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드러내긴 싫고, 나를 표현하고는 싶고” 지브리 프사에 숨은 심리 |
AI로 생성한 지브리 스타일 프로필 이미지. 동일한 스타일의 프로필 사진 유행을 반영한다. |
“또 지브리 프사야?”
최근 SNS에서는 어딜 가든 비슷한 그림체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띈다.
지브리풍 일러스트로 변환된 얼굴, 포근한 색감, 만화 같은 표현력. 2025년 봄, 수많은 직장인과 일반 유저들이 AI 캐릭터 생성 앱으로 만든 이 프사를 동시에 내걸면서, 그야말로 ‘프사 대동단결’ 현상이 벌어졌다.
“죄다 지브리 프사네요”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트렌드의 일부이고,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똑같은 프로필을 동시에 쓰고, 동시에 지겨워하게 되는 걸까?
한국 사회에서 유행은 개인의 취향이라기보다 집단 감정의 공유에 가깝다.
“다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고, 안 하면 뭔가 이상해 보일까 봐 불안한” 감정이 유행을 끌고 간다.
싸이월드의 일촌명부터, 인스타그램 감성글, 이모지 쓰는 방식까지 우리는 비슷한 스타일의 언어, 사진, 프로필, 감정 표현을 함께 소비해왔다.
이번 지브리풍 프사 역시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 처음 올리면, 금세 “어플 뭐야?”, “나도 해보고 싶어!” 댓글이 줄을 잇는다.
곧이어 직장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프로필, 팀 단톡방에도 비슷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등장한다.
그렇게 하나의 ‘프사 양식’이 완성된다.
문화심리학자들은 이를 “불안 회피형 소비”라고 말한다.
정해진 트렌드를 따라가면 튀지 않아서 좋고, ‘소속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SNS는 빠르다.
한 달 전 감성이 오늘은 구식이 되고, 어제의 유행이 오늘은 ‘꼰대 코드’가 된다.
지브리풍 프사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엔 따뜻하다는 평이 이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똑같아서 식상하다”, “하도 봐서 이제 질린다”는 피로 반응이 쏟아졌다.
“죄다 지브리 프사”라는 말은 그냥 웃자고 한 말일 수 있지만, 동일함에 대한 반감, 유행을 반복 소비하는 문화에 대한 피로감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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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셀카를 찍으려다 망설이는 한 여성. 실물 사진 공개에 대한 부담은 AI 캐릭터 프사 열풍의 또 다른 배경이 된다. 챗GPT 생성 이미지 |
지브리풍 프사가 이토록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AI 이미지 생성 기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한몫한다.
이은하 인하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여행지에서 캐리커처를 그리듯, AI가 표현하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있다”며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얼굴의 특징과 인상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사람이 그려주는 그림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실물 사진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SNS 환경에서, AI 캐릭터는 ‘나’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교수는 “AI 이미지 생성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자기 표현 방식”이라며 “자신을 드러내되, 직접적인 노출은 피하고 싶은 심리에서 이러한 프사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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