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체험·온라인 판매 … MZ 접근성 ↑
백화점 3사 전통주 매출 20∼40% 뛰어
성시경·신동엽 등 주당들 술 사업 영향도

요즘 MZ세대, 특히 트렌드를 선도하는 ‘힙스터’ 사이에서 전통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색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전통주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여기에 평소 주당으로 꼽히는 연예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주류사업에 진출하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더 나아가 한류열풍이 K주류문화로까지 옮겨붙으며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했다.

김민영 경주식회사 대표(오른쪽)가 막걸리를 빚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전통주가 젊어졌다

전통주는 한국에서 고유의 발효, 증류 방식을 활용해 전통적으로 생산되는 술을 통칭한다.
막걸리, 청주, 소주, 약주, 탁주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전통주는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매력이 제각각이다.
이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되고, 젊은 층에게 매력으로 와 닿는 것. SNS에는 전통주와 관련된 사진과 후기를 공유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대체로 ▲구입한 술을 인증하거나 ▲전통주 체험 키트를 활용하거나 ▲양조장 투어에 나선다.

백화점 3사 ‘전통주 코너’ 매출도 호조다.
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백화점 3사의 전통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40% 뛰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 매출 신장률이 평균보다 약 15~20%p 더 높았다.

전통주의 인기,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것도 한몫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MZ세대가 전통주의 맛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현행법상 전통주 제품은 온라인 구매와 배송이 가능하다.

◆레시피 만들고, 술 빚고… 마시는 것 ‘그 이상’

요즘에는 단순히 전통주를 소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즐기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최자로드’에서 최자가 쏘아 올린 ‘막스키(막걸리+위스키) 열풍’이 대표적이다.
최자가 ‘막걸리에 위스키를 소량 넣으면 맛있는 걸 아느냐’고 던진 질문에서 새로운 전통주 칵테일 챌린지가 시작됐다.
다양한 조합이 나오고 있지만 최자가 언급한 ‘원조’는 ‘막켈란(지평막걸리+맥켈란 12년)’. 막걸리와 위스키를 5~6:1로 넣는 게 포인트다.
기름지고 매콤한 안주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직접 술빚기에 도전하는 젊은층도 증가세다.
직장인 이지현 씨(34)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취미로 술 빚는 법을 배웠다.
수업 마지막에는 수강생들과 자신의 취향을 녹여 만든 술을 소개하며 나눠 마신다.
이 씨는 “일괄적이지 않고 수강생들의 스타일마다 다른 술로 나오는 게 전통주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했다.

아예 양조장을 차리고 우리 술을 빚는 젊은 청년도 있다.
경주에서 ‘신라봉 막걸리’와 ‘체리 막걸리’ 등을 선보이는 김민영 경주식회사 양조장 대표(25)다.
그는 고향인 경주의 특산물인 찰보리·신라봉 등을 더한 술을 빚고, 일반인에게는 전통주 빚는 법을 알려주는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한다.
김 대표는 “한 잔에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술을 빚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팝이 이끌어낸 ‘술게임’ ‘소맥’ 세계화

젊은층이 주도하는 한국의 술문화도 글로벌화돼가고 있다.
요즘 로제와 브루노마스가 불러 인기몰이 중인 ‘아파트’란 노래의 소재이자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술자리 게임 ‘아파트 게임’까지 관심 폭발이다.
여파로 인해 최근 술집에서 여기저기 술자리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상시 연예계 주당으로 꼽히는 스타들의 술사랑도 사업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성시경 막걸리, 하정우 와인, 신동엽 하이볼 등 각종 연예인의 이름을 내세운 술들이편의점 냉장고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평소 각종 콘텐츠를 통해 술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통주 시장이 대기업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규모 업체 등 다양한 회사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시장이 다양해져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팝이 한국의 술문화를 글로벌 전파하기도 하며 연예인들의 술사랑이 주류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들의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정희원·김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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