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압박 통했다? 러시아 'AFC 가입 추진 철회'…"UEFA 남기로"

알렉산더 듀코프 러시아축구협회 회장. 출처 | 러시아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입을 고려한 러시아 축구가 유럽축구연맹(UEFA)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주요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축구협회는 지난달 31일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UEFA에 남기로했다.
알렉산더 듀코프 러시아축구협회 회장은 “최대한 이르게 UEFA 주최 대회 복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현지에서는 러시아축구협회가 UEFA, FIFA와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실무 협의체를 꾸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올 2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FIFA로부터 월드컵 예선을 비롯해 국제대회 참가 금지 조치를 당하며 퇴출당했다.
UEFA도 FIFA 기조에 맞춰 2024년 유럽선수권대회 참가 자격 박탈 등을 시행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러시아 축구가 UEFA를 떠나고 AFC에 가입을 검토했다.
당시 듀코프 회장은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다면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AFC는 우리를 받아줄 수 있으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애초 러시아축구협회와 AFC가 사전에 교감을 나눴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기류를 탄 건 최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전쟁 여파에 따른) 러시아와 벨라루스 징계를 존중하면서 이 나라 선수가 아시아 대회에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AFC 가입은 OCA에도 추진력을 안길 수 있다.
아시아엔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뭇매를 맞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친러 국가’가 많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국 축구의 AFC 가입에 지지 목소리를 내면서 가속했다.
현지에서는 UEFA가 러시아 시장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 점을 꼽으면서 푸틴 대통령부터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겨룬 러시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런 전략이 통했는지 러시아축구협회는 급작스럽게 UEFA와 물밑에서 교감을 나눈 듯 잔류 의사를 보였다.
또다른 배경으로는 집행위 내부에서 견해에 엇갈린 점이다.
듀코프 회장은 “집행위 위원 중 AFC 가입을 지지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뱌체슬라프 콜로스코프 명예회장도 지난달 27일 “중요한 건 (AFC에서) 우리를 받아들이느냐 여부”라며 “100％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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