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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만나는 골목길 사람들의 반응
29개월 째 피켓을 배달통에 붙이고 골목을 다니며 느끼는 보람은 뭐니뭐니해도 놀란 듯 눈 크게 뜨며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을 만날 때 생깁니다.제 피켓 문구로 인해 반대쪽 사람이 계몽(?)될 일은 어차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말 그대로 똑같은 마음을 가진 동지에게 발견되어 우린 서로 외롭지 않은 싸움을 하는사람들임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린다면 저의 실천은 가치 있는 일이 됩니다.
3월 2일 게시한 피켓
3월 10일 게시한 피켓
3월 11일 게시한 피켓
위 피켓 3종을 갈이하던 즈음부터 그 전과는 좀 다른 색다른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져서 오늘은 그 대목을 글로 써볼께요.
우선 최근 일 중 강렬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사례부터 소개합니다.
사례1 내란종식이 자신의 살 길임을 절감하는 시민
새로 피켓을 걸고 만난 두번째의 반응인데 이 때만 해도 저는 피켓 문구를 잘 써서 그런가보다 했답니다.실은 골목에 분노가 쌓이다 한도를 넘어 이젠 말하지 않으면 화병 날 지경의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거였어요.종암동 어느 빌라에 배달하고 내려왔더니 주방기기 납품한다는 아저씨가 피켓 글귀가 진짜 공감되서라며 이야기를 걸더군요. "일감이 없어 죽겠어요. 딱 맞아요 내가 죽게 생겼어요.처벌 안하면 정말 끝이에요."
사례2 눈이 아주 좋은 어르신 두 분
다시 적극적 반응를 하는 시민의 모습입니다
답십리 촬영소 사거리를 천천히 우회전으로 도는데 15미터 이상은 떨어진 곳에 계시던 할아버지 두 분이 동시에 엄지척을 하시며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계속 해 주심
사례3 사탕만 건네고 할 일 다하신 배달 기사
이화사거리 앞 적색 신호에 잠시 정차했더니 어느새 50대 기사가 뒤에서 다가와 바로 옆에 서더군요. 자신의 주머니에서 뭔가 한 줌 빼내서는 말없이 주먹을 내밀며 제게 손 펴보라는 듯 쭉 뻗습니다.앞뒤 아무 말 없이 행동으로만 제 손바닥에 사탕 한 줌 쥐어주고는 다시 아무 말없이 떠났어요.같은 배달기사로서 저는 그게 어떤 마음인지를 알지요.
사례4 도저히 어딘지가 기억 안 나는(?) 골목길
혹시 몰라 이 이야기는 동네를 쓰지 않겠습니다.딸 아이 관련한 통화를 위해 잠시 어느 주택가 길에 정차했는데 순찰 돌던 경찰차가 바로 근처를 지나게 되었어요.그런데 조수석에 있던 여경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제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더군요.쉽사리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이가 그 마음을 전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말없이 미소지으켜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이더군요.
사례5 껄껄껄 호탕한 제기동 아주머니
어느 건물 앞에서 음식을 꺼내드는데 시장 봐서 집으로 돌아가시는 아주머니께서 동네 다 둘리는 큰 소리로 껄껄껄 웃으십니다.뒤에 붙은 피켓을 일일이 읽으시며 말입니다."윤석열의 똥개 검찰 버러지들아 세상 제일..." "어휴 진짜 딱 말는 말이네요.읽었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
3월 들어서며 느끼는 것은 한마디로 ”골목은 이제 움츠림을 끝내고 있다”입니다.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골목에서 제가 반응의 강도를 가장 세게 느꼈던 시기는 내란의 밤으로 치닫던 때였습니다.분위기가 날로 고양되고 있음을 하루가 다르게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12월 3일 이후로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마음이 작동해서인지 광장의 들끓음에 비해서는 오히려 움츠린 느낌을 받았어요.직전 최대치에 비해 60프로 정도까지 반응지수가 떨어졌으니깐요.그 상황을 이제는 뚫고 있음을 느낍니다. 3월에 들어서며 골목의 반응이 이제 최고치 때의 90프로 정도에 도달하였습니다.이제 곧 직전 최고치를 넘겠지요? 오늘 저는 봄이 저 너머 앞마을까지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고 싶네요.
최근에 찍은 이문동 어느 담벼락입니다.찬바람 매서운 때 내내 마치 죽은 듯이 추욱 늘어져 있던 덤불무지가 보이시지요.저리 보이는 생명체는 어느 날 몇 안되는 개체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면 짧은 순간 셀 수 없을 만큼의 무수한 꽃을 피우더군요.(우리네도 곧 그럴 것 같아요.) 화사한 노란 꽃의 향연을 기다려도 좋은 때가 왔습니다.이제 찬란한 봄을 같이 맞아요.
다음 편에 또 힘나는 얘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