 기간 풀린지 얼마 안되서 사람이 지나다닌 자취가 적은 길, 그것도 초행길을 걷자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네요.
어딘가에서 뒤따라올 조란희님 걱정도 들고.. 1킬로 훨씬 넘게 걸은 거 같은데. 500미터 왔다고 알리는 이정표는 나를 놀리는 거 같고.
이정표가 사람이었으면 진짜 가만 안놔둡니다. 그렇게 30분 넘게 비를 맞으며 내려 오는데, 유평 1킬로 전에서 거북이님한테 반가운 전화가 오고.. 유평 마을 임도에 다다르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평상위에 자리잡고.. 젖은 옷을 갈아 입으며.. 다시는 화대종주 안하겠다.
화대의 화자도 꺼내지 말라고 승질을;; 걱정했던 조란희님과도 연락이 되고.. 이윽고 내려온 조란희님을 보니 누구 없었으면 잘했다고
확 껴안았을 듯;; 셋이 모여 앉아 저랑 조란희님은 화대까기에 바쁜데.. 거북이님은 완주했고, 개인 기록도 단축해서 인지 아주 만족한
표정을 ㅎㅎ.. 저보고 내년에도 아마 또 할 거라고 겁을 주시네요. ㅎㅎ
사실 5일, 6일은 화대라면 이가 갈렸지만. 오늘 후기쓰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뭐 못할 거 없겠더라구요. 단 대원사 하산말고 중산리 하산을
화대라고 쳐준다면야 몇 번이고 할 의향있습니다. ㅎㅎ 이상 허접한 무박화대종주 후기 마칩니다. 다들 안산 즐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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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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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거기 이정표 재밌죠~ 그런데 커다란 바위~~~ 부분은 등로를 잘못 드신 것 같네요. 길이 지저분 하긴해도 그렇게 위험한 구간은 없는데... 회복 잘 하시고 항상 무리하지 않는 즐거운 산행하세요~^^ |
샐리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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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털리는 탈주로 없는 고행의 길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시간지나면 이 미친 짓 다시 합니다^^ 에 한 표~ 잘 회복하시고, 항상 안산하세요~ |
페키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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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사자주제에님 글보니 작년 12월 벽소령 1박으로 화대했을때 기억이 나네요. 중봉에서의 하산길은 아우 증~말..ㅋ 그 길을 무박으로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무박은 도저히 자신없고 언제 기회가 되면 1박으로 대화종주를 함 해보고 싶으네요. |
[* 비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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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무박만 생각해서 1박이나 2박은 생각도 안했는데, 직접 무박으로 해보니 1박 화대도 재밌을거 같습니다. 혹시 무박하시게 되면 파이팅하세요^^ |
초보2030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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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산타거북이님의 후기를 먼저봐서 근가 개굴님의 후기를 보며 산행자체의 내용보단 휴먼 어쩌구저짜구 말톤하던 걸그룹에 감정이 이입되었던;; (성삼재로 중탈한단 글을 봤을때 저도 모르게 탄싁이ㅡㅋㅋㅋㅋㅋ) 갠적으로 가장 힘들게 했던 종주중 하나였기에(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시간당 50mm의 폭우를 직격으로 맞고 하산하며 헛거도 보고 사선을 넘나들었던;;)아직까지도 무박화대 후기를 쓰는 분들에게는 경외감이 드는ㅎㅎㅋ 쉽지않은 여정 잘 마무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담산행 전까지 몸조리 잘하시길 바랄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