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분은 다 아시겠지만...

레고랜드 사태는 꽤 큰 일이었습니다.

레고랜드 사업의 옳고 그름은 정치의 영역이고 더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결국 상환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았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치적인 판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긴 했습니다만 그러기엔 너무 큰 충격이 왔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공기업에 대한 불신이 싹 트고 돈줄이 마르면 애꿎은 민간기업에게 피해가 갑니다. 꽤 크게요.

ABCP라는 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실 겁니다.

제가 종종 과거에 썼던 카드사 자금조달 경로에서 얘기했던 장기CP라고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려나요?

CP는 어음입니다.

https://www.kbsec.com/go.able?linkc...

KB증권 측 설명을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부동산 관련된 어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무튼 돌아와서 부동산 쪽 자금시장이 흔들리면 결국 은행에도 영향이 갑니다.

특히 부동산PF를 많이 하는 비은행(이른바 제2금융권)이 특히요.

한국전력이 막대한 적자로 인해 채권을 계속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전채는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서 최고 등급의 채권인데요. 

이 한전채가 3년물 기준 5.63%이네요. 

그러면 타 기업에서는 회사채를 발행할 때 3년물 기준 한전채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 합니다.

꽤 높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전채는 1~2% 수준이었는데.. 지금 보면 놀랍죠.

대외 여건 변화 속에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 같네요.

좀 더 나아가봅시다. 

은행은 돈을 어디서 조달할까요?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수단으로는 예금일 겁니다.

그러면 반론이 있을 겁니다. 

저금리시대에는 은행에 돈 누가 맡기냐구요. 근데 그 때는 문제 없다가 지금 와서 왜 이러느냐고요.

맞습니다.

그 때는 유동성이 넘쳐날 때니까 괜찮았어요.

근데 지금은 아닙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자금 조달이 필요한 회사가 채권을 발행할 수 없으니 은행으로 몰립니다.

은행은 자금 조달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근데 사실상 국가기관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민간은행보다 금리를 더 쳐주면서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러면 다른 은행은 적어도 산업은행, 기업은행보다 금리를 더 쳐줘야 할 거고, 

또 아까 언급한 한전이라는 존재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남은 방법 중 하나가 예금 금리를 잘 쳐주는 겁니다.

비은행(제2금융권)에서는 만기가 아니라도 중도해지해도 예금을 챙겨줄테니 가입해달라는 상품이 하나 둘씩 늘고 있죠.

근데 이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하실텐데요.

우리나라는 장기간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 정부 상품 일부 말고 시중은행에서는 없습니다.

미국처럼 30년 고정금리 이런 게 없고 길어야 5년간 고정입니다.

사실 미국 빼고는 고정금리는 최대 5년인 상품이 많더군요.

다음은 영국의 사례입니다. 금융이 대표적인 산업인 곳이죠.

HSBC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barclays.co.uk/content/...

바클리스도 5년인 건 마찬가지고요. 

근데 그 5년 고정금리 상품은 금융채5년물 기준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 금융채가 은행채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결국 은행은 나중에 대출금리를 맞춰 받을테니 이렇게 예금금리를 높게 줘도 가계가 상환할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잘 버틸 수 있습니다.

물론 가계가 잘 버텨야죠.. 

근데 좀 많이 힘들 거 같네요. 당장 저부터요...

아무튼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레고랜드 건이 터져서 불난 집에 기름을 뿌린 셈이 됐죠.

인플레이션이 좀 꺾여서 물가가 잡히면 금리 인상을 덜 할테니 그걸 바라지만...

단기에는 어려울 거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