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안되어 5번 이사 다닌 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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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이어집니다.

네 번째 집입주 10년 차 준신축 전세

세 번째 집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학군. 학원가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멀었다.

초등학교는 그래도 통학이 가능할 정도였는데, 중학교는 라이드 없이는 통학이 어려운 위치였다.

그래서인지 단지 내에서 중학생 보기가 힘들고, 주로 영유아나 대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많았다. 우리도 아이들이 커 갈수록 다른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초등학교까지는 여기서 다닌다고 하더라도 중학교 전에는 통학 가능한 곳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아내와 처음 입주 때부터 하긴 했었다.

다만 결단의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찾아왔다. 어차피 옮겨야 한다면 중학교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 운 좋게 회사 일도 잘 풀리고 해서 모아둔 돈이 좀 있었다.

그 돈이면 당장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꽤 오랜 시간을 우리 가족이 버틸 수 있을만한 든든한 돈이었다.

금전적 정신적 안락을 포기하는 대신에 한 번 더 점프를 할 것인가.

아직 젊었던 나는 고민 없이 점프를 택했고 아내는 지지해 주었다.

손을 떨며 집을 매수한 2017년 이후 그 거대한 자산의 가격이 얼마나 어이없이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나였다.

집값이 상승할 때, 우리집보다 2배 비싼 집은 나로부터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등차로 오르는 게 아니라 등비인 2배 속도로 나로부터 달아난다.

이미 실시간으로 달아나는 걸 보고 있던 차라 더 늦으면 점프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내 힘이 닿는 최대한 먼 거리에 있는 곳까지 닻을 던졌다. (이것도 이제 와서 생각하면 더 멀리 던졌어야 했나 싶다)

당장 그곳에 가진 못하더라도 일단 닻을 던져놨으니 언제든 기회가 될 때 가면 된다.

닻을 던지고 보니 일시적 2주택으로 50억이 훌쩍 넘는 (부채 잔뜩 낀) 자산을 들고 있게 됐다.

동시 진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땐 일단 먼저 사고 나서 팔아야 하는 시기였다. 두 채 들고 있는 동안 솔직히 쫄렸다. 하루에도 아파트 호가가 5천 1억씩 바뀌던 시기였다.

내 그릇으로는 그 변동성을 견디기 어려웠다. 다행히 살던 집도 곧 매도가 되었다.

매도는 예술이 맞다.

그리고 2년간의 일탈이었던 4번째 집으로 이사를 했다.

어차피 일시적으로 살다 이사할 생각이었으니 경험 삼아 좀 색다른 집으로 가기로 했다.

이 집은 너무 특별했다. 단독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는 아이들을 위해 뛰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선택했다.

이 집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 명확한 집이었다.  

장점은 너무 좋았지만, 단점은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내가 등기친 집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애착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렇다. 집에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이 뚝뚝 떨어졌다.

첫 1년과 달리 막판에는 얼른 이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다섯 번째 집

입주 1n년 차 준신축 매수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2년 전 닻을 던져둔 그곳에 도착했다.

영끌을 하다 보니 퇴직연금도 빼서 썼었는데 다시 주담대까지 받았다.

 그 사이에 대출 관련 정책이 백 번 정도 바뀌어 약간 조마조마했지만 별문제는 없었다.

이사 오기 전에 이 동네로 여러 번 놀러 왔었다.

집을 보러 온 적도 여러 번이고, 그냥 괜히 지나가다 들르기도 했다.

입주민은 아니지만 무단으로 놀이터도 가고 주변도 산책했다.

아이들은 이사 직전까지 우리가 집을 샀고 곧 이사할 예정인 것을 몰랐다. 우리가 매수한 동 바로 앞 놀이터에서 놀고 난 어느 날 저녁 첫째 아이가 산책로 벤치에 앉아 중얼거렸다. "나도 여기 살았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좀 바보 같긴 한데 우리 부부는 뭔가 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큰돈을, 인생을 갈아 넣은 결과물을 모두 몰빵하여 이사를 결심한 터라 나도 아내도 약간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깊은 곳에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의 말에 왠지 그 우려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정신승리일 수도 있지만 진짜 그랬다.

아이한테 왜냐고 물어보니 집 바로 앞에 놀이터도 있고 애들도 많고 (차 걱정 안 하고) 산책도 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좀처럼 뭘 부러워 하지 않는 첫째 아이 눈에도 이 동네가 무척 좋아 보였나 보다.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오고 나서 다시 집에 대한 애착이 되살아났다.

직전 집의 장점은 여기엔 없었지만, 단점이 사라진 게 더 크게 다가왔다. 내집이 확실히 좋긴 좋다. 아내도 '우리집'으로 들어오자 집안을 훨씬 정성 들여 가꾸었다.

비싼 가구도 없고 인테리어도 안한 순정 집이지만 너무 아늑하고 편안한 우리 가족의 공간이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정문까지 걸어서 1분이다. 초딩이 된 첫째에게는 천국이었다.

동네에 친구들도 많고 초중고까지 다 지근거리다. 오랜 기간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이쯤이면 정착해도 되겠다 싶었다.

둘째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내가 환갑을 바라볼때까지(ㅠㅠ) 여기서 이사 안 가고 잘 지내면 좋겠다.

실거주 1주택 숙제를 마치고 나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예전보다 집값의 등락에 대해 둔감해졌다. 물론 긴 상승장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가격 버퍼가 충분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차피 10년 이상 살 건데 오히려 가격이 좀 빠지면 재산세 종부세가 줄어드니 더 좋다. (아 물론 우리집만 더 빠지는 거면 싫다 ㅋㅋ)

아직 여윳돈은 없지만 이제 아파트가 아닌 다른 자산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10년간 5번 이사한 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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