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지하철 막차를 탄 승객은 단 한 명뿐이었다.
김현수는 피곤에 절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뒤로, 지하철 내부가 어둡게 비쳐 보였다. 그런데
그 그림자 속에서, 다른 누군가의 형체가 보였다.
현수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객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창문을 보자, 방금 전과 같은 형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잘못 본 건갉.”
그는 다시 스마트폰을 보며 음악을 들으려 했다.
하지만 지하철이 터널에 들어서면서 신호가 끊겼다.
순간, 객실 내 조명이 깜빡거렸다.
동시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쿵… 쿵…
누군가 발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 소리였다.
현수는 얼어붙었다.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두려움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숨결.
“여기… 자리 있나요…?”
현수는 비명을 지르며 문이 열리자마자 지하철에서 뛰쳐나왔다.
그러나 문이 닫히기 전, 그는 분명히 보았다.
텅 빈 객실 안, 아무도 없는 그곳엡 창문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새하얀 얼굴의 누군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