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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6일 익산, 군산, 전주, 정읍 등 전북 지역을 방문해 지역소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더팩트ㅣ익산·군산·전주·정읍=송호영 기자] "제가 전북 들렀다가 광주 가자고 하면 '가는 길에 들렀나'라고 하고 광주 들렀다가 전북에 가자고 하면 '돌아가는 길에 들렀나'라고 해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말에 16일 전북 익산 유세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간의 정치적 관심과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현실을 한 문장으로 짚어낸 이 후보에게 지지자들은 깊이 공감했다. 이날 이 후보는 익산, 군산, 전주, 정읍 등 전북 곳곳을 누비며 '전북의 새로운 도약'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첫 유세를 시작한 이 후보의 목소리에는 확고한 의지가 실렸다. 그는 "한쪽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한쪽을 소외시켜 싸우게 하고, 자기편만 잔뜩 지원했다"며 "그래서 호남지방이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원칙대로 지역 균형 개발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큰 방향을 바꿀 때"라며 권역별 거점 국립대학교 육성, RE100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지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규제 완화, 문화예술산업 지원 및 육성 등을 약속했다. "동학혁명이 당시에는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그 정신이 살아남아서 5·18 민주화 운동과 빛의 혁명으로 살아났다"는 말은 호남의 역사적 자긍심과 문화적 정체성을 일깨우는 발언이었다.
이날 유세장에는 뜻밖의 인물이 등장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이 유세차량에 오르자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반겼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이 가진 보수의 진정한 가치, 합리적 보수의 정신을 우리 민주당 안에서 실현해 볼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고, 김 의원은 "저도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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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에 익산 유세에 김상욱 무소속 의원이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시스 |
두 번째 방문 지역인 군산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새만금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0%가 채 안 된다"며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지방에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소로 생산한 제품을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려면 탄소 국경세를 엄청나게 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가 없어서 공장을 해외로 넘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새만금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하며 SOC 투자 이런 얘기는 잘 안 했지만, 새만금 문제는 다른 것보다 정리를 빨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국립대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그는 "저희가 며칠 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발표했다"며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에)연간 약 1000억원 단위 정도로 지원할 수 않을까"라고 구체적 지원 규모까지 언급했다.
전주에서는 문화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악인들과의 만남에서 이 후보는 "정부의 문화산업 투자나 지원이 중요하다"며 "문화 예산을 많이 늘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전북대 앞에서는 "K-푸드를 중점 한국 문화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그 중심에 전북 식품 클러스터가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주 올림픽 유치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유세인 정읍에서의 화두는 '농업'이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농업을 전략 안보 산업으로 확실하게 보호할 것"이라며 "앞으로 기후 위기로 인해 국제적 흉작이 발생하거나 정치적 이유로 곡물 통제가 이뤄지면 어떡하겠느냐. 쌀은 농업은 전략 안보 산업이고 가장 강력한 군수물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는 "바보짓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북은 아픔을 견디고 극복해온 자긍심의 땅"이라며 "전북도민의 희망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이 땅의 가치와 자부심이 다시 피어나도록, 이제 전북이 중심에 서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17일에도 호남 지역과의 소통을 이어간다. 전남 나주를 방문한 후 광주로 이동해 유세를 진행하고, 5·18 전야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hys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