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감독 79s'의 의기투합 "韓축구 우리가 이끌자! 동국이도 곧 돌아올 것"[SS인터뷰]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은중(왼쪽)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과 박동혁(오른쪽위) 충남 아산 감독, 현영민 울산 현대고 감독.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박동혁 충남 아산 감독과 김은중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현영민 울산 현대고 감독은 1979년생 동기들이다.
세 사람에 이동국 등이 주축인 ‘이마발(이 생애 마지막 발악)’ 모임도 매해 진행되고 있다.
세 사람은 한국축구의 미래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이미 감독 5년 차에 접어들었고, 김 감독, 현 감독은 올해부터 감독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현역 시절 각자의 위치에서 시대를 풍미했던 친구들은 이제 한국축구의 리더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화상인터뷰를 통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잘 늙어가고 있다”
세 사람은 스타일, 캐릭터가 전혀 다르다.
박 감독은 리더십이 있고 용감한, 그리고 호탕한 행동파다.
반면 김 감독은 섬세한 구석이 있고 매사에 신중하다.
현 감독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들은 수십년간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스타일이 전혀 달라서 오래 가는 것 같다.
비슷했으면 싸웠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들이지만 정말 착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이 생생한데 언제 이렇게 다들 불혹을 넘어 감독이 됐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냥 어린 시절의 그 친구들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현 감독은 “세월이 가는 대로 잘 늙어가는 것 같다.
30대까지 선수 생활을 열심히 잘했고 착실하게 자기 분야에서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 보기 좋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기억하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다.
현 감독은 “대회에 진지하게 임했는데 우리끼리는 정말 즐겁고 재미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행복하게 대회를 했다.
2002월드컵만큼이나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나는 박 감독과 방을 함께 썼는데 마냥 웃고 떠들면서 행복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 감독도 “그땐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소속팀 같았다.

오히려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때를 시작으로 우리 우정도 본격적으로 깊어진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부산아시안게임 대표 시절의 김은중 감독과 현영민 감독.스포츠서울 DB

부산아시안게임 대표 시절의 현영민 감독과 박동혁 감독.

◇“한국축구, 우리가 이끌자”
세 친구 중 가장 먼저 감독으로 발을 뗀 사람은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은 만으로 30대였던 2018년 아산 무궁화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 데뷔 시즌에 팀의 우승을 이끌며 젊은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당시 아산 스쿼드가 좋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무조건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박 감독이 팀을 잘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1년 차부터 선수들을 잘 이끌더라”라면서 “23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박 감독 경기를 현장에서 자주 봤다.
늘 경쟁력이 있는 팀이었다.
친구이지만 저도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현 감독은 “박 감독이 먼저 시작했는데 잘했기 때문에 젊은 지도자들에게 기회가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자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먼저 감독 일을 시작한 박 감독은 “감독이라는 게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름의 장점이 확실하다.
김 감독은 신중한 편이라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
경험도 풍부하다.
어린 선수들을 잘 가르칠 것이다.
현 감독은 성실하다.
‘현성실’이라는 별명도 있지 않나. 긍정적이고 사람이 선하다.
이런 나름의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분명 좋은 감독이 될 것이다”라며 친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세 사람은 언젠가 프로 무대에서 함께 경쟁할 날을 그린다.
박 감독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살지만 우리 셋 다 프로 감독이 된다면 매 주 흥분될 것 같다.
박동혁과 김은중, 김은중과 현영민, 현영민과 박동혁이 감독으로 싸운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라고 말했다.
현 감독도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서로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공감대가 있어 의지할 수도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 잘 성장해 우리가 한국축구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나 더. 이들은 친구 이동국의 축구계 복귀도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은 “동국이는 곧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분명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 감독은 “동국이도 사실 축구 쪽 일이 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동국이가 돌아온다면 축구계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얼른 돌아와 지도자 일을 하면서 우리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2014년 올스타전에 함께 참석했던 세 사람.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건강하게, 비상하자”
2022년을 동반 인터뷰로 시작한 세 사람은 서로에게 덕담도 잊지 않았다.
현 감독은 “선물 같은 대화였다”라면서 “건강이 우선이다.
각자 목표로 한 일을 잘 이루고 다음 겨울에는 축하할 일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박 감독은 5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더 잘했으면 좋겠다.
내친 김에 승격도 하길 바란다.
현 감독도 현대고를 더 강한 팀으로 만들어 좋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우승도 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박 감독은 “친구들이 모두 비상했으면 좋겠다.
감독을 먼저 한 사람으로서 두 감독 모두 나름의 축구 스타일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담, 걱정 때문에 내 축구를 포기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길 바란다.
내 색깔을 만들어가면서 당당하게 감독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박동혁의 축구, 김은중의 축구, 현영민의 축구를 만드는 해가 됐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