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학술대회
전국 권역심뇌혈관센터 가동 15년
병원 도착 후 진단·혈전제거술까지
1시간 내 시행 비율 60% → 94%로
의사·병상 부족해 전원 땐 위험 가중
구급대·당직의사 ‘직통’ 전화로 대응
첫 이송 병원서 전원 없이 치료받게
지역 네트워크 구축·인력 확충 필요

“권역심뇌혈관센터(권역센터)로서 동아대병원은 이미 2015년부터 구급대와 신경과 당직 의사 간의 ‘핫라인’을 구축해 뇌졸중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주도해 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소위 ‘병원 전 단계’ 이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급대와 당직 의사의 직접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핫라인’ 구축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구급대에 대한 뇌졸중 증상 교육입니다.
지난 8년간 성과를 보면 구급대가 이송한 의심환자의 80% 이상이 실제 뇌졸중 환자였습니다.
뇌졸중은 편마비, 언어장애, 발음장애 등 증상 확인이 비교적 쉽기 때문입니다.
빠른 환자 분류와 신속한 병원 이송은 환자들의 뇌졸중 예후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

김대현(사진) 부산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4 대한뇌졸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권역센터로서 ‘핫라인 구축’ 경험을 공유하며 심뇌혈관질환에서 환자 분류와 신속한 이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뇌혈관질환은 심장과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과 뇌혈관이 막히면서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통상 급성심근경색은 2시간,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4.5시간내 치료를 받아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병원 내’ 넘어 ‘병원 전 단계’까지

권역센터는 뇌졸중, 심근경색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전국 어디서나 적정 시간 내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만 해도 국내 뇌졸중 환자의 2%에만 정맥내 혈전용해술(tPA)을 투여할 만큼 치료가 늦었던 탓이다.
이후 지난 15년간, 권역센터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이후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병원 단계’에 초점을 맞춰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관상동맥중재술까지 소요 시간이 기존 185분에서 56분까지 3분의 1가량으로 줄었고, 급성 뇌졸중 환자 도착 후 60분 이내 혈전제거술 시행 비율도 60.3%에서 94%로 껑충 뛰었다.
권역센터 소재 지역에서 뇌졸중의 완전한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이 50%에서 86%로 증가하면서 사망률도 16%에서 14%로 감소했다.
또 권역센터 소재 지역 뇌졸중의 1년 및 3년 사망률이 각각 12%, 10% 감소했다.

김대현 교수는 “이제 병원 내에서 CT 촬영과 tPA 투여 시간 단축 등 프로세스는 더 이상 개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며 “문제는 ‘전원’이다.
권역센터를 방문한 10명 중 3명은 ‘전원’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내 과정도 단축됐고 이송 속도도 평균 26분으로 “배달의 민족답다”고 할 만큼 속도가 빠르지만 병상 부족이나 의료진 부재 등 첫 이송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으로 가는 사례가 여전히 많아 전원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전원이 반복되는 일명 ‘뺑뺑이’도 발생한다.

일단 전원이 발생하면 그 과정에서 최소 2시간씩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의 평균 20% 이상이 전원된다.
특히 지방이 심각하다.
전남 44.6%, 광주 34.5%, 충남 30.4%, 경남 29.5%가 전원됐다.

‘병원 전 단계’가 강조되는 것은 결국 ‘시간 싸움’인 뇌경색 환자가 전원되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다.

이경복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외국 같은 경우 심뇌혈관질환은 응급실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권역센터는 야간, 난도 높은 시술, 의료진이 부재한 지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병원인 만큼 병원 전 단계부터 이런 이송이 유기적으로 처리돼야 전원 없이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바로 치료가 이뤄지며 환자의 예후 향상과 사회적 부담 경감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 방지가 최선

정부는 올해부터 권역센터의 ‘병원 전 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총 10개 권역센터와 55개 협력 병원이 참여, 구급대와 ‘핫라인 구축’ 및 이송 병원 지정 등을 빠르게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김대현 교수는 “핫라인 시스템하에서는 구급대가 전화를 했을 때 당직 의사와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10초 후에 바로 다음 순서 의사에게 전화가 연결된다.
하루 24시간, 365일간 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동아대병원만 해도 핫라인 구축 당시 신경과 인력이 8∼9명 있었는데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주일에 3번씩 당직을 서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추가 인력 이탈’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역시 “구급대 교육과 구급대 연결 모두 의료진의 몫인 만큼 인력 확대가 받쳐 주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권역센터 당직을 하고 다음 날이면 또 외래 진료를 보는 상황에서는 인력 지원 자체도 쉽지 않은 만큼 근무 환경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역센터와 ‘인적 네트워크’의 연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인적 네트워크 사업은 ‘뺑뺑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시범사업이다.
기존에는 전원 과정에서 A병원에서 B병원으로 연락했다가 안 되면 C병원, D병원으로 순차적으로 연결하면서 시간 낭비가 많았다.
인적 네트워크는 각 지역의 7개 병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단체톡’을 통해 한 번에 연결 가능하도록 한 방식이다.
‘카카오택시’처럼 A병원이 환자의 정보를 올리며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문의하는 방식으로, 7개 병원 내에서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의미다.
인적 네트워크에는 ‘뼁뺑이 논란’이 일어난 대동맥박리 환자도 포함됐다.

박형종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선수락 여부가 전원을 결정해 가까운 병원을 두고 먼 병원으로 이송될 가능성 등 현장 시스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이런 네트워크가 가장 필요한 소도시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들은 전원이라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첫 병원 이송이 잘되도록 권역센터 운영을 더욱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복 교수는 “인적 네트워크를 권역센터에 연계해 최종적으로는 권역센터에서 병원 전 단계와 전원을 관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근화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도 “뇌경색은 첫 병원 선택이 중요하고 뇌출혈은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이송이 중요한 만큼 지역별, 질환별로 맞춤형 이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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