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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느꼈던 문화충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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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999
1 2021-07-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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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나 하던것을..... 카드 받아준것만해도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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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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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화두 중에 하나가 바로 저 캐시리스(현금을 쓰지 않고 결제를 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 비율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유는 바로 전 세계인의 축제 중 하나인 올림픽 때문인데, 그만큼 저 나라는 현금 사용이 주를 이루고 있죠. 캐시리스라고 하는 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현금을 쓰지 않고 결제를 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말하는 것인데(당연히 카드 포함), 그 동안 현금을 주로 사용했고 또 가게들도 현금을 받는 것을 주로 요구했던 일본에서는 이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매우 요원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나라로 분류되어 왔었고 자국민들은 이런 부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살다가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해 들어오는 일본인들이나 유학을 위해 우리나라로 오는 일본인들의 경우 생활 초반 현금을 지불했다가 거스름돈이 없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는 이야기들을 하기도 합니다. 제 일본인 친구도 우리나라에 여행 왔다가 와플 사먹고 오만원 짜리를 냈는데 거스름돈이 없다는 말을 듣고 벙 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죠. 그만큼 일본인들은 현금을 사용하는 데 친숙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현금사용을 그토록 애용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갈라파고스화 되어 있는 일본 특유의 닫힌 사고방식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쉽습니다. 오래 전부터 현금을 사용해 왔는데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를 거부하거나 혹은 변화를 싫어하는 특성이 발휘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분명히 사회적인 현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일본에 존재하는 ‘메가뱅크’의 영향이 큽니다. 일본의 은행권은 미츠비시 UFJ(三菱UFJ), 미쓰이 스미토모(三井住友), 미즈호(みずほ) 은행(파이낸셜그룹)이라는 3개의 거대 은행을 중심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이 3개의 은행을 ‘메가뱅크’라고 부르는데, 리소나은행이나 유쵸은행 등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이외의 은행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일본은 이 3개의 은행이 거의 모든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메가뱅크의 탄생은 1980년대 버블경제가 한창 절정에 이를 때로 돌아갑니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것으로 버블경제가 최고조에 다다르자, 정부는 소비세를 도입하고 은행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며 이로 인해 과투자, 중복투기, 부동산 투기 등이 억제될 것으로 믿었죠. 그러나 왠걸, 일본 경제의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버블 붕괴의 시기가 너무 급격하게 찾아와 소비가 한순간에 쪼그라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은행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는데, 버블 붕괴로 인해 그 동안 쌓아두고 있던 불량채권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기준금리 인상이 부메랑처럼 날아들었죠. 원래 1990년대 버블이 한창 이었을 때 세계 은행 시가 총액 순위에서 일본의 시중 은행들은 상위 톱텐에 항상 랭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품이 급격하게 사그라들면서 외국 금융 기관들에 추월당하면서 산적해 있던 문제들이 치명적으로 작용을 한 것이었는데요. 이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통합을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세계 금융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규모의 은행을 탄생시킨다는 것이 복안이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은행들이 규모 불리기와 효율적인 경영진단을 하겠다는 이유로 합종연횡 통합을 발표하면서 그야말로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지금에야 메가뱅크들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지만, 당시 일본인들이 겪은 혼란은 상당했습니다. 특히 고연령자들에게 있어서 ‘내가 이용하고 있던 은행이 통폐합을 통해 없어진다’라는 말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이 없었고, 자신들이 들고 있던 연금이나 소액보험, 사회보장 연금 등이 다수 사라지는 현상까지 발생합니다. 이는 모두 버블경제가 사그라지기 전 은행들이 자신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난발했던 불량채권들이나 혹은 보장이 괜찮은 금융상품들이 낳은 참사였죠.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차에 은행에 부담이 되는 상품들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거나 자르다 보니 은행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하게 하락하게 됩니다.
특히 이미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일본이 막대한 전쟁 빚을 탕감하기 위해 민간의 예금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만행을 저질러 이미 은행과 국가에 돈을 맡기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이래서 일본인들은 인터넷뱅킹도 사용하지 않고, 다수의 고연령자들을 중심으로 ‘은행원들은 도둑놈’이나 ‘은행은 믿을 만한 곳이 못 되는’곳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최근에는 국민연금 문제갉).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지진(+자연재해)입니다.. 뽐뻐중에 일본에 거주하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에게 한번 여쭤 보시거나 혹은 다른 루트로 물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또 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상상 초월입니다. 우리가 외신을 통해 접하는 지진들은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인데 이를 제외하고서라도 지진 등이 엄청 많이 일어나는 편입니다. 하도 많이 일어나서 이외에 소소한 지진 같은 경우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금씩 구르릉대면 ‘뭐야, 지진이야? 지겨워’라고 말하고 조금도 놀라지 않고 주섬주섬 긴급대피요령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인들의 저간에는 현물, 현금을 최대한 많이 안고 있는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습니다. 만약 동일본대지진 이상의,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수준의 대재앙이 올 경우 은행이나 카드, 전산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일본는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는 ‘재난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이 빈번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요. 일본 여행을 자주 가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아니고서는 현금결재를 유도하는 곳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니 심지어 카드결제기 자체가 없는 곳들이 많죠. 일본의 IT들이 모여 있는 총본산인 아키하바라에서도 인근 카페들은 현금사용을 부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아주 작은 금액도 카드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일부 편의점에서조차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편의점들은 은행 인출기들을 모두 비치해 두고 현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이유는 사업자들 또한 자연재해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카드 결제금액이 추후에 들어오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세상이 뒤집어지는 재난이 닥쳤을 때 모든 통신이 마비되고 은행이 영업을 중단한다면 보이지 않는 돈을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우려는 일본의 캐시리스 사용자나, 혹은 이를 받아들이는 사업자나 모두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세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정보가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농경 민족의 뿌리깊은 유지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자신이 구축해 놓은 삶의 패턴을 망가뜨리는 것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도 싫어하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폐를 주는 것도 싫어합니다.
이런 소극적이고 안으로 웅크리려는 생활패턴이 본인들의 일이나 혹은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의 도시나 마을 이외를 벗어나기 싫어하는 습성으로 번지게 되어, 본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을 드러내는 데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고령자들의 경우, 근처의 슈퍼나 편의점, 시장에서 모두 현금 결제를 하는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정보를 내걸고 빚을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 상황이라 일본 사람들이 캐시리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 친화적인 카드결제 요소들도 눈에 띕니다. 대표적으로 카드 수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4.5~5%로 우리나라 배 수준)이라는 것. 그리고 세금환급 항목이 매우 창렬하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이 치안이 좋고 위폐사용률이 낮다는 점 등이 더해져 일본의 현금 사랑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일본에서는 집 안에 현금을 뒀다가 좀도둑들에게 거금을 털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의 유명 배우인 사토미 유리아가 집에 현금 600만엔 가량을 두었다가 10대 강도들에게 털리는 일이 발생한 바 있었죠.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계도 노력에 의해 많이 개선될 여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원과 솔루션 실행에 여념이 없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서는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업장은 물론 기본적으로 카드결제기를 지원하는 한편 소비세 인상과 함께 캐시리스 포인트 환급 정첵이 시행되어 2~5%까지 환급을 해주는 정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물론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확정되면서 이런 정책이 지속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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