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E] 시리즈

우리 아이 영어 원어민으로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엄마 아빠께 이번 글은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 몰입 (English Immersion) 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English 는 영어고, Immersion 을 몰입이라고 해석하기는 하는데, 저는 이걸 물드는 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서서히 영어에 물들게 하는 교육인 거죠. 영어가 교육의 목표라기 보다, 교육을 영어로 해서 영어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젖어들게 하는 방법입니다. 영어 수업 시간도 있지만, 수학, 과학 등 교과목 수업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죠.

그런데, 이렇게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고, 영어 사용을 많이 하면 모국어인 한국어 습득과 사용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하시는 분들 계시죠?

네, 그런 걱정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단언컨대, 이 방법을 따라 하시는데 아이의 한국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볼까요?

하루 24시간 중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영어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하루 1시간도 어렵습니다. 1시간이 뭐예요, 30분도 어려워요. 노력한다 해도 2시간 채우기는 진짜 어렵습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닌 1주일 평균, 한 달 평균으로 하루 영어 노출 2시간은 아마 국내 웬만한 가정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우선 간단히 하루 평균 1시간씩 우리 아이를 영어에 노출시킨다고 생각해 보죠. 그럼 24시간 중 1시간이니 4% 조금 넘는 비율입니다. 그럼, 나머지 96% 의 시간은 한국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루 평균 2시간이라 하더라도, 24시간 중 8% 이고, 나머지 92%는 한국어 환경인 겁니다.

이렇게 모국어를, 한국어를 많이 듣게 되는데, 모국어 익히기나 사용에 문제가 생길까요?

전혀요.

오히려 영어 익히기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영어 원어민이 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된다 하시는 분들 계시죠?

이런 예를 들어보죠. 부모님 따라 미국에 이민 간 이민 1.5세대를 상상해 봅시다.

이미 한국어는 잘 하는 상태에서 전혀 다른 언어인 영어를 쓰는 미국 사회에 살게 되었고, 처음엔 당연히 어려움을 겪겠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몇 년만 지나도 엄마 아빠보다 훨씬, 아니 그냥 영어 원어민처럼 되어버리죠. 그런데, 이런 아이가 나중에 한국어를 못 하고 그러던가요? 아니요. 잘 합니다. 일부러 한국계 친구랑 이야기하거나, 한국어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아니면 아마도 거의 100% 영어 환경일 텐데도 한국어를 잊지 않고 잘 쓰는 거죠. 물론, 언어는 계속 변하고, 새로운 단어나 표현이 생기는데 이런 걸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에 사는 한국어 원어민인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생선, 엄카라는 이야기 처음부터 알아들으셨나요?

그래서 엄마 아빠가 우리 아이에게 영어 환경을 하루 평균 90% 이상 제공해 주는 게 아니라면, 이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영어 환경을 더 많이 만들어주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게 맞는 반응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역별 사투리가 있고 지역차이는 있으나 어느 정도는 눈치코치로 의미가 다 통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면서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표준 한국어를 거의 100% 다 함께 구사하고 있는 단일 언어 사회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다중 언어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 언어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이미 모국어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이후에는 큰 문제 없다는 게 일반적이고, 또한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외국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어 모국어에 혼란이 올만큼 국내에서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아래 영상들은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 중에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니 부담 없이 한 번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