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또 최초…전경준과 전남, '언더독' 넘어 韓 축구 역사를 바꿨다[SS현장]

전남 선수들이 11일 FA컵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대구=박준범기자] ‘피날레’ 주인공은 전남 드래곤즈였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대구FC를 4-3으로 꺾었다.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전남은 이날 4골을 넣으며 1,2차전 합계 4-4 동률을 만들었는데,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두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 저마다의 ‘피날레’를 원했겠으나, 홈에서 최종전을 치르는 대구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매치 데이 포스터 제목도 ‘피날레’였다.
경기 시작 전에는 2018년 FA컵 우승 트로피를 정문에 설치, 팬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팬들은 3년 전 우승의 여운을 만끽했다.
대구는 FA컵 정상 탈환과 더불어 2019년 3월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첫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승리의 운명은 전남의 손을 들어줬다.
전반 25분 만에 수비수 홍정운이 전남 수비수 황기욱을 팔꿈치로 가격,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수적 열세를 안은 대구의 수비는 흔들렸고, 전·후반 각각 2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대구 선수들은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반대로 전남은 여러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전남은 1997년, 2006년, 2007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FA컵 정상에 섰다.
무려 1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것. 뿐만 아니라 2부 소속으로는 최초 FA컵 우승이라는 역사도 다시 썼다.
이제껏 FA컵 결승에 오른 하위 리그 팀은 3팀(2005년 울산미포조선, 2017년 부산 아이파크, 2019년 대전 코레일)이 있었는데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또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2부 팀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는 것도 전남이 최초다.
특히 전남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 FA컵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1차전을 패하고도 우승한 팀으로 이름을 남겼다.
전남은 ‘자이언트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32강에서 만난 수원FC를 시작으로 8강(포항 스틸러스), 4강(울산 현대), 결승까지 모두 1부 팀을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양팀 통틀어 터진 7골은 FA컵 한 경기 역대 최다골이다.
지난 2007년 전남과 포항 스틸러스가 결승 1차전에서 3-2로, 5골을 주고받은 게 종전 기록이었다.

새로운 역사를 쓴 전 감독은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너무 열심히 했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면서 “내년에 ACL에 참가하는데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본다.
제 역할은 다했고 저 역시 (ACL 출전이) 기대가 된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 감독의 인터뷰 직후 기자회견장을 방문한 이광수 전남 사장도 “내년에 좋은 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개인상도 전남의 몫이었다.
1골1도움으로 맹활약한 정재희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고, 득점왕은 박희성(4골)이 차지했다.
감독상도 전 감독이 받았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