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맨(Waterman)은 현대식 만년필의 시초로 평가받는 브랜드입니다. 1883년, 미국의 보험 설계사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Lewis Edson Waterman)은 중요한 계약서에 서명을 하던 중 펜에서 잉크가 흘러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당시 잉크 흐름이 불안정했던 펜의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는 곧 모세관 현상을 응용한 잉크 공급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이는 현대식 만년필의 시작을 알리는 혁신이었습니다.
이후 설립된 워터맨 펜 컴퍼니(Waterman Pen Company)는 20세기 초반까지 미국 만년필 시장을 선도하며, 만년필이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에 볼펜이 등장하며 만년필 시장은 큰 위기를 겪게 되었고, 워터맨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브랜드의 위상이 흔들리며 워터맨의 본사가 프랑스로 이전하게 되는데, 이는 워터맨이 프랑스의 문화와 미적 감성을 반영하는 브랜드로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워터맨 까렌(Carené)은 프랑스로 옮겨간 워터맨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까렌(Carené)’은 프랑스어로 ‘선체가 물결을 가르며 나아가는 매끄러운 곡선’을 의미하며, 이 시리즈는 실제로 고급 요트의 유선형 선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습니다.
펜의 외형은 이름 그대로 매끄럽고 유려하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특히, 닙(nib)과 바디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통닙(inlaid nib) 구조는 물결을 가르는 선체의 연속성을 더욱 강조하며, 워터맨의 정교한 기술력과 프랑스 특유의 세련된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직접 써보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필감이 인상적이며, 그 품질에 비해 가격대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까렌 같은 만년필은 까렌밖에 없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