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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지의 서울’은 배우 박진영의 존재감을 톡톡히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전역 후 복귀한 촬영장,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의 호흡,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모든 부담감을 연기로 증명해 보였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진영은 “대본을 보고 ‘무조건 (출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미지의 서울’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1,2부에 호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 우려도 했지만, 뒤로 갈수록 ‘좋은 사람’ 호수에 빠졌다.
그는 “볼수록 좋은, 사골 같은 사람이 호수였다”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나타내면서 “호수는 숨으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쳐다볼 것 같은 인물이었다.
말을 하지 않고 구석에 조용히 있어도 몇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바라볼 것만 같은 사람, 변호사라는 직업 때문에 말을 많이 하지만 또 말이 적은 느낌의 캐릭터였다.
묘하게 끌리는 호수를 보고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평소엔 캐릭터와 공통점을 찾지만, 이번엔 도무지 호수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도저히 없더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그래도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 참을성이다.
인내심 같은 건 비슷할 수도 있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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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박진영이 고민한 관계성·핸디캡, 그리고 공간
번듯한 직장에 훤칠한 외모까지 겉으론 평범하지만, 과거 교통사고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인물. 이호수를 두고 작가는 ‘평범을 위해 수면 아래 미친 듯이 물갈퀴 중’이라고 표현했다.
집에서, 직장에서 호수가 마주하는 인물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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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지의 서울' 스틸컷. |
박진영은 호수를 연기하며 개인적인 톤과 관계에서 나오는 톤, 둘으로 나누어 접근했다.
그는 “관계가 너무 어렵더라. 인물도 너무 많고 미지와 미래, 미지인 척하는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래까지 있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해답은 현장에 있었다.
“(박)보영 선배가 주는 호흡이 다 다르더라. ‘이걸 듣고 반응만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적은 톤은 인물의 핸디캡을 고려해 다가서고자 했다.
작은 버릇과 습관적인 말투까지 고민했다.
“한쪽 청력이 안 좋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더 들리는 척 노력했을 것 같았다”며 “더 잘 들으려고 사람의 입을 본다든가, 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거나, 또 내가 잘 말할 수 있게 한 템포 쉬고 대사를 하려고 했다.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다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공간에 대해 신경 썼다.
호수의 핸디캡을 경험하기 위해 이어플러그를 한쪽에 꽂고 넓은 광장이나 마트를 방문했다.
“(이어플러그를 꼽으니) 좁은 곳에서 울림이 적으면 (소리가) 잘 안 들렸다.
신의 배경이 큰 공간인지 작은 공간인지 신경 쓰며 준비했다”면서 “집에선 잘 들려도 결혼식장에서는 소리가 덜 들릴 것 같더라. 그런 장면에서는 조금 더 상대방의 입을 보려고 했다”고 연기 디테일을 전했다.
호수는 잘 듣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미지의 서울’을 마치고 나니 듣는다는 건 신체적인 부분이 중요하지만 마음도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캐릭터로서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하다 보니 더 잘 들을 수 있게 됐다.
내겐 상대를 알고 싶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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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지의 서울' 방송화면. |
◆침묵과 패닉…10화 엔딩 비하인드
호수는 사고 이후 왼쪽 청력이 상실돼 줄곧 오른쪽으로만 들으며 지내왔다.
그러나 미지와의 관계가 깊어져 갈 즈음 갑작스럽게 오른쪽 청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평소처럼 오른쪽 귀로 전화를 받고, 들리지 않아 당황한 듯 자리를 뜨는 호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택시 기사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자신의 목적지만을 또박또박 전하는 호수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배가시켰다.
드디어 행복을 찾은 것 같던 호수와 미지에게 다가온 시련이었다.
돌아서는 박진영의 흔들리는 눈빛 연기는 연일 회자하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장면에 관해 박진영은 “그 신은 명확하게 보였다.
(호수가) 무서웠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미지 앞에서는 웃다가 돌아서면서 가장 큰 감정이 무서움이라고 더 큰 감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감정을) 조금만 줄여 보자”는 감독의 조언에 한 번 더 촬영에 임했고, 그제야 촬영 감독에게 “너무 좋았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그는 “다시 해보니 조금은 정제된 감정이 이 신에게 맞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공을 돌렸다.
제작발표회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찍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놨지만 사실은 촬영장 복위 전날까지 심장이 터질 것 같이 긴장했다고 고백했다.
첫 촬영은 황 비서와 호수의 촬영이었다.
황 비서의 말에 계속 반응하는 박진영을 두고 감독은 “반응을 반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고, ‘호수라면 반응을 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보다 깊은 캐릭터 해석을 보여준 박 감독의 디테일이었다.
박진영은 “감독님 말만 듣고 촬영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촬영부터 편안하게 감독님의 디렉션을 믿고 따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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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지의 서울' 스틸컷. |
◆호수와 분홍처럼…박진영 꺼내준 엄마 김선영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홀로 남겨졌다는 슬픔과 동시에 커다란 화상과 다리, 청력에 장애가 생겼다.
하지만 호수의 곁에는 새엄마 염분홍(김선영)이 있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곁에 남아 호수를 지켰다.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한 채 살아오던 두 사람의 갈등은 호수의 남은 청력에도 문제가 생기며 터지고 만다.
두려움에 숨어버린 호수를 꺼낸 건 이번에도 분홍이었다.
참아왔던 모든 말을 터트리는 아들의 절규에 분홍은 더 단단히 손을 붙잡았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호수, 그런 호수를 품에 안고 토닥여주는 분홍의 모습에 시청자도 눈물지었다.
하지만 박진영에겐 부담이 큰 장면이기도 했다.
“현장 스태프분들이 대본을 보고 너무 기대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다들 기대해주니 그때부터 부담이 생겼어요.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서 몇 테이크를 놓쳤죠. (연기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호수처럼 땅굴을 파고 있었어요.”
그때 박진영 곁에 김선영이 다가와 “괜찮아, 나만 봐. 내가 다 줄 테니 느끼기만 해”라는 말을 건넸다.
분홍이 호수를 꺼내준 것처럼, 김선영도 동굴에 들어간 박진영의 손을 잡아 꺼내준 셈이다.
박진영은 “내가 길을 잃고 있을 때 해주신 말에 너무 가슴이 따듯해졌다.
그리고 오케이를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한 성장기를 그렸다.
박진영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시청률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3.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최종화 8.4%를 기록, 치열한 주말극 경쟁 속에 당당히 1위 자리를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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