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이후 산림을 비롯한 사대부가 예법과 주자 가례의 전파를 실시한 것은 맞습니다.

어쩌면 흔들리는 신분제를 바로 잡을려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시선은 반쪽짜리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시대로 보자면 이들이 꽉 막힌 유교론자일지는 몰라도,

당대에는 남인에 비해 서인들이 학문적으로는 진취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황과 이이로 대표되죠.

예법의 경우, 일부 남인들은 임금을 초월적인 존재로 보고, 예법의 예외를 주장했지만,

서인들의 경우에는 임금을 비롯한 남녀노소 모두가 동일한 예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여겼죠.

그래서 송시열은 당대의 꼰대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며느리, 딸을 비롯한 여자들도 공부하고, 동일하게 예를 펼치기 바랐죠. 즉, 신념형 꼰대였던 겁니다.

예학의 강요와 유행은 효자, 열녀문 문화로 번졌으며, 또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왜곡된 관습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풍습이 임진왜란 이후의 벌어졌던 사회 문화의 변혁까지는 어쩌지를 못합니다.

모내기(이앙법)의 보급으로 평민 출신 부농들이 생겼고, 대기근 이후 각 장인들의 물품 민간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공업이 발달했고, 일본에서 금속을 안정적으로 수입하게 되면서 화폐 보급에 드디어 성공하였으며, 금난전권 폐지로 인해 의주, 개경상인 등 부유한 상인 계층이 생겼죠. 또한 관련 제도를 개혁하고, 천민 숫자를 점차 줄여나감에 따라 이전보다는 인구도 훨씬 늘고, 사회 분위기가 번성해졌죠.  

물론 이들이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고 최고 지도층이 되거나 어떤 세력화를 하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문제는 세도정치기가 되어 집권세력의 견제 세력들이 사라지고, 주로 서울, 경기 출신 양반-특히 신안동 김씨-들이 관직을 독점하게 됨에 따라, 여기에 개경 등 상인 계층이 결탁하게 되면서 많은 부정부패와 격차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죠.

이들에 뇌물을 바치고 줄을 대려는 지방관으로 인해 삼정의 문란이 극심해지고요.

조선시대 유교 문화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근원을 유교 때문이야라고 하는 건, 때로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교 때문에 민본정치, 청백리 문화로, 안정된 나라를 꾸렸던 때도, 반대로 꽉 막힌 사회가 되었던 때도 있습니다만, 망국의 요인이 단지 유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