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늦은 밤,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췄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 47분.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였다.
‘똑. 똑. 똑.’
어디선가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거리에 시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소리는 점점 커졌다.
‘똑. 똑. 똑.’
마치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등골이 서늘해진 지훈은 발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걷고, 또 걸었는데도 낯익은 상가들이 계속 반복되며 보였다.
마치 같은 거리를 계속 맴도는 느낌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려는 순간, 지훈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화면 속 시계가 밤 11시 47분에서 멈춰 있었다.
“고장 났나…?”
다급히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화면은 지직거리더니 이내 새까맣게 변했다.
그때, 바로 뒤에서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돌려놔.”
지훈은 얼어붙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검은 후드티를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드러난 그의 손에는 낡은 회중시계가 들려 있었다.
시계 바늘은 마찬가지로 11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 네가 누구야?”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중시계를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시계 바늘을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지훈의 눈앞이 번쩍하더니 온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공중에서 내던져진 듯한 느낌.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다시 도서관 앞에 서 있었다.
시계를 봤다. 밤 11시 47분.
그는 자신이 똑같은 시간 속에 갇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저 멀리, 같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보았다.
똑. 똑. 똑.
시계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