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화제가 된 기사가 있었습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말 대비 2020년말 한국의 명목 주택가격 상승률이 5.4%를 기록하면서

OECD 43개국 가운데 22위로 정확히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발표를 두고

여당 지지자는 "현 정부 들어 유독 집값이 오른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옹호하고

상승론자는 "역시 집값이 많이 오른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입니다.

언뜻 보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두 계층이 이 기사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를 들며 해당 내용을 지지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에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OECD 국가와의 집값 상승률 비교에서 사용된 우리 나라 지표가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지수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김현미 장관 시절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의 데이터를 인용하여

현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17%만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17%만 올랐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7%만 올랐다는데 동의하시는 분이라면

제가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을거 같습니다.

그러나 KB부동산 주택매매지수만 봐도 해당 기간에 서울 아파트는 +41%가 올랐으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9% (6억 635만원 → 9억 6,259만원) 올랐습니다.

참고로 국토연구원에서는 올해 초에도

우리 나라 집값이 2015년 2분기말 대비 2020년 2분기말 +1.6%만 올라

집값 상승률이 OECD 43개국 가운데 37위로 하위권에 그쳤다고 주장했었습니다.

+1.6%.

5년간 정말 그렇게만 올랐다고 생각하시나요.

해당 기간 KB부동산 주택매매지수는 전국 주택 기준으로 +11%가 올랐으며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는 +38% (2억 6,871만원 → 3억 7,038만원) 올랐습니다.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한국부동산원의 데이터를 반영해서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집값 상승률이 중위권(또는 하위권)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는 것은

견강부회와 아전인수라고 지적해도 그리 틀리지 않은 말 같습니다.

또한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달리 통화량 증가폭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해보면

박근혜 정부 기간 (2013년 2월 ~ 2017년 3월) 동안 통화량(M2)은 +32% 증가했으며

문재인 정부 기간 (2017년 5월 ~ 2019년 12월) 동안 통화량(M2)은 +19% 증가하여

월 평균 통화량 증가율로 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월 평균 통화량 증가율 : 박근혜 정부 +0.65%, 문재인 정부 +0.61%)

그런데 두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KB부동산 기준)

박근혜 정부 49개월 : +10%

문재인 정부 31개월 : +23% (코로나19 이전) 입니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월 평균 통화량 증가폭은 비슷했는데

문재인 정부때 서울 아파트가 훨씬 폭등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고로, 역대급 유동성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집값 폭등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틀렸습니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확대되기 이전에도 이미 급등했습니다.

결론을 내려봅니다.

집값이 오른게 전세계적인 현상은 맞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유독" 많이 오른 것 역시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