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데로 썼더니 글이 너무 기네요.

오늘 누나가 쓰던 폰을 제가 받아서 초기화하는 중에 알게된 사실입니다.

누나가 쿠키런 킹덤이라는 게임을 하는데요.

제가 오늘 계산기로 두들겨보니 26개월간 1,000 만원 어치 아이템을 샀더라고요.

결제는 구글플레이 카드? 그거 충전해서 했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누나가 퇴근하고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밥먹으면서 틀어박혀 있었던게 그 게임만 하느라 그런거였는데 제가 신경을 못써줬습니다.

저는 게임에 전혀 문외한이고 취미도 없다보니 이런 게임을 하는데 그렇게 돈을 쓸거라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결제 빈도는 매일이고요. 

하루에 가장 많이 결제한 날은 60만원 입니다..

하루에 20~30 씩 결제한 날도 수두룩하고요..

경제 관념이 부족한건 알고 있었지만.. 하루에 몇십만원을 이렇게 결제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집안에 사는 물건이나 전자기기 하다 못해 자기 폰도 고장나도 수리비 아까워서 안고치고 쓰는 사람입니다...

옷도 안사고 먹는것도 대충 먹고요.

그렇게 살면서 게임 아이템은 하루에 수십만원씩 결제 했다는 사실에 참 기가막히면서도 너무 안타깝고 제 돈이 아닌데도 허무하더군요.

사실 몇달 전에 집에가니 (누나는 미혼에 독립, 저랑 가까이 삽니다) 누나가 '이것 좀 네 손으로 탈퇴해줘' 하더군요.

그게 그 쿠키런 킹덤이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돈을 들여놓은 게임인줄도 모르고 '어차피 다시 할텐데 뭐하러 지워?' 하니까 절대 안할거라고 그래서 지워줬는데.. 얼마전부터 다시 하더군요. 

본인도 어느정도는 심각성을 알았던걸까요..? 근데 스스로 멈추지 못했나봅니다.

누나폰에 결제된 내역을 알게된 몇 시간 전 누나 집에가서 '게임에 이렇게 큰 돈을 쓰는거냐? 누나 지금 심각한 중독이다' 그래도 본인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은 안하는 모양이더라고요.

'하나밖에 없는 취미인데 끊으라는거냐? 이게 무슨 도박이나 나쁜 것도 아니고??' 라는 반응이네요..

근데 상식적으로 매일매일 결제하는 것도 그렇고 주말 같은때는 하루에 수십만원씩 아이템을 결제해왔는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걸 못느꼈던걸까요..?

자기보다 더 쓰는 사람도 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걸 보면 전형적인 중독자들이 하는 변명 

1. 알콜 중독자 : 나는 적게 마시는 편이다, 나는 주사 없다 

2. 도박 중독자 : 나는 소액으로 즐기면서 하는거다.

이런거랑 같다고 생각되는데요..

진지하게 누나가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니까 이제 그때처럼 결제 안할거라고 한달에 정해놓고 조금만 할거라고 그러는데.. 천만원을 쓰고도 (이게 결제내역이 더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천보다 더 클 수도 있겠죠..) 이제 안한다가 아니라 줄이겠다는걸 보면 심각한 중독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줄이겠다 해도 한번 돈 썼던 기억이 있는데 게임을 플레이 하는 한 줄일 수가 있을지..

어떻게들 보시나요..?

리니지나 그런 게임만 심각한줄 알았는데.. (저는 게임을 전혀 안합니다.. 아예 몰라요..)

그래서 누나가 쿠키런 킹덤이라는 게임을 할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지난날이 너무나 후회되네요..

조금만 일찍 신경써줬어도 이 지경까지는 안갔을거 같은데요..

22년부터 현재까지의 결제 내역 계산기로 더해보고 너무 놀랍고.. 참 저 큰 돈을 쓰고도 태연한 누나를 보면서 (취미 생활에 돈을 쓸수도 있지 이게 뭐가 그렇게 심각하게 잘못된 일이냐? 라는 반응)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내가 왜 아무 도움도 못해줬을까 하는 깊은 무력감이 느껴집니다..

진짜 게임 중독 아이템 결제 중독 이런 일은 남의 일인줄 알았는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