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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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이야기 ⁶
[* 비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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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08:59 조회 : 921

펌.

베네수엘라에서 신기했던 점 또 하나는 저희 집 일하셨던 분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분이 어느날 저희에게 아이들 신발 선물을 사줄 수 없냐고 물어봤거든요. 저희는 어려운 사정을 아니 오케이라고 하고, 신발을 사려고 하는데, 그 후에 저희에게 사진들을 보내왔습니다. 그냥 운동화가 아니라 '조던'을 사내라는 거였습니다. 당시 베네수엘라 경제가 왜곡되서 할머니가 반년을 꼬박 일해도 이 신발 한 켤례 살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희도 너무 비싸서 사 신지 않는 신발입니다. 그래도 손자가 원한다면서 꼭 좀 사달라고 하더군요. 일해서 갚겠다면서요. 거절해야 했고, 관계는 회복할 수 없게 되어 할머니를 집에서 내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에 이 곳 사정을 잘 아시는 분이 얘기를 듣더니 잘 내보냈다며 '나중에 집에 들어와서 내 집이라고 우길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시며, 여기 사람들은 '너는 그 정도 사니까 나한테 뭔가 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시는데 그땐 이 얘기의 뜻이 뭔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부유층 아파트 주인들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에게 렌트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베네수엘라에는 초강력 임차인 보호법이 있거든요. 임차인이 퇴거를 하지 않으면 강제 퇴거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버티고 일정 기간 눌러 살면 그냥 집을 줘야한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법조문을 알아본 것은 아닙니다만, 모든 교민분들이 그리 말씀을 해주시니 사실 이겠죠? 그래서 외국인들에게만 임대를 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언젠가는 확실히 나가니까요. 그래서 베네수엘라 일반인들에게는 항상 집이 부족합니다. 누가 나쁜 놈인가요? 동포에게 집을 내주지 않는 악독 임대업자? 아니면 법을 악용해서 남의 재산을 가로챈 임차인?

베네수엘라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 하고 있었습니다. 저 악독한 기업가, 임대업자 놈들, 남을 등쳐먹을라고 하는 저 치사한 임차인, 소비자들. 저도 살면서 한번은 저 악독한 기업가들에게 당하고 한번은 저를 어떻게든 등쳐먹을라고 하는 서민들에게 당하다 보니 이제 대체 누가 먼저 잘못한 건지 모르겠던군요. 모두가 모두에 대항해서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대체 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였던 베네수엘라는 누가 뭘 잘못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를 속이고, 이용하고, 미워하는 지경이 된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전세 퇴거에 대한 대가로 위로금을 지급해달라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립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이익을 나누라는 것이겠죠. 여기서는 누가 나쁜 놈인가요? 혼자서 집 가격 상승의 이익을 독차지 하려는 임대인, 아니면 정부가 준 기회를 악하게 이용히는 임차인? 요즘 한국을 보며 베네수엘라에서 겪은 일들이 다시금 떠오른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