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 세종시를 통해 본 지방분권의 허상

2014년 업무때문에 세종시에 갈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과 사뭇 다른 생경한 풍경이 제 눈에는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상적인 풍경은 오송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는 18km 정도 됩니다. 

저렴하게 BRT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었는데 어차피 출장비 정산이 되니까 쿨하게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하고 택시를 잡았는데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제 차림새를 보고 택시기사님이 은밀한 제안을 하시더군요.

기사님 : 회사 출장오셨어요? 오송역에서 저희 콜 불러주시면 2만원 넘는 금액은 페이백 해드릴테니까 담배값이나 하시죠.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 택시를 타면 약 2만5천원 정도 금액이 나옵니다.

그러면 기사님은 2만원에서 오버된 5천원을 현금으로 주시고 미터기에 찍힌 2만5천원짜리 영수증을 주시는거죠.

저는 실제로 2만원을 지불했지만 2만 5천원짜리 영수증이 있기 때문에 경영지원팀에 제출하면 2만 5천원을 받을 수 있어

5천원의 꽁돈이 생기는겁니다. 왜 이런일이 생기냐면 오송역에서 정부청사로 가는 택시 출장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오송시 택시기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이런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거죠.

오송 드리프트라는 희대의 삽질이 낳은 새로운 기득권 세력의 등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KTX 세종시 신설안이 나올때마다 가장 거품물고 반대하는곳이 오송시 택시연합회입니다. 정부가 만들어낸 새로운 적폐세력인거죠.

저는 세종시에 꽤나 기대가 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서울 집중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지방분권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세종시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 기대와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제 담당이었던 고용노동부에서 만난 4명의 공무원분들은 이렇습니다.

1)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공무원 여성과 결혼한 30대 초반 엘리트 5급 사무관 (세종시 아파트 거주)

2) 외벌이 40대 초반 7급 주무관 (세종시 원룸 거주, 주말부부)

3) 육아휴직중인 공무원 부인을 둔 30대 후반 7급 주무관 (세종시 원룸 거주, 주말부부)

4) 전산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사업하고 있는 남편과 같이 살고 있는 50대 초반 여성 주무관 (광명 거주, KTX 출퇴근)

제가 세종시에서 만난 4명의 공무원분들은 한분을 제외하고는 저의 기대와 달리 세종시에 거처를 두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군요.

5급 사무관님은 나이도 젊고 부인도 공무원이고 아이도 없는데다가 세종시로 옮기면 각종 혜택을 주니까 (공무원 우선 분양권 등)

옳다구나 싶어서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을 받아 이주하셨지만 두분의 주무관님은 육아와 아이 교육문제로 주말부부를

(3번 주무관님은 공무원 부부에 아이도 어려서 이주를 고민하셨는데 부인이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후문이...)

50대 여성 주무관님은 남편의 사업과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교육 문제때문에 광명으로 이사가는 대안을 선택하셨다고 하더군요.

밥먹고 담배피면서 그런 얘기들을 듣다보니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자리마다 붙어있는 BRT와 KTX 오송역 시간표. 평일에는 텅텅비었다가 금요일밤만되면 헤드라이트 행렬을 이루는 고속도로.

생각보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어렵습니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을 찾아 적응하고 있었고요.

이때부터 지방분권은 사실 허상이 아닐까? 수도권 집중화를 타파하기엔 이미 늦은게 아닐까?

지방분권이라는 이름으로 괜히 지방 집값만 들쑤시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이야기2. 누가 그를 시위로 내몰았는가? 일산의 50대 K부장님

제가 업무중에 만난 분 중 부동산 관련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분이 한분 있었습니다.

586세대로 아주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오셔서 삼성전자에 근무, 수원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1기 신도시 개발 시절에 재미삼아 일산에 청약을 넣었다가 당첨되어 단지내에서 평수를 늘려가며 몇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 40평대 후반 아파트에서 부인, 자녀2, 노모 총 5식구와 함께 30년째 일산에 거주중인 K 부장님 이야기입니다.

K 부장님은 청약을 넣을때 일산과 분당을 고민하시다가 파주인 처가가 가깝다는 이유로 일산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 선택을 뼈져리게 후회하고 계시죠.

2017년경 나날이 상승하는 서울 집값에 비해 정체되어 있는 아니 살때보다 오히려 떨어져 있는 

집값을 걱정하는 K부장님께 저는 홍제동의 30평대 후반 아파트를 권유해드렸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돈을 보태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매물이었죠.

일산집보다는 평수가 좁아지지만 역이 가깝고 자녀가 다니는 대학과도 가까운데다가

일산집보다 연식도 10년이나 적은 굉장히 좋은 매물이었는데 일산의 쾌적한 삶에 익숙해져있던 K부장님은

공원도 없고 길도 좁으며 코스트코도 없고 인프라도 후진 홍제동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습니다.

2019년 3기 신도기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일산 주민들이

김현미 장관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어기 시작하자 정부 정책에 분노한 K 부장님은 시위에 참가하게 됩니다.

586세대답게 잠깐이나마 운동권에 발을 담그셨으며 태어나서 한번도 민주당 이외에 다른 당을 찍어본적이 없었던

K부장님의 변화가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K 부장님은 5억원대인 현재 아파트를 팔고 조금의 대출을 받아 대화동의 다가구를 매입해

월세를 받으면서 노후준비를 할 계획이셨는데 3기 신도시 발표로 일산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게 되자

자신의 노후준비를 망친 정권에 분노하며 시위에 참가하셨던 것이었습니다.

586세대로 운동권 출신이자 열린우리당의 권리당원이었으며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였던 K부장님.

순간의 선택이 부른 참극이었을까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득권의 발버둥일까요?

이야기3. 집시가 매수대기자가 되기까지. 운양동의 50대 팀장님

제가 다니는 회사의 팀장님은 50대 초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결합된 꼼꼼하고 탁월한 일처리와 자기관리 능력. 꼰대냄새 하나 없는 열린 마인드까지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만난 관리자 중 넘버원으로 꼽는 참 관리자의 표본이신 분입니다.

제가 저희 팀장님을 인상깊게 바라보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는데 팀장님의 삶에 대한 가치관 얘기를 들으면서 부터입니다.

제가 회사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중에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었거든요. 거의 집시 수준으로요.

팀장님은 회사생활하면서 틈틈이 모아둔 3억원의 예금을 가지고 계셨지만 살면서 한번도 자기 명의의 집을 가지신적이 없는 분입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참 재밌었습니다.

"나는 신축이 너무 좋아. 집을 사면 언젠가 낡게 되잖아. 그래서 평생 2년마다 신축으로 옮겨다니면서 살꺼야"

어릴때부터 늘 주거불안을 느끼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근데 회사를 다니면서 보니 저런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더군요.

원래 팀장님은 혼자서 광화문의 오피스텔 전세로 살고 계셨는데

계약기간이 끝나고 몸이 갑자기 안좋아지신 노모를 부양하기 위해 운양동의 신축 아파트 전세로 들어가게 됩니다.

늘 풀옵션 오피스텔에 살아 큰 살림살이가 없으셨던 팀장님은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세탁기, 냉장고, 노모를 위한 침대, 조카들이 자주 집에 오게되면서 대형 TV를 구입하게 되셨고

혼자 살때보다 늘어난 짐, 몸이 불편해 더 이상 혼자 살수 없으신 노모, 몇년새 엄청나게 오르게 된 집값과 마주하게 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 노후준비를 고민하시던 팀장님은 결국

집시 같은 자유로운 마인드인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 전세기간이 끝나면 집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평생 자유로운 영혼이셨던 팀장님.

집값이 미친듯이 오르지 않았다면 평생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야기4. 누구나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은평구의 30대 R 과장

흙수저로 어렸을때부터 주거불안에 시달렸던 R 과장은 2016년 30대 초반의 이른나이에 집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지역이 재개발 되어 새로 거처를 알아볼 필요성이 생겼고

마침 독립할 나이가 되었고 나름 소소한 목돈을 마련해둔데다가

정부에서 70%까지 대출을 해주니 R 과장 입장에서는 집을 살 적기였던거죠.

수많은 서치와 눈팅끝에 자신의 자금 사정에 맞는 적절한 매물을 발견한 R 과장

그런데 그 매물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세입자가 낀 매물이었거든요.

5년째 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미안해 1년 남은 월세 기간을 지키는게 판매 조건이었던 매도자.

철거까지는 앞으로 1년 넘게 남았고 마침 가지고 있는 돈도 아슬아슬했던 R 과장은

매달 들어올 월세 50만원을 생각하며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하고 해당 매물을 매수하게 됩니다.

매수할 집값의 30%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R 과장은 45%를 은행에서 대출받아 잔금을 치릅니다.

남은 25%는 월세 보증금이었거든요. 그건 월세 기간이 끝날때 세입자 퇴거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LTV 70% 기준으로 25%의 여유분이 남아있었으니까요. 그때까지는 계산상으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해 겨울.

최순실의 태블릿 사건이 터지고 정국이 급변, 장미대선이 치뤄지게 되면서 R과장에게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새로 들어온 정부에서 LTV 비율을 60%로 조정한다고 발표해버린거죠.

순식간에 대출 가능금액의 10%가 날아간 R과장.

세입자의 계약만료 일자는 다가오고 월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순식간에 날아가버린 10%의 LTV때문에 R 과장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겨봅니다.

은행에 국토교통부에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열심히 전화를 돌려봤지만 아무도 명쾌한 답변을 해주지 못합니다.

정책은 발표됐지만 소급적용되는지 안되는지, 언제부터 정책이 실행되는지 아무도 몰랐던거죠.

저렇게 파급력이 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세부시행규칙을 정하지 않은 정부에 R 과장은 분노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고 결국 신용대출의 힘을 빌려 결국 세입자의 월세보증금을 돌려주는데 성공합니다.

R 과장은 이때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정부 정책이라는게 생각보다 디테일하지 않구나. 주먹구구식이구나.

정부가 정책을 변경할때 촘촘하게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했다면 R과장의 혼란이 조금이라도 덜했을까요?

이야기5. 우리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임대차 3법의 희생양. 일산의 30대 9급 공무원 K군

제게는 절친이 하나 있습니다.

늦깍이 나이에 하루 12시간 공부해서 2년만에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이 친구에게는 10년 만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박봉이지만 공무원이고 혼기도 꽉찬데다가 여자친구의 성화로 더 이상 결혼을 미룰수 없었던 친구는

2020년 봄.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고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때문에 결혼 일정이 계속 미뤄지자 마음이 급해진 친구는 일단 신혼집부터 구하기로 합니다.

목표는 일산이나 운정의 소형 아파트, 예산은 집에서 마련해준 1억과 여자친구가 마련해온 1억, 약간의 대출금

어느날 임대차 3법이 기습 통과됩니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의 전세매물이 급속히 사라집니다.

돈이 있어도 신혼집을 구할수가 없습니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K군은 저에게 욕을 합니다.

"개삐리리야. 니가 XXX 뽑아서 내가 결혼 못하게 생겼잖아"

저 말이 진심이 아니란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도의적으로라도 마음에 빚이 있던 저는 친구에게 씁쓸한 위로의 말을 건냅니다.

저는 열심히 투표한 죄밖에 없는데 왜 친구에게 욕을 먹어야 할까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친구는 과연 신혼집을 구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6. 어디까지 밀려나야 할까? 경기도 행신의 40대 외벌이 가장, S부장님

30대 후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S부장님.

개발자로써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개발자 특유의 얼리아답터 기질을 가지고 계신 관계로 모아둔 돈이 없었던

S 부장님은 2012년 영혼까지 끌어모은 2억으로 이대 앞 대현 럭키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합니다.

2014년 아이가 태어나고 S부장님은 전세를 연장합니다.

사실 영혼까지 끌어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집값이 떨어질까봐 S부장님은 대현 럭키아파트의 매수를 주저합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24평이 좁아지는것도 매수를 주저한 원인 중 하나였죠.

2016년. 2014년에는 3억이었던 대현 럭키아파트가 4억이 됩니다. 전세도 3억으로 올랐죠.

높아지는 집값과 북적이는 서울 생활이 지친 S 부장님은 회사를 상암동으로 옮기고

거처도 이대에서 경기도 능곡으로 탈 서울을 감행합니다. 

한번 서울을 떠나면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없다는 주위의 만류를 무시한 S 부장님

그에게는 대현 럭키아파트보다 신축이고 더 넓어진 능곡현대홈타운이라는 새로운 거처가 생겼거든요.

물론 여전히 집은 전세였습니다. 그에게는 서울 집값이 비정상처럼 보였고 경기도에 평생 살 생각은 없었거든요.

서울 집값이 좀 떨어지고 전세기간이 끝나면 그때 집을 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죠.

2017년 왜인지 능곡현대홈타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떡상의 조짐이 보입니다.

S부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죠.

서울 집값은 더더욱 떡상합니다. 와이프는 현대홈타운이라도 매수하자고 남편을 보채기 시작합니다.

그의 눈에 현재 상황은 비정상적입니다. 억지로 부인을 달래봅니다.

마침 TV에서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집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다주택 적폐꾼들을 압박하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정책실장이 저렇게 말하는데 조만간 집값이 잡히겠지 싶습니다.

2018년 예상보다 능곡현대홈타운이 더더욱 떡상합니다.

예전 가격을 생각하면 이제는 집을 사기도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됐습니다.

결국 영혼까지 끌어모아 또 대출을 받고 전세를 연장합니다.

2020년 전세만기가 다가옵니다. 갑자기 임대차 3법이 기습통과됩니다. 

전세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임대차 3법에 맞춰 집주인은 계약 불가를 통보합니다.

계약 갱신권은 쓸수 있는건지 쓴다고 해도 2년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S 부장님은 요즘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S부장님이 집 살 기회는 많았습니다.

S부장님이 집을 사지 못했던건 본인이 주저해서 일까요? 정부를 지나치게 믿은 순진함 때문일까요?

이야기7. 폭락론자가 집을 사기까지, K기자의 영끌 주택 구입기

고대를 졸업하고 신문사에 입사한 586세대 운동권 출신 K 기자님.

특유의 날카로운 필력으로 안밖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K 기자님은 사회의 지도층이자 

기득권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남에게 말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집 문제죠.

전세를 전전하던 K기자. 전세생활에 지친 그의 부인은 2006년 남편 모르게 목동 아파트의 계약서를 덜컥 써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된 K기자. 부인에게 노발대발 화를 내며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목동 아파트의 계약을 취소합니다.

그 이후 버블7의 중심지였던 목동은 나날이 떡상을 거듭. 목동이 떡상하면 할수록 부인의 바가지 역시 심해졌습니다.

MB 정부가 서울 개발을 천명하고 곳곳에 뉴타운을 난립하게 되면서 집값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몇년의 조정기

그때가 K 기자가 집에서 위신을 세울 수 있었던 유일한 시절이었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이름을 딴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붐업을 추진하지만

평생 하락론자였던 K 기자의 눈에 집값을 애써 올리려는 부동산 적폐세력들의 마지막 발악처럼 보였습니다.

저 마지막 발악이 얼마가지 못할꺼라는 덧없는 희망을 함께 품으면서요.

세월이 흘러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부인의 바가지가 다시 시작됩니다. 

뭐 멘트는 다들 예상하셨다싶이

'내가 그때 목동 집 사자 그러지 않았냐'

'너때문에 우리 평생 집한채 없이 늙어죽게 생겼다'

였죠

한채는 기본이고 2채, 3채에 재개발 투자까지 하고 있는 자신의 동료들을 발견한 K 기자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집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미 오를때로 올라버린 집값. 그때 지인이 좋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흑석동에 좋은 재개발 매물이 있어. 그걸 사면 재개발할때 아파트 2채가 생겨'

눈이 번쩍 뜨이는 특급정보에 K 기자는 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으고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의 사택에 거주하며 전세금까지 동원하는 

사택 신공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가며 재개발 매물 매수에 성공합니다.

정부 정책에 역행하여 집을 매수한 K기자. 

평생을 폭락론자로 살게 했던 그를 바꾼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야기8. 정부의 말을 들으면 손해를 본다? 순진했던 Y검사의 2주택 처분기

30대 늦은 나이에 장수생 생활을 거쳐 마침내 사법시험에 합격한 Y검사

우직한 겉모습처럼 Y검사는 동기들에게 답답하다는 소리까지 들을정도로 원칙주의자였습니다.

그 원칙때문이었을까요? Y검사는 한직을 전전했지만 인내가 쓰면 열매는 단법.

마침내 그 원칙을 인정받아 고위공직자가 됩니다.

2017년 정부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고

동시에 고위공직자들에게 1주택을 남기고 다 처분하라는 명령이 하달되게 됩니다.

사실 Y검사는 통장에 2천만원밖에 없는 그지였습니다. 결혼전까지만 해도요.

무슨 매력이 있었는지 50대의 늦은 나이에 12살 연하 부자 와이프와 결혼하면서 운좋게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었고

동기들, 후배들에게 술사먹이느라 통장에 2천만원밖에 없었던 그지 Y 검사는

결혼과 동시에 본인명의 한채, 부인 명의 한채 총 아파트 두채와 부인명의 수십억 예금을 가진 자산가가 됩니다.

충직하고 원칙주의자였던 Y검사는 정부의 명령대로 서초구의 아파트를 처분합니다.

정부에서 다주택자는 적폐라고 했거든요. 고위공직자가 적폐라니 Y검사에게는 참을수없는 모욕이었죠.

평소처럼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Y검사

새로운 상사가 부임하고 그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게 됩니다.

원칙주의자였던 그가 상사의 눈에는 고깝게 보였던 겁니다.

그 원칙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화려하게 부활,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를 맞은 Y검사.

정부의 명령을 순진하게 따라 재산상의 손해를 보고 청산당할 적폐로 몰린 Y검사

정부의 말이고 나발이고 집을 팔지않고 재산권을 지켜 큰 이득을 본 고위공무원들

과연 청산당할 적폐는 누구일까요?

이 우화는 조금의 과장이나 보탬 없이 제 주위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엮은 100% 리얼 현대 부동산 우화입니다.

아 물론 7,8번은 픽션입니다 ^^

이외에도 한남동 왕궁맨션 J 차장님, 길음동 E편한세상 J 부장님, 마곡 엠벨리 H 과장님, 청라 스마트시티에 속은 디자인팀장님 등

다양한 우화가 있으나 졸려서 여기까지만 적어봅니다.

우화의 끝은 명언으로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 되어 있다.
- 프리드리이 하이에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