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연예인들의 기부 소식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동시에 그 흐름에 편승하지 않는 이들을 향한 묘한 시선과 암묵적 비난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일종의 '기부 강요'라는 사회적 압박으로 전이되는 듯한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군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종종 '공적 존재'로 인식되며, 높은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책임'의 범주가 어느 지점까지 확대되어야 하는지는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 연예인들이 기부를 하는 것은 분명 박수받을 일이나,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일'로 간주되고, 기부를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기부란 본질적으로 자발적 의지에 기반한 행위다.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과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판단한 가치와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기부의 진정한 의미다. 이를 대중의 눈치와 언론의 기대 속에서 '해야만 하는 일'로 전환시킬 경우, 기부는 더 이상 선의의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구색 맞추기, 혹은 면피성 퍼포먼스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또한, 연예인을 향한 이러한 과도한 기대는 결과적으로 직업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 연예인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접근성이 쉬운 직업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수년 간의 무명 생활, 불안정한 수입, 대중의 평가에 따른 존재의 유무 등이 교차하는 극도의 긴장 상태가 상존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어렵게 얻은 수익에 대해 '쉽게 번 돈이니 사회에 환원하라'는 식의 접근은 지극히 피상적인 시선이다.
사회가 진정한 연대를 원한다면, 개인의 선의에 기대기보다는 구조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공적 재원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정 직업군, 특정 인물에게 기부를 '요구'하는 방식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기부는 강요되어선 안 된다. 그것이 진정한 울림을 갖기 위해서는, 기꺼이 내밀어진 손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한다. 연예인의 이름 앞에 ‘얼마를 냈다’는 숫자 대신, 조용히 누군가를 위한 마음 하나가 남는 사회, 그게 우리가 바라는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