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구 충돌 확률이 관측 역사상 최고점인 3%를 돌파해 천문학계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소행성 '2024 YR4'. 최근 수정돼 도출된 충돌 확률이 0%대로 내려앉으면서 '소행성 충돌 위험' 은 짧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천체 궤도 계산은 애초 불확실성이 크지만, 해당 소행성은 첫 관측 시점 당시 보름달의 빛이 감시망을 가리고 있던 탓에 궤도 계산에 방해받았던 게 문제였다.
2024 YR24는 지난해 12월27일(현지시간) 칠레에 위치한 유럽남방천문대(ESO) 천체 망원경에서 최초로 포착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 국제 우주 기구는 소행성의 지름을 40~90m로 추정했다.
최초 발견 당시 2024 YR24의 오는 2032년 지구 충돌 확률은 1.3%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후 한 달간 갑자기 충돌 확률이 치솟았다는 데 있다.
지난달 1일엔 1.7%로 상승했다가, 중순 한때는 3.1%까지 올라 '관측 역사상 가장 위험한 소행성'으로 지목됐다.
다만 이후엔 1.5%로 반토막 났고, 21일엔 0.3%, 25일 0.0017%로 하락했다.
국제 사회는 NASA, ESA 등 각국 우주국이 모여 '국제 소행성 감시망'을 구축해 천체를 감시하고 있다.
지구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지상의 천체 망원경, 혹은 지구 궤도에 위치한 인공위성 탑재 망원경으로 감시한 뒤 '자동 궤도 역학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동 경로를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소행성은 아득히 먼 거리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궤도를 추정하는 건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무엇보다도 2024 YR24는 첫 발견 당시 '보름달'이라는 복병이 있었다.
하필 만월이 반사한 태양 빛이 천체 망원경의 시계를 좁혀 소행성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다.
다행히 달이 점점 기울면서 천체 망원경의 시계는 점차 복구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NASA는 성명에서 "소행성은 아주 희미한 빛을 내기 때문에, 지상 망원경은 하늘이 아주 어두워야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며 "지난해 말 보름달이 떴을 때 하늘은 너무 밝아 관측소가 소행성의 빛점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새로운 관측 데이터가 쌓이면서 2024 YR4의 위험도는 수직 하락했지만, 아직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NASA에 따르면 2024 YR4는 오는 4~5월 중 지구 관측권 바깥으로 이탈할 예정인데, 그 이전인 이달 중 최첨단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을 가동해 소행성의 상세한 성질을 파악할 계획이다.
2024 YR4를 이루는 물질, 중량 등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므로 충격 정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NASA가 해당 소행성의 예상 직경에 따라 추정한 질량, 밀도 값 등을 대입하면 소행성은 TNT 폭탄 7.8메가톤(MT)급 에너지를 방출할 전망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 핵폭탄의 520배에 해당한다.
사실 천체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2024 YR4는 대기권의 열에 불타 '유성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
유성 폭발을 일으킨 천체는 지면 자체엔 큰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지만, 대신 원본 천체에서 떨어져 나온 돌 조각이 비산하면서 피해 범위는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
앞서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퉁구스카에 추락한 '퉁구스카 소행성'이 유성 폭발의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퉁구스카엔 인간이 거주하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소행성의 파편들은 2150㎢(서울 면적의 3.5배)에 해당하는 산림을 불태웠고 쇼크웨이브는 2600㎢까지 퍼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2024 YR4가 지구에 추락한다면, 예상 충돌 지점은 중남미 지역부터 아프리카 중부, 인도 부근까지 걸쳐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나 평야에 떨어지면 아무 피해 없겠지만, 대도시 인근에 추락했을 때 인명·재산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2024 YR4의 궤도를 추적하는 천체 관측소들은 해당 소행성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방침이다.
오는 5월 중 지구의 시야에서 사라진 소행성은 오는 2028년쯤 다시 관측 가능해진다.
만약 그때 2024 YR4의 위험도가 치솟는다면, NASA 등 국제 우주 기관들은 천체의 궤도를 임의로 바꾸는 기술을 투입할 수도 있다.
앞서 NASA는 2022년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날아오던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다트(DART)' 우주선을 충돌시켜 사상 첫 소행성 궤도 변경에 성공했다.
중국도 지난해 9월 핵무기를 실은 우주선을 날려 소행성에 자폭시키는 방식의 '천체 방어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