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역 산업 재편과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종합 전략으로 '메가 샌드박스' 구상을 내놨다.
제조업, 모빌리티, 금융, 문화 등 12개 분야를 중심으로 지방을 글로벌 수준의 실험 공간으로 만들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18일 딜로이트 컨설팅과 공동으로 펴낸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방혁신 레시피, 메가 샌드박스'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로 적용 가능한 혁신 모델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저출생, 저성장, 지역소멸, 산업 정체 등 한국이 직면한 복합 위기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보조금 정책을 넘어, 지방을 규제 자유지대로 전환해 제도 혁신과 민간투자를 함께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 모델로 제시된 '제조 AI 클러스터'는 제조업 중심 도시인 울산, 창원, 포항, 광양, 여수 등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공장 설비에 센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거나 품질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기존 산업단지를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딜로이트는 "국내는 산업별로 지역 분산이 잘 이뤄져 있고 산학연 협력체계도 밀집해 있어 AI 기술의 효과가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전문 인재 양성 체계, 실증 기반 테스트베드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지역 특성에 맞춘 다양한 실험 모델이 함께 제시됐다.
자율주행, 로봇, 유통 시스템을 통합한 '첨단 모빌리티' 모델은 자동차 부품과 로봇 산업이 발달한 대구·경북, 넓은 실증 공간을 갖춘 새만금 등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 가능성이 언급됐다.
NFT(대체불가토큰), 메타버스, 가상자산 등 신금융 산업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도록 한 '금융 피난처(Haven)' 모델은, 외국법 적용과 외환규제 완화 등을 통해 국제금융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한국형 나오시마'는 섬과 육지를 잇는 교량에 스마트 인프라 기술을 적용하고, 디자인 실험을 허용하는 문화·관광 중심 모델로 소개됐다.
이 외에도 AI 알고리즘 실증 기반의 'AI 시범도시',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지대, 지역 콘텐츠 유통 플랫폼 등 총 12개 모델이 지역별 특성과 연계해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허가 중심의 '포지티브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위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합한 세제 지원과 보조금, 외국 인재의 안정적인 체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주택·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 확충, AI 기술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 등도 함께 언급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앞서 공개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메가 샌드박스를 실현하기 위한 요소로 규제 혁신, 인센티브, 인재 유입, 정주 여건, AI 인프라를 제안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이번 보고서는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제 실행 가능한 지역혁신 모델을 담고 있다"며 "각 지자체와 기업이 지역 여건에 맞는 전략을 검토해 실행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선을 앞둔 지금이 지방과 중앙, 민간과 정부가 지역혁신을 본격 논의할 수 있는 시기"라며 "관심 있는 지자체는 지역 상공회의소를 통해 협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