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솔희 기자]이봉련 특유의 현실감 넘치면서도 섬세한 감성이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반짝였다.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포근하게 그려낸 이봉련의 여화정은 보는 이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 이봉련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봉련은 최근 tvN `갯마을 차차차` 여정을 마쳤다.
그는 공진동 5통 통장으로,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공진 마을 사람들을 품어주는 여화정을 연기했다.
그는 실제로 주변에 있을 법한 친근한 매력은 물론, 남편인 영국(인교진 분)을 비롯해 공진 마을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짙은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봉련에게 여화정은 "참 멋진 사람"이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는 "마음속에 넣어두고 한 번씩 생각해보고 싶을 정도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혼하고 혼자 이준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공감도 있었을 것이고, 여장부 기질이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수줍은 면모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매력도 느끼셨을 것 같다.
여화정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부분을 사랑해주신 것 같다"고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매 작품 인물을 오롯이 흡수해 자신만의 매력으로 펼쳐내는 이봉련의 캐릭터 소화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그의 깊은 고민이 덧대어진 덕분이다.
그는 "내가 하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까 고민했다.
외향적으로는 여화정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사람이 살아온 흔적들이 나에게 묻어나서 보는 사람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은 경험치가 많을수록 표현도 넓어지지만, 살아내지 못한 시간이 있으니 모든 걸 경험할 수는 없다.
저는 화정이가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과는 다른 고민을 가진 것 아닌가. 그래서 간접적인 경험으로 표현해내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여화정의 서사를 이루는 큰 줄기는 남편인 영국, 그리고 과거 절친한 사이였던 초희(홍지희 분)와의 관계다.
작품의 후반부에 이를 때까지 베일에 싸였던 세 사람의 사정은 이봉련의 세밀한 감정 표현 덕에 한층 섬세하게 그려졌다.

두 사람의 표면적인 이혼 사유인, 양말로 인해 영국과 갈등을 빚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봉련은 "켜켜이 쌓여있는 감정들이 양말 하나로 터지는 것 아닌가. 그 양말은 꽤나 무거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지만, 여화정을 연기하며 제 안에 쌓아놓은 것들이 있으니 거기에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인교진과의 호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드라마를 볼 때 제일 기다렸던 장면이 장영국 장면이었다"고 웃은 이봉련은 "정말 새롭고 재밌었다.
장영국을 연기했지만 평소 인교진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연기를 보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초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똑같지 않나.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감정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제가 영국을 좋아하는 감정도 잘 드러났기 때문에 이 관계들이 잘 보인 것 같다.
초희는 나를 충실히 사랑하고, 나는 영국이를 사랑하고, 영국은 뒤늦게 마음을 알아차리고. 각자가 감정에 대한 몫을 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화정은 주변인들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올해 초 큰 사랑을 받았던 tvN `런 온` 속 박매이와 닮아있다.
이봉련은 "저도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더라. 그런 사람이 없으면 내가 이런 사람이 되자는 마음"이라며 "저는 어떤 사람에게는 든든한 언니일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까다로운 동료일 수도 있다.
마냥 따뜻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제가 경험한 선 안에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했다.

이봉련은 `갯마을 차차차`를 "시청자분들이 어떤 역할로서 저를 기억해주신 첫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행복했던 촬영 현장도 공진을 더욱 소중하게 추억하는 데 한몫했다.
그는 "촬영 분위기가 공진 그 자체였다.
그 안에서 연기를 한 것이지만 공진에 살았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미소 지었다.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대중의 곁에 확실히 안착하게 된 이봉련. 마지막으로 그는 "너무 많이 알아봐 주셔서 식당에 못 가면 어떡하지 하는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고 웃으며 "살면서 이런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쑥쓰럽다"고 자타공인 전성기를 맞은 소감을 유쾌하게 전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