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40대 포럼과 중복적으로 게시되는 점 참고바랍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 <건반 모음곡> 

예프게니 코롤료프(피아노)

1. Suite No.4 In D Minor Hwv 437 (트랙 1-6)    

2. Suite No.3 In D Minor Hwv 428 (트랙 7-17)    

3. Suite No.7 In G Minor Hwv 432 (트랙 18-23)    

4. Suite No.8 In G Major Hwv 441 (트랙 24-31)

모짜르트는 3번 정도 언급했으니, 이번 한 주는 헨델를 들어보죠.

헨델의 이 음반은 그의 건반음악에 입문할 수 있는 상당히 괜찮은 음반이라 생각됩니다.

바로크 건반음악에서 헨델은 그리 많이 언급되는 형편이 아니지만, 이 음반으로 입문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코롤료프의 이 음반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를 일단 주목해 봅시다.

저는 15년쯤 전에 이 음반을 들었을때, 피아노 소리가 왜이리 왜소하고 뭔가 불명확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마치 포르테피아노의 소리같더군요.

이게 분명히 6, 70년대 녹음도 아니고, 이건 뭔가 좀 빈약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대악기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나, 여러 번 곱씹으면서 들어보니, 이 녹음이 의도한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바로크 건반음악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때 오히려 어울리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안심이 들었습니다.

바로크 시대 건반음악들이 현대의 피아노가 아닌, 하프시코드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사운드가 괜찮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바로크 시대의 다른 모음곡들이 전형적으로 취하고 있듯, 주로 춤곡들의 모음들이며 그런 점에서는 형식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바흐의 모음곡 작품들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략 '알르망드 - 꾸랑트 - 사라방드 - 지그' 대충 이런 큰 틀에서 돌아가죠.

물론, 바흐보다는 헨델의 작품들이 좀 더 형식에 구애받는 것이 덜하긴 합니다. 그는 영국에서 많은 활동을 했고, 궁정이나 귀족들의 후원 뿐만 아니라, 영국의 중간계급을 상대로 한 콘서트를 염두에 두기도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1707년의 '연합법'을 기준으로 하여, 잉글랜드가 아닌 '영국'이라고 하겠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이고, 종교적이면서 진지한 편인데 반해, 헨델은 좀더 대중적으로 호소하면서도 장엄한 면이 있죠.

헨델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이 모음곡 작품들은 대부분 1720년 이전에 완성되었는데, <HWV 426~433>은 제1권으로 1720년에 출판되고, <434~442>는 1733년이 되어서야 제2권으로 출판됩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어봅시다.

<모음곡 4번 d단조>는 4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아주 소박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들어보면, 특히 3번째 곡인 '사라방드'의 경우, 어디선가 들어봤을 곡입니다. <베리 린든>같은 영화나 기타 드라마 등에서 관현악 버전으로 꽤 나오죠.

비통해하는 단순한 울림이 매력적인 곡인데, 2개의 짧은 변주가 이어지면서 끝나는 곡으로서,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모음곡 3번 d단조>는 6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4번에 비하면 상당히 본격적인 작품입니다. 장르도 다양하고, 기교적인 부분도 있구요.

짧은 전주곡이 끝나면, 2번째 곡이 Allegro 로 빠르게 진행되는데, 벌써 상당히 대위법적인 화려함을 드러내는 속도감 있는 곡입니다.

그에 연이은 3곡은 긴장이 확 풀어진 곡들인데, 특히 주목할 곡은 5번째 'Air' 입니다.

실의에 빠진 듯, 상당히 조용하고 감상적인 곡입니다. 바로크 건반음악에서 지속적으로 들리는 '트릴'의 울림들이 그러한 느낌을 배가시키죠. 

이 곡은 6분 정도 지속된 후, 5개의 1분 남짓한 변주곡들로 이어집니다.

<모음곡 7번>은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장대하고 화려한 면이 부각되는 곡인데, 이미 첫 곡인 'Overture(서곡)'에서 그러한 조짐이 보입니다.

그 이후 이어지는 곡들은, 한 곡씩 빨랐다가 느렸다가 주고받으며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대미의!!! '파사칼리아' 가 나옵니다. 으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군요..

아마 이 곡은, 바로크 건반음악 전체를 통틀어서도 상당한 충격을 줄 만한 곡입니다.

'파사칼리아' 라는 일종의 '변주곡'은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것인데..  특히 브람스의 교향곡 4번 4악장이 유명하고, 그 외에도 꽤 보입니다.

어쨌든, 헨델의 '파사칼리아'는 시작부터 장엄하고 비극적이고 울림이 풍부한 단순한 주제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변주가 이어지는데, 변주 하나하나가 정말정말 아우....... 말로 표현은 못하겠으니, 그냥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곡이 끝날 때에는 전율과 함께, 멍~~ 때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곡입니다.

<모음곡 8번>은 앞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명랑하고 밝은 느낌입니다.

첫 곡부터 해맑고 씩씩하죠. ㅋㅋ

그 이후 이어지는 곡들도, 애교있고 앙증맞고 장난스러운 리듬을 가진 곡들로 끝까지 가니까, 즐겁게 들으면 됩니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