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교수들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나선 이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며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교수들이 서명한 연판장에는 “학문적 자유와 대학 자치권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 다투고, 따르기를 거부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판장 작성에 관여한 하버드 로스쿨 니콜라스 보위 교수는 하버드크림슨에 “하버드와 같은 대학은 민주사회에서 정의의 힘으로 교육을 방어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보스턴글로브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학계에서 나온 가장 주목할 만한 저항 행위 중 하나”라고 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달 들어 이민 당국이 그동안 반이스라엘 입장을 대변해 온 학생들을 급습해 구금하는 상황이 연달아 발생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작년 봄 대학가 시위를 주도한 컬럼비아대 학생 마흐무드 칼릴을, 17일엔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선전물을 퍼뜨리고 반이스라엘주의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조지타운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바다르 칸 수리씨도 구금했다. 25일엔 터프츠대 박사과정생 뤼메이사 외즈튀르크를 체포했는데, 여러 명의 국토안보부 직원들이 대낮에 길을 걷던 그를 에워싸고 휴대전화를 뺏는 등 테러범 체포 작전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남미 가이아나를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대학가 반이스라엘 시위와 관련해 비자가 취소된 사람 수를 묻는 말에 “300명 넘을지도 모른다”며 “‘미치광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그들의 비자를 취소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권위주의 행보는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미국 내에서조차 각종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를 통해 연방 기관 수습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했지만 연방 법원이 “적법하지 않다”며 뒤집었다. 트럼프는 또 행정명령으로 미국에서 태어나면 국적에 상관없이 시민권이 부여되는 출생시민권제도를 폐지했지만 연방 법원에서 “위헌적 조캇라며 막아섰다. 그런가 하면 법원의 결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삼권분립의 기반을 허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5일 260여명의 불법 이민자를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추방령 일시 정지’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들을 그대로 추방했다. 사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트럼프는 오히려 판결을 내린 판사를 “좌파 미치광이”라고 비판하며 “탄핵해야 한다”고 공격에 나섰다.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막무가내식 글로벌 관세 전쟁과 반도체법 폐지 방침에 대해서는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은 줄고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