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반전 이끈 김연경 라스트댄스…기적의 8강 진출, 내친김에 메달까지?[2020도쿄]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불가능해 보였던 8강 진출을 해냈다.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자배구대표팀은 불안감 속 도쿄로 향했다.
올림픽 직전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승12패로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올림픽 본선에서 만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인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에게 완패했기 때문에 조별리그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은 두 팀에게 열세였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만 봐도 도미니카공화국이 7위, 일본이 5위로 14위인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VNL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은 9승6패로 6위, 일본은 12승3패로 준결승에 진출해 4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보다 훨씬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라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기 어려워 보였다.
기대보다 우려가 컸지만 김연경을 앞세운 라바리니호는 생각보다 강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을 잡은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2(25-19 19-25 25-22 15-25 16-14)로 격파했다.
조별리그서 2승만 수확해도 8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3승(1패)을 챙기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중심에는 단연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20득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일본을 상대로 30득점을 폭격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타점 높은 공격과 블로킹 3득점 등 압도적인 활약으로 일본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세계 최고의 레프트답게 수비적인 면에서도 빛났다.
디그는 18개로 리베로 오지영(2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리시브는 19개로 팀 내 1위였다.

김연경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면서도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지탱하는 기둥 구실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선수들을 향해 “후회하지 말고 해보자!”라고 외쳤던 김연경은 일본전에서도 경기 내내 기를 불어넣으며 선수들을 이끌었다.
승부처가 된 5세트 막판에는 후위에서 상대 공격을 모두 걷어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연경의 활약 속 일본전에서는 박정아의 존재감이 빛났다.
박정아는 이날 15득점을 책임졌는데 5세트에만 5득점을 만들었다.
특히 12-14로 뒤진 위기 상황에서 연이은 득점을 폭발시키며 역전을 이끌었다.
15-14 듀스 상황에서 재치 있는 밀어내기 공격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선수도 바로 박정아였다.
중요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득점하는 특유의 승부가 기질로 ‘클러치박’이라 불리는 박정아는 별명에 맞는 활약을 펼쳤다.
박정아는 5년 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부진해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았다.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여론은 박정아를 융단폭격했다.
당시 마음고생을 크게 했던 박정아는 5년 만에 열린 올림픽에서 보란 듯이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 올림픽은 김연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국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공공연히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많은 연봉을 포기하고 지난해 국내로 들어와 백의종군했다.
그 사이 전 소속팀 흥국생명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연경은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한국은 대이변을 연출하며 8강에 가는 기적을 썼다.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라운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은 일단 2일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이 맞대결을 통해 A조 2위가 될지, 3위로 밀려날지 결정된다.
세르비아는 한국보다 한 수 위의 팀이고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된 시점이라 무리할 이유는 없다.
일단 3위가 유력한데 이 경우 B조 2,3위 중 한 팀을 추첨을 통해 만나게 된다.
B조는 현재 혼전 상황이라 아직 상대를 알 수는 없다.
김연경은 “8강 상대가 정해지면 잘 준비해서 한 번 기적을 일으키도록 하겠다“고”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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