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후유증? 양의지 몸살증세 빼고는 대체로 양호[SS 포커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돌부처’ 오승환이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제공=국립중앙의료원

[고척,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 최민우기자]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KBO리그 10개구단 모두 잔뜩 긴장했지만 현역 선수들의 면역력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돼 코로나 백신을 맞은 선수들이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 출격한다.
특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두산 유희관 최원준은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운용의 묘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 사실상 무(無) 후유증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대표팀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등 116명은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1차보다 2차 접종 후 근육통이 더 큰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각 팀 선수들은 “독감주사를 맞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통증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행된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김경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접종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접종하기 전에는 사실 걱정이 많았다.
부작용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탓에 우리 선수들 중에 만에 하나 이상증세가 발견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선수들은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했다.
백신을 맞은 김혜성과 이정후 등은 나란히 2, 3번 타순에 배치되는 등 라인업도 정상 가동됐다.
김혜성은 “뻐근하긴 했지만, 경기 준비에는 아무 문제 없다”며 씩씩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KT 이강철 감독도 “(심)우준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더라. (강)백호는 근육통이 조금 있다며 4일을 통째로 쉬었다.
4일에 접종한 (배)정대도 아침에 체크했더니 ‘약간 뻐근한데 뛸 만하다’더라. 큰 이상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잠실 라이벌전으로 어린이날 매치를 하는 두산 김태형, LG 류지현 감독도 “주사를 맞은 선수들 모두 괜찮다고 한다”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두산은 유희관과 최원준을 최대 사흘짜리 특별 엔트리 등말소 규정을 활용해 휴식을 줬다.
잠실 라이벌전인데다 불펜 과부하가 심해 선발투수 두 명을 말소하고, 최세창과 박웅 등 젊은 투수 두 명을 등록해 마운드 운용 폭을 넓혔다.

KT 강백호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키움전 1회초 2사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NC 양의지가 두통을 동반한 몸살 증세를 보여 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홈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대타나 대수비 등으로 출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은 대체로 뻐근한 느낌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었다.
롯데 서준원은 “주사를 맞은줄도 모를 정도”라며 “오히려 백신을 맞고 났더니 몸이 더 건강해진 기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만 20세가 되지 않은 젊은 피도 속속 접종했다.
롯데 김진욱은 4일 접종을 마쳤고, 컨디션 조절 등으로 2군에 내려간 키움 장재영은 5일 주사를 맞았다.
6일 사직 롯데전 선발 등판이 예정된 KIA 이의리는 7일 1차 접종을 할 계획이다.

두산 박건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 1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박건우는 어린이날을 맞아 시구를 한 정동건 군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를 펼쳤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들이 주사를 맞는 것과 별개로 각 팀 사령탑은 특별 휴식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키움 홍 감독은 “부상자도 많고 선수들이 살짝 지친 터라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어제(4일) 비가 와서 경기를 했으면 우리(고척경기)만 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다른 팀은 더블헤더를 해야하니 9일 선발 투수가 펑크다.
전체적으로 보면 하루 휴식을 취한 게 잘한 일”이라며 웃었다.
휴식 없이 경기를 강행했더라면, KT 입장에서는 마운드 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는 말을 반어법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셈이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백신 접종 후 사나흘 지난 뒤 이상 증세가 발견되기도 하므로 최소 하루 이틀 더 선수들의 컨디션을 자세히 점검해야 한다.
2차 접종 후에도 특별 휴식을 할 가능성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