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에 번역판으로 읽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요약본이 아니었다.

제제가 누나를 부르는 욕설도 적나라해서

창녀였는지 갈보였는지

시작부터 충격을 받았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와

차라리 다른 집에 입양가고 싶었던

잔인무도한 가정폭력

무관심과 화풀이에 노출된

제제의 외로움이 

내게 얼마나 사무쳤는지 모른다.

나는 제제였다.

걸핏하면 매를 드는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

관리받지 못해 따돌림당하던 내 유년시절아

힘내 제제

나 대신 네가 힘 좀 내.

밍기뉴. 제발 제제를 도와줘.

뽀르뚜까가 죽었을 때에는

소리내서 엉엉 울고

다음날에도 또 울고

다른 걸 하다가도 떠오르면 울었다.

떠오를 때마다 울었었다.

잘때는 뽀르뚜까가 죽지않고 살아서 나타나

제제를 양자삼는 꿈을 꿨다.

너는 행복해야 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출판사별로 사모으지만

정작 읽지는 못하고 있다.

망가라치바를 떠올리면 그저 심장이 조여든다.

그런데 그 때 내 나이를 지나는 내 아이는

이 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가난도

배고픔도

폭력도

고통도

외로움도

결핍도

내 아이에게는 너무나 추상적이다.

판타지다.

하품만 하는 아이에게서 책을 받아 덮었다.

엄마가 정말 좋아했던 책이야.

엄마도 밍기뉴같은 친구가 갖고 싶었어.

뽀르뚜까같은 어른이 있었다면

조금 다르게 살았을지 몰라

내 아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바라고 서운해하면 안된다.

나는 아이가 문지르다 덮은 페이지를

하염없이 읽고 또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