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푸이그도 안 통해...거금 '100만$' 투자, 실패로 향한다 [SS 포커스]

키움 푸이그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전 9회말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큰 기대를 모았다.
당연히 잘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예상과 많이 다르다.
키움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32) 이야기다.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100만 달러를 꽉 채워서 안겼다.
12억원이 넘는다.
이 투자가 실패로 향하고 있다.
푸이그는 올 시즌 38경기에서 타율 0.210, 4홈런 12타점, OPS 0.630에 그치고 있다.
wRC+(조정득점생산력) 89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도 0.25에 불과하다.
wRC+는 리그 평균이 100이다.
즉, 푸이그는 리그에서 평균 이하의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계약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자연스러웠다.
2013~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통산 861경기에 나섰다.
타율 0.277, 132홈런 297타점 79도루, OPS 0.823을 찍었다.
‘거물’이었다.
2019년 이후 빅 리그 커리어가 없기는 했으나 아직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기에 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키움도 애지중지했다.
스프링캠프부터 푸이그의 루틴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했고, 페이스도 맞춰줬다.
연습경기-시범경기에서는 경기당 2~3타석만 소화하게 했다.
그야말로 철저한 관리. 방망이가 맞지 않아도 “과정이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정규리그였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4월 한 달 간 타율 0.233, 3홈런 11타점, OPS 0.708로 썩 좋지 않았음에도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문제는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월 들어 더 좋지 않다.
타율 0.170, 1홈런 1타점으로 기록이 더 나쁘다.
OPS도 0.492다.

장타율이 이렇게 나와야 할 상황인데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이 이 정도다.
시즌 전 키움의 기대는 ‘4번 타자’ 푸이그였다.
기록만 보면 8번이나 9번을 쳐도 이상하지 않다.
국내 선수였다면 선발로 나가는 것도 어려운 수준이다.

키움 푸이그가 4월1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2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홍원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푸이그를 2번으로 올렸다.
줄곧 4번 타자였는데 아예 앞으로 뺐다.
홍 감독은 “푸이그도 본인이 살아야 팀 타선이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4번의 중책이 부담이 되는 것 같았다.
부담감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타순 조정을 했다.
하위로 내리는 것보다 상위에 둬야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이그를 위로 올리면서 4번에 대한 고민이 생겼지만, 일단 푸이그를 살리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문제는 푸이그가 2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6경기에서 타율 0.214, 1홈런 1타점 OPS 0.634를 기록중이다.
2루타 2개, 홈런 1개 덕에 장타율이 올라가기는 했는데 다른 쪽은 여전히 아쉽다.
볼거리라고 해봐야 우익수로서 선보이는 강력한 송구 정도다.
키움 입장에서는 더 뼈아픈 부분이 있다.
‘돈’이다.
모두가 안다.
키움은 부자 구단이 아니다.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
리그 최고 수준의 에이스로 꼽히는 에릭 요키시에게도 4년차인 올 시즌 처음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준다(130만 달러). 이런 팀이 신규 영입 외국인 선수에게 맥스 규모인 100만 달러를 줬다.
푸이그의 이름값과 실적을 고려한 투자다.
이 투자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꽤 커지고 있다.
심지어 바꾸기도 쉽지 않다.
다른 팀의 100만 달러와 키움의 100만 달러는 의미가 다르다.
추가 투자가 쉽지 않다.
키움 입장에서는 푸이그가 빅 리그를 호령하던 시절의 기량을 다시 보여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2군으로 내려서 감을 잡게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일단 뭐라도 해봐야 할 상황이다.
이대로는 10억원 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