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탈모가 시작된 건 20대 중반이었습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샴푸 후 거울을 보면 정수리 부분이 유난히 비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요즘 머리카락이 좀 많이 빠지긴 하지만 금방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서 현실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내 머리 숱이 현저히 적은 게 보였습니다. 정수리 부분이 유독 휑하게 비어 있었고,
특히 밝은 조명 아래서는 두피가 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명 탓이라고 애써 위안했지만,
사진을 확대해서 볼수록 변명을 댈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졌습니다. 특히 연애와 관련해서는 더 심각했습니다.
나는 원래 연애를 어려워하는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썸도 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용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탈모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연애에 대한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소개팅이 들어와도 선뜻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상대가 내 머리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사진으로는 괜찮아 보였는데, 실제로 보면 다를 텐데...'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은 용기를 내서 소개팅 자리에 나갔습니다. 정수리가 최대한 가려지는 헤어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30분 넘게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작거렸고, 혹시라도 머리가 흐트러질까 봐 강한 고정력이 있는
왁스와 스프레이를 잔뜩 발랐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밝게 보이려고 자신감을 되찾은 척하며 나갔습니다.
하지만 소개팅 자리에서 내 머리는 단 10분 만에 무너졌습니다.
카페에 들어가 앉자마자 따뜻한 조명이 정수리 위로 쏟아졌고, 나는 그걸 느끼자마자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상대방이 내 시선을 보며 말하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녀가 내 눈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내 정수리를 보고 있는지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녀의 시선이 머리 위쪽으로 스치는 것 같았고,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때부터는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내 머리 상태를 신경 쓰느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대화가 끊어질 때마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결국 그녀는 먼저 자리를 정리하자며 일어났습니다.
그날 이후로 소개팅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좋은 사람 있다"고 소개해 주겠다고 해도, 머리를 핑계로 거절했습니다.
"요즘 바빠서 연애할 여유 없어."
"나중에 기회 되면..."
사실 바쁜 것도 아니었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탈모로 인해 연애할 용기를 잃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내 자신감은 완전히 바닥을 쳤습니다.
모자를 쓰고 다니는 날이 많아졌고, 사진을 찍을 때도 모자를 쓰고 찍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이제 연애는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탈모 치료에 대한 정보를 보게 되었고, 탈모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미 이 정도까지
진행된 탈모가 약 하나로 나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이대로 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프로페시아를 알아봤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되었습니다. 매달 몇 만 원씩 쓰는 건 부담스러웠고,
그러다 인도 제네릭인 에프페시아를 알게 되었습니다. 성분이 같고, 효과도 동일하면서 가격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직구를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확실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줄어들었고, 정수리 부분이 점점 덜 비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빈틈이 많던 정수리 부분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머리카락이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습니다.
예전처럼 왁스와 스프레이로 필사적으로 가릴 필요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소개팅을 나갔고,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조명이 머리 위를 비추는 걸 신경 쓰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서도 정수리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한 번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존감을 갉아먹고, 인간관계까지
위축시키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치료 방법이 있고,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저처럼 탈모 때문에 연애를 포기하고 자신감을 잃은 분들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탈모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탈모를 치료하면서 단순히 머리숱만 되찾은 게 아니라, 제 인생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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