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중반쯤 되니까 이제 슬슬 아재가 되어가는 걸 인정해야하는 시기라는게 체감됩니다..

휴대폰이라는게 없던 시절부터 메타버스 NFT까지 겪어가고 있는걸 보니

세상 변하는 속도가 1차방정식이 아니라 2차곡선 혹은 그 이상쯤 되는 것 같네요.

(다 쓰고 보니 글이 좀 길어졌는데..

이것 또한 호흡이 짧은 지금 시대에는 아재요 꼰대스런 글이 되겠네요)

대선이 임박해서일까요

어느 커뮤니티를 가보아도 전쟁터입니다.

알바일 수도 있고, 지지자일 수도 있겠죠.

개인 신념의 영역이니 다들 존중합니다.

어쨌든 이건 대선이 끝나고 좀 지나면 조용해 지겠죠.

근데 대선같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이제 인터넷 속 세상은 만성적 갈라치기의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제가 10대였던 시절, 

아니 20대였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그때도 여전히 정치 이야기는 핫한 갈라치기 이슈였지만)

지금 시대에는 댓글 하나 안달릴 만큼 

소소한 이야기들, 푸념들, 궁금한 것들 등등 순수한 글들이 넘쳐났고..

만나서는 낯간지러워서 못해줄법한

따뜻한 위로, 동네 형 같은 토닥임, 인생 선배의 조언 등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익명성이 선한 방향으로 작용했던거겠죠.

그런데 지금은..

게시판 한 바닥의 글도 다 못볼 정도로 피로도가 넘쳐납니다.

좌vs우, 남vs녀, 결혼한 남자vs비혼 남자, 꼰대vs안꼰대 등등 

뭔가 물어뜯을 거리만 생기면 분란이 화르륵 타오르네요

특히나.. 남자로서 남녀갈등을 넘어 남남갈등을 보니 참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분'들은 반페미에 너무 몰두하셨는지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어디 물어뜯을 거 없나 노리는 승냥이마냥

자그마한 꼬투리를 가지고 남의 결혼생활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댓글들을 달고 계시더군요.

때로는 '이 사람은 결혼을 해보긴 한걸까?'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사람들도 보이구요.

때로는 '내가 너무 운이 좋아서 지금의 와이프랑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건가?' 싶은 마음도 듭니다.

일전에 퐁퐁남? 설거지남? 뭐 그런 키워드가 떠올랐을때도..

결국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결혼생활이고..

결혼생활을 구성하는 100가지의 요소들 중 100가지가 모두 나쁘지는 않을테며..

매우 극단적으로 대부분이 나쁘고 1~2개가 좋은 상황이라도

그 1~2개 만으로도 결혼생활을 이어나갈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건 결혼생활 해본 사람들만 공감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왜 잘 살고 있는, 

혹은 조금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남자들을 

일개 계면활성제로 만들어서 자신들의 오수통으로 흘려버리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여성인권 증진운동이라는 좋은 명목이 

극단적 성향의 여자들이 모인 사이트에서 잘못된 불꽃을 태워서

지금의 '급진적 페미니스트(라 쓰고 이제는 페미라고 읽어야겠죠)가 된 것 처럼

그에 반작용으로 탄생한 반페미니스트들이

마찬가지로 극단적으로 타오르더니

이제 (미혼)남자가 (기혼)남자를 공격하는 상황까지 와버렸구나 싶더군요.

세상 모든 여자가 집안일 하는거 귀찮아하고, 

애 보는건 등한시하며,

유치원(or어린이집) 등원 후에 동네 섯타벅스로 직행해서

맘까페 회원 원투쓰리 모아놓고 

하하호호 떠들며 만원짜리 커피 한모금에 남편욕, 

팔천원짜리 치즈케익 한 입에 명품자랑 하면서

하루종일 무의미하게 시간을 태운 다음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에 절어 들어온 남편을 쳐다도 보지 않고

밥은 커녕 배달도 귀찮아서 알아서 시켜먹으라고 던져두고

게임 한판 하려면 잔소리,

좀 쉬려고 소파에 누으면 잔소리,

그러면서 남편은 ATM기가 되어서 찍소리도 못하고 살고..

그런건 아닐텐데요.

인터넷 세상속, 혹은 극단적 반페미 님들의 상상속 와이프는 저런 사람인가 봅니다.

아, 저는 페미를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어느쪽이나 극단적인건 좀 혐오스러워서, 

'쿵쾅거리시는 그분'들이랑 별로 안 엮이고 싶은 것 처럼

페미라는 괴물을 잡으러 싫어해서 죽창을 들고일어났다가,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마찬가지로 '쿵쾅거리시는 반페미 분들'을 싫어하는 것일 뿐입니다.

뭐.. 두서가 좀 없는데요.

결론은..

저는 이제 10년에 가까워 가는 결혼생활이 행복합니다.

외벌이로 와이프가 생활비를 담당하며 빠듯하게 살고있지만

단 한순간도 불행했던 적이 없습니다.

저 또한 그분들의 언어로 문장을 뽑아내 보면, 걸어다니는 ATM 노예 쯤 되겠죠?

반페미 분들에겐 참 안타까운 말이지만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상황의 가장들의 많은 수가 행복하거나, 

적어도 나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제발 인터넷이 잉태하고 뇌내망상이 키워낸 '가상의 와이프'를 겪어보고서는

현실 속 기혼자들을 세상 불쌍한 노예이자 ATM기계로 만들지는 말자.. 뭐 그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